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민주, ‘성적지향’
    제외한 차별금지법 검토?
    정의당 “인권을 종교계 표와 바꿔 먹겠단 얄팍한 계산...차별허용법”
        2021년 12월 16일 05: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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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성적 지향·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를 제외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공약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금지법 중 일부만 입법한다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만 더 강화하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목소리를 내온 정의당과 시민사회계는 “‘성소수자 차별조장법’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16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대선공약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을 민주당 선대위에 보고했다. 다만 민주연구원은 제출한 보고서에서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를 법제화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차별금지법·평등법은 21대 국회에서만 총 4개가 발의됐다. 해당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성별, 장애, 병력, 나이, 학력, 전과는 물론 성적지향까지 포함해 어떠한 사유로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 공론화 14년간 일부 보수 기독교계는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금지는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보수 기독교계의 표심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성적지향’을 뺀 차별금지법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농성단’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차별하자는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느냐”며 “ 우리는 ‘차별하자는 차별금지법’이 아니라 ‘차별하지 말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 4개 중 어느 것도 특정 차별금지 사유를 제외하지 않고 있고, 법안 4개 중 3개는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농성단은 “민주당이 14년 전 성적지향 등 7개의 차별금지사유를 삭제했던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과거로 회귀하는 퇴행을 검토하는 현실에 기가 찬다”며 “민주당 내부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이재명 후보가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이 명시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말을 분명히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공식 브리핑 등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선대위회의에서 “성소수자 제외하는 차별금지법은 또 다른 ‘차별허용법’이 될 수밖에 없다. 차별을 금지하자는 법의 취지는 훼손되고, 누군가는 차별받아도 된다는 인식을 공인하는 효과만 낳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차별금지법을 성소수자 제외하고 제정하겠다는, 감히 해선 안 될 불온한 발상을 중단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한다”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보도자료를 내고 “차별금지법에 조건을 달아서 차 떼고, 포 떼듯이 성적 지향 빼고 성 정체성을 빼라는 것은 법안을 난도질하며, 성소수자의 인권까지 난도질하겠다는 것”이라며 “동료 시민의 인권을 엿 바꿔 먹듯 일부 종교계 표와 바꾸겠다는 약고도 얄팍한 계산이 아니라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그 어떤 조건도 붙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오승재 정의당 대변인 또한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뺀 차별금지법 제정이야말로 무리가 있는 모순 그 자체”라며 “차별금지법마저 누더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민주연구원의 끔찍한 발상에 참담함을 느끼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이같이 말했다.

    오 대변인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모습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와 판박이다. ‘나중에’가 ‘다했죠?’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만일 이재명 후보가 제대로 된 차별금지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룬다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평생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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