• 총파업, 분노의 축적 vs 성과의 축적
        2006년 12월 29일 08: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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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민주노총은 96~97년 총파업 이후 10년만에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벌이면서 저항했지만 비정규직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레디앙>은 긴급하게 2006년 노동운동 평가를 위한 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김태일 / 민주노총 사무총장
    노중기 / 한신대 교수
    하부영 /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이광호 / 레디앙 편집국장. 사회

    이광호 중요한 일정까지 바꾸고 취소하면서 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고맙다. 올 한해를 평가하고 내년을 바라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를 잠깐 되돌아본다는 차원에서 노동운동의 흐름을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좌담을 시작하자.

    김태일 올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흐름이 전면화되고 구조화되고 안착되는 시기였다.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노동자 민중의 저항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세게 일어났던 한해였다. 저항의 흐름을 보면 상징적으로 2월 28일 비정규직법안 날치기와 관련해 처음으로 파업을 했고, 곧이어 철도노조의 파업이 있었는데 철도노조의 파업 중간에 불거졌던 KTX 승무원들의 투쟁이 올 한해 내내 있었다. 여름에 터졌던 하중근 열사 투쟁이 비정규직 투쟁을 이어갔다.

       
      ▲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
     

    법제도개선과 관련해 신자유주의 내부 법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비정규직 법안과 로드맵이 통과됐다. 민주노총은 올해 10여차례 이상의 파업을 벌였다. 올해 투쟁에서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완결판이랄 수 있는 한미FTA 협상에서 노동자와 농민이 연대해서 민중총궐기라는 투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은 큰 흐름에서 정리하자면 비정규직, 노사관계로드맵, 한미FTA, 산재보험개혁이라는 4대 요구를 걸고 하반기 한 판 큰 투쟁을 펼친다는 기조를 잡았다. 비정규직 확산법안을 물리적으로 막아왔고, 한미FTA도 6월이면 끝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투쟁으로 저지시켜왔다. 4대 요구를 묶어 총파업으로 돌파하려고 했던 한해였다.

    하부영 민주노총 구성 자체가 정규직 중심이다. 양극화가 전면화되면서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이 위기에 처해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괄하고, 공장 담벼락을 넘을 수 있도록 조합원들이 산별노조를 선택했다는 것은 민주노총 10년사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노중기 노무현 정권은 2003년 6월 철도파업을 진압하면서 보수화되고, 노동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으며, 그 이후로 정규직 대기업 이기주의나 노동귀족론을 들고 나오면서 이념적 공격을 해왔다. 2003년 이후 권력의 핵심적인 의도는 파업이나 투쟁력이 있는 대기업노조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었다. 4년째인 올해는 그게 사회적으로 상당 정도 제도화되었다고 할 수는 없어도 헤게모니, 이데올로기 수준에서 노동운동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노조 투쟁력의 상징이 민주노총이 올해 열차례 이상 총파업을 하면서 부분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자본, 국가의 큰 전략적 프로그램이 관철되어갔고 분명하게 드러난 한해였다. 현대자동차 공장의 투쟁도 사회적인 파급력이 전 같지 못했고, 하중근 열사 투쟁도 그랬다. KTX승무원 문제도 주체의 투쟁력이나 비정규직이라는 의제의 부각, 시민사회의 연대 등을 보면 이철 사장이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오히려 노조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정부와 자본의 의도대로 완전히 관철되지는 못했지만 대기업노조의 투쟁력을 사회적으로 봉쇄하고 제도화하는 흐름이 진척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저항하는 흐름이 산별노조다. 출발점에 있지만 산별노조로 노동운동을 새롭게 건설하려는 한해였다.

    이광호 신자유주의 구조화 안착화 과정에서 노동운동이 열심히 싸웠지만 성과를 내기가 대단히 어려웠고, 산별노조를 통해 새로운 저항의 진지를 마련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 것 같다. 비정규직 투쟁의 현황, 그리고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자.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하부영 실제 파견법이 도입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본격화된 98년 이후에 진보진영이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접근해서 대응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반성을 해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와 정규직화에 몰입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질을 보면 98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들의 기업지배구조 방식이 바뀌었고, 그 내용을 보면 다단계 하도급의 중간착취를 고착화하고 그에 따르는 비정규직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중간착취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투쟁하면서 본질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고, 이렇게 했을 때 대중적인 투쟁에 폭발력을 갖는 것 아닌가. 비정규직 투쟁을 하는데 비정규직이 외면하고 정규직은 왜 우리가 나서야 하나 하고 있다. 본질은 하나로 관통하는데 노동계급은 저들의 의도에 의해 분열된 상태로 대응해왔기 때문에 어렵고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화물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지켜봤는데 4만명 현대자동차 파업보다 화물차 300대가 더 큰 영향력과 파괴력이 있었라. 우리의 투쟁 역량을 새롭게 배치하는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비정규직 조직화 문제는 지난 98년 이후 어느 연맹이건 어느 지역이건, 실질적으로 자발적인 조직화를 빼놓고는 조직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다단계 하도급 수직계열화 구조에서 정규직 숫자가 떨어지고, 처지가 나빠지니까 노조를 원망하고 보수언론이 그 틈을 정확히 들어와 분열시키고 이간질한 게 먹혀들었다. 거기에 대한 대응을 정확하게 하고 교양하고 이해와 설득, 동의를 구하는 게 부족하다보니까 투쟁을 열심히 해도 패배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더 어려워진 것이고, 침체에 빠져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김태일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정규 운동이 민주노조운동의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올해도 파업이 예년에 비해 적지 않았다. 현대차, 철도, 발전노조 등. 과거 같으면 대공장이 파업하면 그것이 중심이 됐다. 전선을 넓혀나가는 게 기본 기조였는데, 지금은 비정규직 투쟁에 주목하는 게 노선이고 기풍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사회 모순과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생활상의 요구를 가지고 터져나오는 비정규직 투쟁은 변혁적 의지를 담아 폭발적인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만 보더라도 하중근 열사, 덤프와 화물을 중심으로 한 특수고용노동자, KTX, 하이스코, 하이닉스 등등 비정규직 투쟁이 계속됐다. 규모가 100명 남짓이지만 중요한 운동의 고리로 바라보고, 전선을 넓히려고 부단히 노력해다고 생각한다.

