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실업자 도시 마리엔탈』 외
        2021년 12월 18일 08: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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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자 도시 마리엔탈> – 사라진 일자리와 파괴된 공동체에 관한 사회지학

    마리 야호다,파울 라차르스펠트,한스 차이젤 (지은이),유강은 (옮긴이) / 이매진

    전체 주민의 4분의 3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활기 넘치던 거리는 섬유 공장 철거 공사 소음과 말없이 서 있는 ‘길모퉁이 남자들’로 스산했다. 1930년대 대공황,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마리엔탈 이야기다. 무너진 공장처럼 일상이 허물어진 도시에는 체념과 냉담이라는 ‘팬데믹’이 자리했다. 2020년 10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와중에 오스트리아 남부 노동청은 옥스퍼드 대학교 경제학자들하고 함께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장기 실업자를 대상으로 ‘공공 고용 서비스’라는 일자리 보장제 프로그램을 구상해 마리엔탈을 무대로 3년에 걸친 실험에 들어갔다.

    마리 야호다, 파울 라차르스펠트, 한스 차이젤은 실업 도시 마리엔탈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세 사회학자는 1931년 가을 예비 조사를 시작해 6개월에 걸쳐 다양한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와 참여 관찰을 적극 활용해서, 선험적 예단과 주관적 기술을 배제한 채 특정한 공동체를 살피는 사회지학(Sociography)이라는 방법론을 써, 앙상한 공식 통계와 우연적 인상에 바탕한 문학적 신문 기사가 놓친 일자리 잃은 노동자의 삶을 직조했다. 실업은 영혼을 잠식했다. 기대감과 활동의 위축, 시간 감각의 붕괴, 폭넓은 무기력 상태 등으로 요약되는 ‘사회적 인성 구조의 붕괴’가 일어났다. 일자리를 잃고 우리 식구 밥벌이는 내가 한다는 자존감이 무너진 20세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리엔탈 이야기는, 팬데믹과 일자리 소멸의 시대에는 어정쩡한 ‘기본 소득’보다 ‘기본 노동’이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는 교훈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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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종처럼 승부하라> – 권력의 화신에서 공론정치가로

    박홍규 (지은이) / 푸른역사

    태종 이방원하면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는가. 대부분 패도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형제의 희생을 강제한 두 차례 왕자의 난이며 사돈, 처가를 멸문시킨 권력욕을 상기하면 당연하다. 한데 정치학자가 쓴 이 책은 태종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으로 인간 이방원을 조명하는가 하면 한비자, 마키아벨리, 주자 등의 틀을 가져와 이방원의 ‘정치’를 분석한 덕분이다. 그런 만큼 궁중암투 수준을 벗어난, ‘이야기’로서의 재미가 충분한 것은 물론 태종의 치세를 제대로 이해하여 바람직한 정치 지도자상을 다시 생각하게끔 해주는 의미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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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방의 인문학> – 역사의 땅, 중국 변방을 가다

    윤태옥 (지은이) / 시대의창

    십수 년간 중국 국경과 해안 지역을 두루 답사한 저자가 기록한 역사문화 여행서. 중국은 중원이고 주변국은 변방이라는 주장은 편협한 인식일 뿐, 동아시아가 하나의 유기적 문화권이자 거대한 역사 덩어리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서역에서 북방으로, 북방초원을 지나 만주 그리고 동중국해, 남중국해와 서남의 내륙에 이르기까지 변방 곳곳을 답사했다.

    역사의 거인들이 탄생하고 발걸음을 뗀 곳이자 중원의 역사를 송두리째 뒤흔든 곳, 변방. 인류의 문명과 역사가 퇴적되어 먼지처럼 날리는 그 땅의 풍경을 저자는 책에 고스란히 옮겼다.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일은, 거대한 황하가 실은 티베트 고원의 깊은 계곡에서 시작되었음을, 역사는 작은 물굽이를 지나서야 도도한 물줄기로 흐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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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 – 메타구조란 무엇인가

    자크 비데 (지은이),배세진 (옮긴이) / 생각의힘

    프랑스에서 현존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로 꼽히는 자크 비데의 신간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 메타구조란 무엇인가』는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 읽을 것을 제안한다. 이는 둘 사이의 상보성을 인지하는 것, 둘 사이의 잠재적인 마주침의 지점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즉 마르크스주의가 탐험하지 않고 내버려둔 착취의 어떠한 측면에서 푸코를 추수하는 것, 그리고 마르크스의 것이었던 전체적 관점 내에 푸코의 작업들을 재기입하는 것이다.

