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동의 없는 정치 참여는 '사기'
    2006년 12월 23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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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선거는 특히 대통령선거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는 총력전, 소모전이다. 선거운동본부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구축하고 있는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이 선거운동 몇 개월 사이에 쏟아져 나와 온 사회를 뒤덮고 휩쓴다.

대선은 총력전이자 소모전

평소 정치와는 무관하거나 중립적인 척하던 시민사회단체들도 여기서 예외가 되지는 못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직간접적 선거 참여에 대한 부정적 기류는 선거 직후에 최고조를 이루었다가, 선거일에서 멀어질수록 희박해지고, 선거 직전에는 다시 긍정적인 것으로 변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치 선거에서 너무 멀리 떠나거나 완벽하게 흡수된 적은 없다. 다만 선거 시기를 전환점으로 하는 주기적 고양과 퇴조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리저리 선거에 간여한 것은 대략 열여섯 번쯤 되는데, 왜냐하면 자유주의 정당이 재기한 1985년 12대 총선 이래 열여섯 번의 전국선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단체의 누가 어떤 정당의 누구와 만났다는 소문이 퍼진다는 것은 그만큼 선거가 가까워졌다는 ‘알람’이다.

얼마 전부터 여의도에서는 ‘새 정당’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이 때의 새 당은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여권 신당이 아니라, ‘시민단체 신당’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새 당 명단에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전국연합의 전현직 간부와 학계 인사가 포함돼 있다. 그리고 그 중 몇몇은 지난 총선과 대선 때에도 ‘창당’을 이야기하고 다녔었는데, 이번에는 여당 대권 후보와 접촉하는 실적까지 올리고 있다.

초등학교 동창회 총무도 물어보고 하는데

나는, 그가 누구든 정치에 간여하거나 누군가의 선거운동을 돕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어떤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든 정치 참여를 막는 것이 오히려 죄악이고, 시민사회단체의 상대적으로 고급한 인력 자원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한국 정치를 다소나마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단 하나의 조건, 자신이 몸담고 있거나 경력 사항에서 언제나 앞세우는 그 단체 회원들의 동의를 얻으라는 것이다. 서경석도, 최열도, 한명숙도 그런 과정은 아주 과감하게 생략했다. 그리고는 말한다. ‘개인의 활동’이라고.

그런데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같은 노동조합들은 어느 당에 들어가든 대개 조합원 투표 같은 걸 거친다. 자민련에 들어가든 민주노동당에 들어가든 공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통과하고, 정당으로 적을 옮긴 후에도 낮은 정도의 교류나마 유지하는 것이 노동조합에서는 불문율처럼 굳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동창회에서도 “금년 총무는 영희가 맡았으면 좋겠는데, 반대하는 분 계세요?”라고 묻지 않는가. 민주주의 하자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치 참여와 같은 고도의 민주주의 행위에 대해 아무런 절차도 두지 않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게다가 시민사회단체 전현직 간부들이 정치권에서 통용될 수 있는 상품성은 자연인인 개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들의 명망과 권위는 오직 단체의 공적 축적물로써만 발생한 것이고, 쓰여질 것이다. “저는 어디 단체 출신인데, 지금은 상관 없어요”라는 말을 누가 믿나? 한국 사회 시민이라면 누구든 “아, 어디 출신 누구지”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지지하는 것이지 않는가?

시민의 ‘사유화’ 또는 양심의 횡령

따라서, 출신 단체의 정치적 진로나 동의와는 무관하게 홀홀단신 정치에 나서겠다는 것은 ‘시민’의 사유화이고, ‘양심’의 횡령이다. 도대체가, 들어가려는 기성정당의 공천이나 경선에서 떨어질까 몸 달아 하면서, 저 키워준 단체에는 일언반구 않는 것이 세상만사를 윤리로 재단하던 자들의 도리인가 말이다.

언젠가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 J일보 기자와 술 먹으며 TV 토론을 지켜보는데, 유명한 시민단체 간부가 출연해 있었다. 그 이는 A당에 비밀공천을 신청했다가 B당과 친하다는 이유로 낙마했고, 다시 B당에 공천서를 내니 이번에는 A당에 비밀공천 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도저도 아니게 된 그 이는 다시 시민단체 간부 직함으로 칼럼을 쓰고, 토론에 참가한다.

J일보 기자 왈, “저 새끼 저거 다 사기야!” 이런 얘기 이제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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