    하이스코처럼 회사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징적인 조치가 있었고, 비정규노조가 자리잡아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투쟁을 통해 전선을 확대시키고 운동주체들에게 각인시켜냈다. 투쟁이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과 연대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흐름이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노동시장 유연화가 관철되고 있다.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이상 막아내기 힘들다. 사회안전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정규직도 불안해하고 있고, 비정규직의 생활상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단위사업장 내에서 연대도 필요하지만 크게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모든 노동계급이 향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의 투쟁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2년 전부터 최저임금 투쟁이 중요한 투쟁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175만명이 대상자다. 부동산문제를 포함해서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생활들을 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투쟁을 정규직과 비정규직 너나 할 것없이 같이 연대해야 한다.

    이광호 비정규직 자체 조직화나 연대와 함께 제도적 장치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 고리로 삼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장단위의 구체적 투쟁에서는 미진한 면이 많은 것 같다. 

    노중기 조직활동가를 양성하고, 비정규직을 직접 조직화하기 위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기업별노조 체제에서 비정규직 자체 조직화는 매우 어렵다고 본다. 비정규 노동자들을 그 단위로 조직해서 투쟁의 중심에 올리고 민주노총의 주력으로 삼겠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정규직은 움츠리고 비정규직은 절규하고 있는데 같이 연결시키고 같이 투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용적으로 정규직은 중간착취를 자기 문제로 정확히 제기하고, 비정규직은 자기 요구를 제대로 짚어서 같은 요구를 걸고 투쟁해야 한다.

    이것을 산별노조라는 조직이 받아서 기업 수준이 아니라 전국적 수준에서 같이 조직하고 나갈 때 비정규직의 실마리가 풀려나갈 것이다. 짧은 기간이 아니고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개별싸움에서는 지지만 장기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산별노조운동의 핵심이라고 본다.

    하부영 기능적 유연성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풀 때 정규직을 설득할 수 있다. 어느 기업이든지 그렇다. 비정규직 철폐를 하자고 하면 정규직이 반대하는 것은 자기들의 고용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재환자나 휴직자 대체인력, 휴가자에 대해서는 기능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필요하다.

    금속노조가 5년동안 운영되어 왔지만 무늬만 산별노조가 될 수 있다. 기업 내에서 보면 비정규직을 노동조합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고민들을 풀어줄 수 있는 기능적 유연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3개월 미만의 임시작업을 풀어주고, 그 이상은 정규직화해서 함께 처우를 개선해나가면 제조업을 기준으로 하면 80~90%는 해결된다. 10~20%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가 막히고 있다.

    기능적 유연성과 노사협조주의의 위험성

    노중기 큰 틀의 해결방법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그 경우에 지금같은 기업별체제 하에서 기능적 유연성을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관철하느냐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자칫 잘못하면 노사협력주의나 작업장 내의 산업평화와 내용적으로 어떻게 구별될 수 있느냐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서구는 사업장 내에서 비정규 노동형태가 가미된 시스템 자체가 전 사회적 제도적 기반 위에서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노사협조주의에 빠지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포함해 비정규직 고용보장, 복지가 사회적으로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연대의 제도적 틀이 마련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게 없기 때문에 노사협력주의로 빠질 우려가 있다. 

    힘있는 대사업장에서 제도화시켜나가면서 법제도개선을 같이 풀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안하지 않는 연대로 갈 수가 있다. 전사회적인 수준에서 노동계급의 조직적 연대, 정치세력화가 막힌 상태에서 대사업장 내에서만 하게 될 경우 물질적인 힘에 의해서 기능적 유연화, 고용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 급부로 대기업 노사협조주의에 빠질 수 있다.

    김태일 실제로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시야가 단위사업장에 갇혀있는데 산별시대로 가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 내가 비정규직 투쟁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거세게 일어나는 사업장을 보면 다 대공장이다. 현대, 기아, 철도… 대공장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할 수 있는 조건이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나 1천만명 이상의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투쟁도 제대로 못하면서 조직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조직화의 시야를 단위사업장이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넓히고 계급적 문제로 바라보면 조직화도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최저임금 175만명이 적용대상인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는 간접적 영향을 받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500만명이 넘는다. 그런데 이들은 최저임금투쟁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 사회적 시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단위사업장 몇 개를 건지는 방식으로 하면 조직율이 10%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사회운동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어디까지 폭을 가질 것인가는 사업장 조건마다 다르다. 확 막으면 간접고용이 는다. 그러면 그 단위에서 해결될지 모르지만 전 사회적으로 보면 다른 곳으로 넘어가게 된다. 노동시장 유연화 문제를 폭넓게 사고하는 시각들이 필요하다. 자기네 사업장에서 해결된다 해도 다른 곳에서 터진다.