    전작 『마르크스의 생명정치학: 푸코와 함께 마르크스를』(오월의봄, 2020)이 마르크스에서부터 출발해 푸코에게로 도달하는 방식으로 푸코와 마르크스를 결합했다면, 이 책은 푸코에서부터 출발해 마르크스에게로 도달하는 방식으로 푸코와 마르크스를 결합한다. 요컨대 전작이 푸코의 사상을 배경으로 삼고 메타-마르크스주의를 실천하는 저작이라면, 이 책은 마르크스의 사상을 배경으로 삼고 푸코의 철학을 연구하는 저작이다. 이를 통해 비데는 푸코-마르크스주의라는 이름 아래 결국 메타구조론 그 자체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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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 무사히 할머니가 되고 싶은 1인 생활자의 모험기

    김송희 (지은이) / 딸세포

    비혼 여성으로서 저자는 ‘귀여운 할머니’ 열풍에 가려진 가난한 노년에 대한 두려움을 직설적으로 고백한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려면 전문적인 직업이 있어 젊은 사람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어야 하고, 제 아집에 갇히지 않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빈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폐지 줍는 노인이 될 것을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못 다 이룬 재테크의 꿈이 아니라, 주변의 친구와 이웃을 돌보며 안전하고 평등한 공동체를 일구고 눈앞의 노인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려는 노력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불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홀로 살며 느끼는 존재론적인 불안을 직시하는 가운데 사안을 구조적으로 보는 시선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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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 수소에너지> –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에너지게임 체인저

    백문석,김진수,이경북,민배현,이준석,김기현,천영호 (지은이) / 라온북

    탄소중립을 넘어 수소에너지가 가져올 미래는 무엇이고 그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주력해야 할 의제는 무엇인지, 이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력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차근차근 짚어준다. 2050년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및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한 해결책으로 수소의 가능성을 재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며, 수소경제 관련 기초지식 습득을 원하는 사람들과 수소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최신 기술 동향과 정보가 필요한 사업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집필됐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됐으며, 수소에너지란 무엇인가, 왜 수소가 미래 에너지로서 주목받고 있는지 등 수소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수소경제에 관한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활성화 전략과 2050 탄소중립 전략에 관해 설명한다. 또한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기 무엇인지도 이야기한다.

    아울러 국내외 수소경제 정책 동향과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대응 전략 및 천연가스와 블루수소,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 수소의 종류와 각 특징에 따른 생산방법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수소의 생산, 저 장·운송 및 활용과 관련된 기술과 국내외 사업 동향도 더불어 소개하며, 끝으로 수소의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에 걸친 단가와 해외 수소의 도입 현황에 대해서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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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교과서> – 당신의 ‘돈 불안’을 없애드립니다

    김국현 (지은이) / 라온북

    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 없이, 최선을 다해 돈을 공부하고 이해하면 잘 모으고 잘 쓸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또한 재무와 자산설계, 투자와 재테크뿐 아니라 독서와 시간 관리, 공부와 태도까지 자신이 가진 자원의 절댓값을 키워 진정한 부로 자신의 자신을 확장하는 법을 알려준다. 돈은 어떻게 모으는지, 돈을 불리려면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할지 등 소득과 지출, 마인드 전 분야에서 부를 이루는 데 꼭 필요하면서 탄탄한 노하우를 전한다.

    돈을 모으기 위함보다는 돈 정리를 위한 저축 방법, 무턱대고 돈을 절약하기보단 시작을 단축하는 절약법에 대해 도표를 들어 친절하게 설명해 돈을 잘 모으도록 도와준다. 또한 돈을 똑똑하게 쓸 수 있도록 가계부 작성법,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법, 대출과 증여에 대한 기준을 설명한다. 돈 예민이, 돈방석형, 소비형 등 돈에 대한 성격 유형도 나눠, 유형마다 돈을 어떻게 모으고 써야 하는지도 재미있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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