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맘에 안들면 그렇게 다 엎습니까?"
        2006년 12월 23일 03:3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 이게 다 조중동 때문이야!"

    지난 21일 일심회 첫 공판장. 민주노동당 일심회 대책위원 서 모씨의 감치 소동이 있은 후 재판장의 조처를 기다리는 동안 방청객석에선 이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른 한편에선 "이젠 그만하고, (결과를) 기다려 보자"라는 차분한 대응도 있었으나 그 외침은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기자가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조중동 때문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이미 한이 맺히게 당했으면서, 또 ‘왜곡’될 ‘미끼’를 그리 던져주어야 했는가? 이렇게 소동을 일으키면 조중동 같은 선수들이 과연 어떻게 보도할지 모르나? 그렇게 순진한가?"였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첫 공판 사건을 보도한 보수 언론들의 주 내용은 ‘피의자들과 변호인단의 차분한 진술’ 대신 세 시간 가량 행해진 재판 과정 중 불과 20여 분에 지나지 않는 작은 ‘소동’에 지면을 할애했다.

    "감치 명령은 그 누구도 침범 할 수 없는 재판장의 고유 권한이기에, 흥분한 방청객들로 인해 종종 발생하는 사건이다"라고 밝힌 법원 경비 관계자의 말처럼, 결코 ‘이례적인 소동’ 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수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난장판, 아수라장, 파행, 욕설’ 만을 ‘뽑아서’ 보도했다.

    또 22일 금요일 보도에 이어 더 나아가 조중동은 23일 토요일 사설을 통해 "어쩌다 법정 질서마저 이렇게 무너졌는지 참담할 뿐이다 / 검사에게 ‘두고 보자’는 협박은 ‘적화(赤化)된 뒤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로 들려 소름이 끼친다 / 대한민국 법원은 판사와 검사를 모욕하고 재판까지 중단시킨 난동꾼들에게도 이처럼 자비롭다" 라며 일부 사건을 확대시켜 왜곡하는 ‘장기’를 발휘했다.

    그날 재판장엔 서초 경찰서 등 경비 병력이 약 20여명 투입 됐고 많은 취재진들은 물론 정보 당국 관계자들도 참석해 긴장감이 고조돼 있었다. 재판장도 이를 의식했는지 법정 질서에 어긋나는 함성, 박수, 응원 등의 행위가 여러 번 행해져도 계속 주의로만 끝냈다.

    하지만 방청객에선 재판장의 주의에 전혀 아랑곳없이 계속 보란 듯이 소란을 일으켰고, 급기야 마지막 순서인 최기영씨에 다다르자 참고 참았던 재판장이 감치 명령을 내린 것이다.

    법의 엄숙함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또 오랜 시간 끝에 만난 ‘동지’들이 반가워 애정을 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형태가 굳이 재판장의 심기를 건드려가며, 조중동에게 미끼가 될 만한 모양새이여야만 했는지 묻고 싶다.

    변호인 측의 말처럼 "피고인이 모두 진술을 마치고 뒤를 돌아봤을때 조용히 눈인사를 하며 목례를 하거나, 손을 흔들어주는 행위"로는 부족했을까? 법정 질서를 어기면서까지 한 응원이었건만, 그 결과는 피의자들에게 또 한번 그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주홍글씨’를 하나 더 보태준 꼴이 돼버렸다.

    흥분하는 방청객을 향해 "마음에 안 들면 그렇게 계속 다 마음대로 엎어버릴 겁니까? 그래서 재판하지 말까요?"라고 따끔하게 지적한 변호인 측의 충고를 그냥 흘러듣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