    노중기 기능적 유연화를 원칙없이 확 열어버리면 잘나가는 사업장은 둘 다 보호를 받고, 고용이 보장되는데 기업 단위에서만 지나치게 나가버리면 그 기업은 고용안정성은 높아지지만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게 되고 노사담합주의가 비정규까지 확대되고 다른 사회적인 것은 눈을 감는 문제가 생긴다.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기능적 유연성도 담보하면서 연대하는 길이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산별노조는 계급적 원칙들을 만들고 실험해나가는 조직적 결단이라고 본다.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평가

    이광호 이번 총파업에 대해 다양한 논점과 논쟁이 있었던 것 같다. 올해 비정규직법안과 로드맵 노동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법안이 총파업 투쟁에도 불구하고 통과됐는데.

    김태일 우선 비정규 투쟁하고 로드맵은 분리해서 바라보자. 비정규 투쟁은 2년 내내 민주노총이 싸워왔던 투쟁이다. 비정규 투쟁의 내용들을 보면 정권에서는 보호법안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 말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비정규직이 우리 사회 주요한 문제가 되면서 이걸 방치해서는 사회가 위태롭다고 보고, 자기들이 보기에 보호법안이라는 걸 만들어냈다. 비정규직의 절규를 정권과 자본으로서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곤란하다는 차원에서 제출된 측면도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문제를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이슈화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시골 할머니조차도 뭔지 알게 됐고, 화두가 됐다. 그러나 우리가 요구하는 바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들이다.

    로드맵과 관련해서는 크게 바라보게 되면 당초 정부에서 제출했던 34개 과제들이 대부분 폐기됐거나 좌초됐다. 의도했던 대로 된 것은 단 한가지도 없다. 내용들을 놓고 구체적인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자주적 단결권을 원천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한 투쟁으로 평가됐지만 내용을 하나하나 보면 정부의 의도를 많이 좌절시켰다.

    노중기 비정규직 문제를 국가-자본의 입장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고, 국가가 모든 계급을 보호하고 있다는 제스처도 필요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파견제를 제도화했던 경험이 있다. 파견제도의 실행과 결과를 되풀이하는 것은 필연의 일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수세기이기 때문에 법개정이 되기 힘든 상황이지만, 그 과정에서 법제도화의 내용 이전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민주노조운동의 가열한 투쟁이 진행돼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은 게 매우 아쉽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오고 투쟁의 열기가 있고, 전 사회적으로 투쟁이 올라오려고 하니까 정부는 논의를 중단하고 연말에 처리한 것이다.

    막판까지 비정규직 사유제한을 정치 쟁점으로 남겨놓지 못하고 힘이 약해 전체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개별싸움이든 제도개선이든 우리는 승리하고 나간 경험은 별로 없다. 실패의 경험과 분노로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촉발해야 하는데 그런 방향을 됐느냐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많다.

    로드맵에 대한 평가도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파업권을 상당 정도 제한하겠다는 전략이었는데 자본 입장에서 볼 때 미진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공공부문 파업권을 제한하는 데 상당 부분 성공했지만 애초 의도로 보면 크게 축소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기본권의 후퇴를 부각시켜야 했는데 수세기 국면에서 현대차를 비롯해 파업을 했지만 대부분 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의도했던 대로 노사관계 법과 제도가 ‘선진국’ 수준으로 제도화되었다는 정치적 결과만 남았다. 앞으로 노사관계 개혁이라는 정치적 투쟁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었고 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부분이 매우 아쉽다.

    분노의 축적이냐 성과의 축적이냐

    이광호 분노를 축적시키고 조직화하면서 향후 투쟁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과의 조직화도 중요하지 않나.

       
      ▲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하부영 전반적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정권과 자본은 대단히 전략적으로 치밀했다. 노조를 탄압하거나 고립화시키는 전략도 치밀했다. 2004년 7월부터 지역에서 공안검사들이 노조의 비리나 부패들을 인지수사해서 해왔고, 채용비리까지 시기적절하게 터뜨렸다.

    물론 동기와 원인을 제공한 스스로의 문제는 뼈를 깎는 아픔이 있고 고쳐야하지만, 저쪽에서는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영국의 대처가 신자유주의를 도입하고 노조탄압을 하면서 다시 회복을 하는 시간이 15년 정도 걸렸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 조합원들이 투쟁을 돌입하면서도 동력이 실리지 않은 이유는 국회의원 290대 9의 싸움이 뻔히 질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측면도 있다.

