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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 금지
    고용허가제···헌법재판소 ‘합헌’ 결정
    노동자의 권리는 출신 국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21년 12월 23일 06: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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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고용허가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주노동·시민사회계는 “노동자의 권리는 노동자의 출신 국가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며 헌재의 결정을 비판했다.

    헌재는 23일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에 대한 헌법 소원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헌재는 지난 2011년에도 고용허가제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5명은 지난해 3월 외국인고용법과 관련한 고용허가제가 헌법 10조가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강제근로를 금지한 헌법 제12조 제1항과 헌법 제32조가 규정한 근로의 권리 등을 제한하고 있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고용허가제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허락이 있을 때만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용자가 근로조건을 위반했을 경우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지만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고용허가제는 임금체불, 폭언, 폭행 등을 당해도 이주노동자가 사용자 동의 없이 사업장을 옮길 수 없도록 제한해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노예노동’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주노동자 대리인단은 “외국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고 있다”는 고용노동부의 의견서에 대해 “한국의 고용허가제 제도는 최장 9년 8개월간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어 1년 이내의 단기순환인력 제도인 외국의 사례와 단순하게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 또한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와 횟수 제한을 폐지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헌재는 “외국인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하고 자유롭게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용자로서는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원활한 사업장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불법체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효율적인 관리 차원에서도 사업장의 잦은 변경을 억제하고 취업활동 기간 내에서는 장기 근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반대 의견을 낸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근로자와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내국인 근로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고 있는 관계”라며 “업종·규모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 없는 사업장으로만 이직이 가능하도록 사업장 변경을 제한함으로써 내국인의 고용을 보호한다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장 변경 사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고용허가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협할 수 있다”며 “외국인고용법은 이주노동자의 장기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두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인정해도 사업장 변경의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이 나온 직후 노동·시민사회계는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률대리인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2011년 같은 규정에 합헌 결정을 내렸던 데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결정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헌재는 한국에서 가장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면서도 사업장이라도 옮길 수 있게 해달라는 이주노동자들의 외침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사업장 변경 권리가 없어서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 열악한 기숙사, 착취와 폭력 속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는 노동자의 출신 국가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가 더 희생돼야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해줄 것인가”라고 말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고용허가제로 인해 많은 이주노동자가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바꿀 수 없어 부당한 업무지시와 강제노동으로 인해 죽거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전락했다”라며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강제노동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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