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고건 용도 폐기 후 DJ 견인?
    2006년 12월 26일 06: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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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대통령과 고건 전 총리의 ‘갈등’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이 26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전 총리의 공방을 비난하기 앞서 한 말이다. 유기준 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실패를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남은 임기 동안 국정에 전념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안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전 총리의 공방을 여당의 정개개편과 연관시키면서 다양한 해석과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의견은 이번 공방이 노무현 대통령의 ‘재집권 전략’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따라서 섣부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남의 집안싸움이라는 설명이지만 여당의 정개개편에 휘말려 자칫 한나라당에 유리한 현재의 정치 구도가 흔들릴 것에 대한 경계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날 광주에서 “산적한 국가 현안이 많은데 자꾸 정치게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으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참여정부 초대 총리와 대통령의 설전을 보며 국민들이 불안해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대통령이 애정 결핍증, 피해망상에 시달리는데 국정이 완전 파탄나기 전에 국민들이 칭찬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계개편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다. 대선주자들의 캠프 관계자들도 이와 관련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전 총리의 공방에 따른 여당의 정개개편과 대선 시나리오에 촉각을 세우고 경계하는 모습이다. 박영규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23일 청와대의 복무기간 단축 검토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전 총리의 공방을 통해 한나라당이 예측하는 여권 정계개편 시나리오의 단면을 언급했다.

박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재집권전략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고건, 정동영, 김근태 등 신선감이 떨어진 현재의 범여권 후보들과 완전히 선을 그은 후 새로운 후보군을 물색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충청권 출신의 경제전문가라는 컨셉으로 정운찬 카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고 영남권 후보론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유시민 장관, 김혁규 의원 등이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며 “이들 중 한 사람을 내년 초에 새 국무총리로 임명 본격적인 대권주자 수업을 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당 정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청와대에서 이미 고건 전 총리를 영입해 후보를 만드는 것과 관련 (대선에서) 유불리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했는데 호남 대 비호남 대선 구도에서 고건 전 총리로는 안된다는 답이 나온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호남 출신 고건씨 중심의 정계개편으로 민주당과 여당, 호남 일부가 뭉칠 가능성이 있다”며 “친노세력은 호남의 경우, DJ와 파트너를 잡아 하려는데 호남세력을 고건씨가 가져가는 형국이어서 용도폐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공격한 것이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친노세력이 원하는 후보는 최근 부각되는 정운찬씨가 아니라 영남 출신 유시민이나 김혁규”라며 “나중에는 결국 합쳐질 것이지만 새로운 사람들이라 아직까지 어느 쪽이 파괴력이 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이 정비가 되고 난 뒤, 대선 두 달 전 쯤, 막판에 갔을 때 (여당) 핵심 몇몇만 갖고 있는 시나리오에 따라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운동권 출신이라 역동성이 뛰어나고 한 쪽으로 세가 몰리면 될 사람으로 밀어줄 것”이라고 막판 바람몰이를 경계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전 총리가 싸우고 있지만 막판에는 서로 극적으로 등 두들기며 껴안고 화합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서로 네거티브를 펼칠 경우, 비교가 되면서 제2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사자가 아니어서 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만약 김근태나 정동영 등 여권 대선주자들이 지금이라도 노 대통령을 옹호하며 고건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나중에 극적 화해를 통해 단일 후보를 낸다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여권의 제3후보, 단일화 시나리오의 핵심으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을 꼽았다. 다만 현재 한나라당 대세론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훈 의원은 “여권 카드 중 가장 가능성 있고 승률 높은 후보는 정운찬씨라고 생각하지만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기에는 정치적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전략을 주장한 한나라당 관계자 역시 “2002년 대선에서 여당에 중도 표를 몰아준 정몽준 같은 사람이 지금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라며 “하지만 이들은 검증과정을 거치며 바로 영향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전히 한나라당의 최대 우려사항은 당내 대선주자들의 탈당이나 경선 불참 등 ‘내부 이탈’, ‘분열’이라는 설명이다. 그의 주장대로 열린우리당이 또다시 단일화 전략을 편다면, 한나라당의 분열 상황은 여당에 더욱 효과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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