    제조업의 규율과 조직력이 있는 금속은 총파업을 해낼 수 있었지만, 정보에 아주 빠른 사무 서비스 노동자들은 뻔히 질 싸움인데 온 몸을 던져서 파업을 돌입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있다. 비정규직 법안과 로드맵이 통과된 이후 평가를 제대로 하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조합원들이 받아들이는 게 달라질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서 사회양극화나 비정규직 문제가 더 확대될 것이다. 국회에서 통과된 후 노동자들이 위축되고 보수화될 수 있지만, 2~3년 사이에 법안의 문제가 다 드러날 것이다. 대폭발의 지점들을 미리 예측하고 우리 동력을 준비해 노동법을 새롭게 개정하는 것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이 과정을 어떻게 조직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현장 조합원들은 패배하거나 실패했다고 민주노총 비판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항의 방문이나 전화가 빗발쳤는데 오히려 관심을 표명해주고 격려해줬다. 우리의 요구가 늦었지만 전달은 됐다. 성과는 없었지만 평가를 제대로 해서 새로운 투쟁을 만들어가면 될 것 같다.

    김태일 투쟁은 실패했지만 그 속에서 대중들의 분노를 조직하고 또 다른 투쟁으로 나아가는 게 우리들의 투쟁 방식이었다고 보면, 그 지점에서 반성의 부분이 필요하다. 주5일제, 경제특구, 비정규, 로드맵까지 거듭된 실패가, "해도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또 다른 패배주의로 이어지면 안된다. 단위 사업장에서 보면 저 투쟁이 승산이 있다고 할 때 달려드는 것이다.

    패배주의가 고착화되면 큰 투쟁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두 법의 대응과 관련해 비정규관련법은 2~3년 내로 모순이 드러날 것이다. 모순을 폭로하고 전선을 비타협적으로 싸우는게 필요하다고 보지만 로드맵같은 경우는 개량을 획득해 그걸 진지로 삼아서 더 큰 투쟁을 준비해나가는 고민이 필요했다.

    법제도 개선과 관련해 논쟁이 붙을 수도 있고, 지금 그런 상황인 것 같은데, 총장 위치에서 이런 말 하기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법제도개선 투쟁의 형식은 정치투쟁이지만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하는 정치투쟁이 아니라 개량을 획득하는 목표로 하는 투쟁이다.

    변혁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개량의 획득을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고 있다. 형식에 있어서 정치투쟁인 것을 내용까지도 정치투쟁으로 보고 모든 투쟁을 비타협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운동을 침체로 만들어가는 모험주의적 투쟁이다. 법제도개선 투쟁을 어떤 전술로 가져갈 것인가에 많은 고민들이 필요하다.

    이광호 이거 역시 중요하고 논쟁적인 대목들이다. 단사 수준에서 임단협을 하든 전국적 정치투쟁이든 투쟁의 목표를 무엇으로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지금 총장 얘기처럼 제도개선은 개량의 획득이다. 그런데 양측면이 있다.

    개량을 통해서 획득된 내용이 변혁의 진지가 될 것인가, 포섭의 입구로 들어가는 한 단계냐를 놓고 논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주체가 그것을 어떻게 보고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하부영 조합원들에게 평가를 하면서 어떤 내용으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하나는 2년에 걸친 정치투쟁을 하면서 무언가는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모른다. 노동3권이 파괴되는 것이고 헌법에 보장된 인간다운 삶,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파괴되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존재하면서 어떻게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냐, 현 노무현 정권과 한나라당이 헌법마저 파괴하고 유린하면서 노동탄압을 자행되고 있다. 정치권력에 의해 노동의 문제가 좌우된다는 정치적 각성이 분명히 필요하다.

    내용적으로도 비정규직 문제 제대로 보기 위한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교양과 교육이 필요하다. 87년 노동자들의 요구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거였다. 그 후 20년 투쟁을 통해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현장을 만들었나?

    비정규직으로 노동의 정의 대의명분 다 파탄났다. 일반 대중들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사회에 동의하는데 열심히 일하는 비정규직은 임금 절반을 받고 쉬운 일하는 정규직은 두 배를 받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노동운동의 대의명분과 도덕성과 정의가 파괴된 것이라는 걸 교양하고, 이런 것들을 바로잡는 것이 진리라는 것을 조합원들과 함께 평가해야 다음 투쟁이 제대로 될 수 있다. 

    노중기 개량이 어떤 조건에서 이뤄지느냐는 학술적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서구의 경험에 비춰보면 개량이 투쟁의 성과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과 영국은 2차 대전 시작되는 시기에, 파시즘 국가들은 전후에 개량이 이뤄졌다. 노동쪽이 싸워서 패배했지만 한참 지나서 그 요구들이 수용됐다.

    지난 민주노총이 건설된 이후로 개량이라는 요소들이 있었다. 자본은 선진화되고 민주화되었다. 3자개입, 정치활동 자유 같은 개량은 97년 총파업 때문에 된 게 아니고 전노협 만들어지고 깨지면서 투쟁한 결과로, 자본에게 자신이 생기고 해줄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개량이 생겼다. 비정규도 그런 싸이클로 갈 거다.

    요구하면 많이 깨진다. 일정한 단계를 거쳐 사회적 요구가 되고 자본이 허용할 상황이 되면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 개량을 길게 보고 장기적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자본의 공세 국면이다. 내용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축적 체제를 제도화하는 국면이고, 현상적으로는 노사관계에서 개혁의 외피를 쓰고 유연화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공세에서 개량의 가능성을 현실적인 수준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투쟁 여력에 따라 한 두 조항 따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자본이 중요한 양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때 극단적으로 노동이 유연화된 시스템에서 한나라당과 열우당이 비정규직법과 로드맵, 한미FTA에 대해 완벽하게 합의하고 있다. 총자본의 노선이다. 물질적 토대에서 보면 개량이 근본적인 한계다. 운동지도부는 이를 냉정하게 보아야 한다.

    국회 일정을 따라가는 어쩔 수 없는 투쟁

    이광호 주체적 대응력이라는 관점에서 총파업이 어떻게 진행돼왔는지 살펴보자.

    김태일 2월 28일 총파업을 시작해서 10여 차례 이상 했고, 그 중에 앞의 9번은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불가피한 조건 하에서 국회 일정에 따라가면서 파업을 했다. 우리가 목적의식적으로 주체적으로 준비된 투쟁을 했다기보다 국회일정 따라가는 부랴부랴 총파업 방침을 때렸다. 그런 투쟁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객관적인 조건 속에서 그런 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본격적으로 얘기하려면 11월 15일 이후부터 12월 22일 로드맵 통과까지의 상황들을 이야기해야 온당하다. 한달 이상이라는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된 파업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노농연대라는 소중한 성과를 만들어냈고, 투쟁도 위력적으로 전개된 측면이 있다.

    내부적으로 파업에 참여한 현황을 보면 최고로 많이 파업에 돌입했을 때가 23만명이었고, 적게 했을 때는 10만명도 안 될 때가 있었다. 23만명은 금속이 14만 나머지가 10만 단위다. 10만 단위의 파업돌입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화물 덤프 등 자기 문제를 얹혀서 파업에 들어간 것이어서 사실상 금속을 중심으로 한 그것도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파업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광호 투쟁에 동참하지 못했고 원인 중에 하나가 승리에 대한 전망이 없었다고 했는데, 조직력 문제도 있고 지도부의 의지도 있다. 매번 금속 중심으로 싸워서 깨지고 다치고 다른 쪽에서는 못하고 이게 관행화 고착화되고 있다. 싸움을 안하는 연맹이 문제인가,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게 잘못인가.

    하부영 첫 번째 민주노총이 전노협 이후 10년 운영돼오면서 내부를 들여다보면 18개 연맹 중에 금속연맹 하나만이 결의할 때부터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우리 실력이었다. 왜 다른 연맹에서 총파업에 동참하지 못할까?

    내부에 연맹을 과다하게 허용했고, 1만명 미만의 연맹이 존재하면서 자기 조직을 관장하고 파업을 조직할만한 능력이 있느냐에 회의감이 든다. 파업을 결행해 함께 할 수 있는 내용을 갖추려면 연맹 체제를 더 빠른 속도로 크게 5개 정도로 합쳐야 한다. 직선제가 혁신이 주가 아니고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고 강화해 투쟁체로 거듭날 수 있느냐다.

    실력은 있는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그 와중에 금속노동자들이 끝까지 총파업에 동참한 건 진짜 자랑스럽다. 언뜻 보기에 비정규직 자신들의 문제가 아닌데 대의에 동참하고, 현장에서 또 우리가 총대 메느냐, 다른 데는 뭐하는데 이런 얘기를 듣지만 본질적으로 총파업을 부정하는 게 아니고 함께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진정한 속마음을 보면 우리가 안하면 누가 하느냐, 국회에서 저렇게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자랑스러운 금속 조합원들이다.

    우리 실력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 금속만이 파업이 아닌 방식이 뭔지를 깊이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파업의 형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연맹 중심의 파업이 아니라 지역 중심의 파업을 고민할 수도 있다. 연맹 위원장과 간부들이 해당 지역에 직접 내려와서 파업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 연대가 이뤄질 수도 있고, 정치세력화도 만들어낼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수도 있다. 형식과 내용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실력도 노출됐고 한계도 나왔다.

    지역파업과 산별노조 파업 등 다양한 파업 전술 필요

       
      ▲ 노중기 한신대 교수
     

    노중기 우리 역량이 그 정도라는 얘기 공감한다. 전노협 시절부터 특히 98년 이후에 계기 때마다 총파업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정리해고법이라든지 주5일제라든지 비정규 로드맵, 민주노총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조건이다. 전 계급적 총파업이 유일하게 성공한 파업은 지난 20년동안 딱 한번이었다.

    우리는 평균적으로 1년에 2~3차례를 총파업을 해왔다. 산별시대에 와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투쟁형식과 관련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크게 봐서 민주노총 파업, 산별노조의 파업 등등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기업별노조 체제어서 총파업은 애초에 맞지 않다. 97년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총파업이었다. 기업별노조의 총파업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데 민주노총 지도부 책임이라는 건 맞지 않다.

    최상급단체가 후진적인 정치적 조건 속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진지하게 고민하자. 각 연맹 사정을 탓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지도집행력을 강화하는 산별체제로 가고, 파업할 때 같이 하는 게 가능하다. 연맹 위원장들이 밤잠을 안 잔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산별체제하에서 총연맹은 정치파업이 필요할텐데 더 지금보다 신중하고 준비된 파업을 목적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이수호 집행부 처음에 의도했던 대로 1년 정도 준비하자고 했는데, 비정규교섭에 끌려들어가고, 부분적인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처음에 약속했던 세상를 바꾸는 투쟁은 없어졌는데, 파업 숫자를 줄이고,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세부적으로 축적한 위에서 파업을 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9월 11일 날치기했을 때 올 봄에 하지 않고 참고 참아서 한번에 터뜨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인데 관찰자의 후일담일지도 모르겠다. 조합원들이 파업 안하면 민주노총 뭐하냐 할 수도 있으니까. 산별노조로 가면 한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하고, 나머지는 지역파업과 산별파업으로 가는 게 좋겠다.

    하부영 100% 동의한다. 지도부는 준비된 투쟁을 하고 싶다. 우리 내부에 나쁜 경향이 있다. 총파업을 쉽게 결정하는 경향이다. 임단협도 6개월을 준비해서 한다. 실제로 97 노개투만 하더라도 몇 개월을 지속해왔다. 조합원들이 엽서를 쓰게 하자는 등 사소한 것까지 준비했다.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이 10분간 파업하는 걸 너무 우습게 안다. 10분도 못하는 사람들이 전면총파업 하자면서, 총파업을 우습게 생각하고 소홀이 생각하고 상당히 시건방져져 있다는 생각이다. 조합원들과 함께 조직하면서 해야 하는데, 움직이는 형태를 보면 대중 위에서 군림하고 지배하는,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깃발만 꽂고 조합원이 안오면 조합원 탓으로 돌리는 나쁜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태일 신자유주의 흐름이 지속되면서 아주 목적의식적으로 노동간의 연대를 통해서 총궐기를 성사시켰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하지 못했는데 FTA를 매개고리로 연초부터 노농이 함께 투쟁하자고 기획해서 실천으로 옮겼다는 지점에서 높이 평가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1년 전부터 같이 기획하지 않으면 어렵다. 전체 진보세력이 하나가 되어서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금속을 중심으로 파업을 했고, 정말 금속이 대단하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의 훌륭했다고 본다. 왜 다른 부분은 못하느냐의 문제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사회심리적 분위기가 민주노총이 고립된 분위기가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종교인들까지도 사회적 약자들의 투쟁이라고 여기면서 연대가 있었는데, 이것이 정권과 자본의 치밀한 공격이기도 하고, 보수언론의 지속된 공격으로 언젠가부터 배부른 투정으로 매도하기 시작했고, 이런 상황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들을 게을리해서 고립된 것이다. 앞으로 시민사회 역량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였다.

    두 번째로 고민되는 부분은 민주노총이 내걸고 있는 요구가 조합원들의 가슴 절절한 분노와 요구를 담아내고 있는가, 현장의 요구가 민주노총의 요구에 녹아있는가 하는 점이다. 단위 사업장 수준에서는 사무직이든 다른 직종이든 싸움을 다 한다. 못하는 노조는 없다. 한국노총도 정리해고 벌어지면 파업한다. 이건 내면의 요구와 표면화된 요구가 일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깃발을 내리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

    노중기 패배주의와 관련해 금속을 제외한 공공, 사무, 보건 등이 자기 요구가 있을 때는 싸우고 아니면 안 싸우고,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를 갖고 싸우기 어렵고, 로드맵에서 복수노조와 전임자가 유예된 상황에서 직접적인 과제가 아닌 걸 가지고 싸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노동운동은 조직된 노동자보다 압도적 다수의 90% 미조직 노동자를 놓고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의식적 취약성이나 간부들의 노력 부족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민주노총이 투쟁의 깃발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조직 노동자들도 내용은 알고 있다는 생각한다. 총연맹 지도부에 대해 조직원들이나 내부에서는 비판과 고민과 토론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조합원들은 다 알고 있다. 실제로 안되는 파업을 끌고나가기 위해 민주노총이 무리한 투쟁을 수차례 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노동운동이 계급운동의 대의와 민주노조 운동을 낙관하면서 치열하게 논쟁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우리 운동 역사에서 한국노총의 노선이 옳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김태일 신자유우주의 공세가 드높게 오는데 전선을 어떻게 칠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미흡하고 미력하지만 전선을 치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총파업을 하게 됐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과 실천이 양치기 소년 효과를 가져오고, 정권과 자본의 학습효과와 대처능력만 키우는 것이라면 지도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내부에서 이렇게 진지한 고민을 하려고 하면 투쟁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해서 참으로 곤혹스럽다. 허심탄회하게 토론해야 한다.

    로드맵 수정안 전선을 교란시켰나?

    이광호 로드맵 법안과 관련돼서 최종 정리하는 과정에서 당의 태도와 민주노총의 대응에 비판적인 평가가 있다. 수정안을 민주노총에 제안한 것에 대해 당으로서 책임성있는 자세인가와 민주노총이 수정안을 진지하게 토론한 것에 대해 평가해달라.

    김태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내용인데 당과 대중조직의 역할분담을 어떻게 할 것이고, 원내교섭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과 논쟁이 필요하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얘기하면 지난 8~9일 9.11 야합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것이냐 아니면 또 다르게 그 속에서 부분적으로 변경을 시키면서 이후 투쟁을 담보할 수 있는 형태로 협상을 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었다.

    9.11 합의안에 대해 조금도 건드리지 못했을 경우 나타날 문제가 있었고, 복수노조 3년 유예를 건드리지 못하면서 합의타결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대체근로를 전체 직원의 50%까지 허용하는 것은 보건의료노조나 해당사업장에서 보면 내용적으로 대체근로가 무력화되는 내용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체 직원의 반 이상이 파업에 참가한 경우가 없었다. 합의타결을 할 수 없다는 고민들이 있으면서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있는 나름대로의 고민 속에서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반대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원내 협상과정에서 합의된 내용을 법안에 반영한 내용이라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그런 식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면 9.11 야합안의 많은 내용들도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가서 많이 바꿔놓은 것이지만 합의한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의원들이 몸으로 막지 않아서 전선을 교란시켰다는 것은 정당한 비판이 아니다. 의원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 중에 한가지를 한 것이다. 전선을 교란시켰다는 것은 옳지 않은 비판이고, 국회 상황에서 전선이 무너진 게 아니라 우리 내부가 투쟁력이 고갈된 것이다. 그런 비판은 동의하기 어렵다.

    하부영 실력은 없지만 서로 처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민주노동당은 4월 파업할 때 원내 의원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끝났다고 선언했다. 단병호 의원이 환노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저항하는 모습을 조합원들에게 보여주면서 저항을 조직했다.

    시일이 지나면서 힘없는 끌려나가는 국회의원 모습을 보여준 걸 후회했다. 아무리 투쟁해도 통과될 수밖에 없는 사항이구나 하는 생각을 조합원들에게 심어준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고치려는 노력은 해야 할 일이다. 그 역할을 했다고 본다. 크게 문제가 될 만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막판에도 국회 앞에서 투쟁을 전개하면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 성원들이 공개적이고 신중하게 토론했다. 어떤 입장인지.

    우리는 합의하거나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총파업을 할 수 있는데까지 한다. 당은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아무도 이의제기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과 상의할 수 있다고 본다.

    이광호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사실 의원직을 내던지든지 해서 향후 노동운동의 중요한 부분인데, 적극적인 투쟁이 없었다는 점과 민주노총이 일언지하에 자르지 않고 진지하게 토론해서 분노의 조직화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강한 비판이 현장에서 있는 것 같다. 

    노중기 이 사안 자체를 자세히 알지 못하고, 기사는 봤지만 사안 자체가 당과 총연맹을 비판할 사안이라기보다는 노사정위원회라는 더 큰 논쟁이 필요하다. 다만 크게 보면 분노의 조직화라는 주장을 하고 비판하는 입장과 비슷한데, 당이 이 문제에 대해 남의 일 도와준다는 태도가 아니었나 싶다.

    당은 자기문제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면 이 정도 수준에서 투쟁해주고 그런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이 조직하고 있는 것은 10%의 조직된 노동자이지만 당은 90%를 봐야 하고, 계급론적으로 보면 영세상인들까지 조직하는 게 당이라면 자기문제이고, 자기 문제면 이런 식으로 대응해선 안된다.

    비정규법안도 통과되고 로드맵이 담합을 해서 통과시켰는데 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 중에서 단식농성이든 당의 성격을 분명하게 할 수 있는 투쟁을 스스로 기획하지 못할까, 스스로 기획한 투쟁을 가지고 다음 총선 때 심판받으려는 태도를 갖지 못할까. 당의 자기 노선이 없다는 게 핵심 문제다.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는 수준의 투쟁을 조직하는 게 맞다고 본다. 대사업장 지도부가 다 형사고발 상태에 있는데 국회의원들 고발은 못하겠지만, 안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은 협상하고 명 의원이라도 대중들 가슴에 호소하는 전략이 없었던 게 아쉽다.

       
     

    산별노조 이제 출발이다

    이광호 이제 본격적인 산별노조시대가 도래했는데 산별노조와 향후 민주노총의 위상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김태일 올해 금속산별 완성되고 공공운수산별 만들어지면서 명실상부하게 산별시대로 접어들었다. 숫자로도 85%가 기업별노조가 아닌 초기업노조 소속이어서 객관적으로 그렇다. 의미있게 바라봐야 한다. 기업별노조의 기득권들을 정규직이 과감하게 포가하고 기업에 갇혀있는 걸 떨쳐일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 속에서 산별노조 운동은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으로 도래하고 있다. 산별노조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쟁과 노선을 놓고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기업 시야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전체 노동계급의 문제로 투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다른 시야로 미래를 열어가는 희망을 갖고 있다.

    하부영 산별전환이 성공한 몇 시간 뒤부터 걱정이 됐다. 그 전에는 산벼 전환 통과에 몰입했었고, 산별노조의 형태나 내용에 대해 준비를 충분히 못했다. 무늬만 산별노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 금속노조 5년도 그랬다. 기업지부 대 지역지부 논쟁이 핵심은 아니다. 지역지부도 기업지회의 연합이다. 기업별 협약을 근거로 해서 모여있기 때문에 기업이냐 지역이냐는 똑같다.

    무늬는 산별이지만 내용은 기업별노조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기대를 부응하거나 공약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을 경우 역산별의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일부 사업장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나타나서 기업별노조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자본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신노련도 나타나면서 우리의 빈틈을 노리면 그런 위기에 노출될 것이다. 희망이 있으면서 위기와 우려가 함께 있는 것이다.

    산별정신과 사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얘기를 시작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지난 노동운동 15년 동안 잘못한 게 기업별노조 내에서 장학금과 진료비를 쟁취한 것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지불능력이 있는 기업 내에서 쟁취했는데 조합원들이 이미 쟁취한 내용으로 투쟁에 나설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당장 협약을 없앨 수 없다. 사용자들이 교섭단체를 구성해 나와야 하는 제도도 없고,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기업별노조 내부에서 통폐합을 통해 사회 전반적으로 넓혀야 하고, 고용안정기금이라든지, 진료비기금이라든지 장학금이라든지 대공장의 지불능력이 밖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들의 자세다.

    “산별노조의 노선 논쟁을 시작하자”

    노중기 산별전환에 성공을 한 게 아니라 산별전환이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고 최종적 모습을 미리 그릴 수 없다. 유럽의 경우도 나라마다 많이 다르다. 계급적 연대의 정신 하에서 우리 조건에 맞는 산별노조를 만들면 된다. 연대정신이 담기느냐가 문제다. 그게 온전히 담겨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고, 거꾸로 역풍이 있을 것인데 그걸 극복하는 건 교육과 투쟁이라고 본다.

    관련해서 산별전환의 조직형식, 기업을 어떻게 털어버릴 것인가에 집중하다보니까 사업방향을 기존과 어떻게 다르게 가져갈 것인가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 노동운동의 총노선까지 포함해서 논쟁이 되어야 한다.

    전투적 조합주의, 사회운동주의 등 지도부가 같이 담론 차원에서도 논의를 해야 한다. 구체적인 기업별 사업관행을 극복하는 것은 상당기간 실험기간이 될 것이다. 내년 교섭이나 조직화의 형식적 문제도 있겠지만 노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는 많은 논쟁이 있었으면 좋겠다.

    교수노조가 대학등록금 후불제 투쟁을 하고 있다. 지금 돈이 없는 학생은 은행에서 대출받아 갚는데 이율도 높고 못 갚으면 신용불량이다. 이걸 국가 재정시스템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졸업한 학생들은 세금으로 갚고 일정소득 이하면 면제고 소득이 높으면 더 내는 것이다.

    어쨌든 산별노조는 앞으로 전교조나 병원노조나 전 계급적 과제들을 만들어내고 시민단체와 연대하고 이런 활동을 각 분야에서 하면 된다. 그게 사회운동노조다. 산별노조의 노선문제를 빨리 논의해보자.

    하부영 기업별 협약이 발목을 잡기 때문에 관행을 뛰어넘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그래서 산업별이 아니고 지역별노조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 분권화 이후에 자치단체는 지방 대통령이다. 사회복지 분야를 상당 부분 관장하는데 정책이나 대안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연대투쟁도 지역별로 나타날 수밖에 없고, 노동시장도 지역별로 형성되기 때문에 산업보다는 지역별로 새로운 실험들이 나타날 공산이 커졌다. 지역 내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것이나 지역 내 최저임금을 정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지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역 내에서 모범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역의 의제들이 뭔지 투쟁해야 할 것들이 뭔지 그런 점들이 빨리 새로운 방향으로 개척되어야 한다.

    이광호 내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이 있고, 정치세력화를 통해 제도적 수준에서 확산해야 하는 향후 2~3년이 중요한데 내년을 전망해달라.

    김태일 산재관련법안이 올라가고 특수고용 단위들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3월까지 한미FTA를 끝내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노동에 기초한 저지투쟁을 힘있게 밀고 나가야 하는 게 당면과제다. 또 한가지 중요한 지점들은 산별과 관련해서 내년 금속 완성 4사를 비롯한 산별교섭을 어떤 내용과 형태로 진행할 것인가, 금속과 운수 등 산별노조는 교섭을 여는 투쟁을 가지고도 상당부분 투쟁이 있을 거다.

    연말로 가서는 대선과 총선으로 가면서 정치세력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느냐가 운동의 과제다.

    산별노조 비정규직 노조가입 안되면 웃음거리된다

    하부영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중에 산별노조로의 비정규직 조직화가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될 것이다. 산별노조로 가도 노조 가입이 안되면 웃음거리가 된다. 현자, 기아가 비정규직을 직가입시키면 당장 1만5천명의 조직화가 가능하다. 산별노조에서 조직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게 어떤 식으로 흘러갈 지 목적의식적으로 직가입시켜야 한다. 자본과 갈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내년이 87년 20주년이고 IMF 10주년이다. 20주년 공도 있고 과도 있을 것이다.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새로운 20년의 전망을 설계하는 해로 자리잡아야 한다. 산별시대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담론도 형성되고 토론도 하고 전망도 만들어내 올바른 산별을 만들어내는 바램이다.

    노중기 내년에는 선거분위기가 노동정국에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노동문제에 관한 당의 선거국면에서 대응과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 걱정이다.

    노동운동의 위기국면에서 민주노조 간부들을 포섭하려는 열린우리당, 심지어 한나라당까지 압력이 꽤 있을 것이다. 한국노총은 많은 사람들이 출마할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에서는 우리 운동을 성과를 저쪽에 넘겨주지 않는 내부적인 관심이나 노력, 상호 비판 등이 필요하겠다고 본다.

    신노련을 만든 권용목씨의 경우처럼, 저쪽으로 간 노조운동 간부들이 그쪽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충격이다. 자주성 문제다. 되풀이되면 민주노총도 한국노총과 비슷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신경쓰면 좋겠다.

    이광호 오랜 시간동안 토론에 참가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오늘 나온 중요한 평가와 대안들이 내년 사업으로 이어지길 바라면서 오늘 토론회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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