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전두환 옹호 발언
    심상정 “희대의 내로남불”
    진성준 "윤석열 발언과는 다르다"
        2021년 12월 13일 03: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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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구·경북 지역을 찾아 전두환 씨의 경제성과 인정 발언을 놓고 정치권 안팎으로 비판이 나온다. 정의당 내에선 “일말의 반성도 없이 떠난 학살자의 공과를 굳이 재평가해선 안된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국민의힘에서 “말바꾸기”라고 날을 세웠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13일 오전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의문사, 행방불명, 행려병자가 되어 사라져 갔던 것이 바로 전두환 경제의 실체”라며 이재명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또 그는 “이재명 후보는 불과 한 달 반 전에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씨를 옹호한) 발언을 맹비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전두환이 경제는 잘 했다고 재평가한 본인의 말이 문제가 되자 ‘진영논리에 빠져서 사실을 부정하면 안 된다’고 한다”며 “희대의 내로남불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고 질타했다.

    나경채 정의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공평하게 따져야 한다는 말은 거의 대부분 역사적 과오가 매우 큰 사람을 복권시키려고 할 때 동원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전두환 경제성과 인정’ 발언에
    심상정 “전두환 경제는 노동자 고혈 경제”

    심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재평가한 (전두환 경제 성과) 그 사실부터가 틀렸다”며 “전두환의 경제는 한 마디로 ‘노동자 고혈 경제’ 였다”며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왜 일어났겠나. 전두환의 국가전복기 시절에 자행된 극악한 노동탄압에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제가 바로 증인이다. 구로공단에 있으면서 수많은 노조 간부들이 머리채 잡혀서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더 지독한 놈이 나타났다’고 하셨던 이소선 어머님의 육성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을 100% 부정하지 않고, 정치는 잘했다고 평가했을 때 ‘호남을 능멸했다, 석고대죄하라’고 분명히 말했고, 민주당의 모든 정치인들이 참담하다, 수준이 낮다, 사과하라 맹폭했다”며 “양심이 있다면 (이 후보도) 똑같이 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심 후보는 전날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일말의 반성도 없이 떠난 학살자의 공과를 굳이 재평가하려는 것은 선거전략일 수 없다. 전두환의 시대를 로망하는 거대 양당 후보들의 잠재의식”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두환을 재평가하려는 자가 전두환”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있는 한 ‘전두환의 시대’는 그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경채 위원장은 “이재명 후보는 추풍령 휴게소에 들러 박정희가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산업화를 이끈 것처럼 자신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놓겠다고 했다”며 “이 땅의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방문해야 할 곳은 추풍령 휴게소가 아니라, 경부고속도로에 생명을 던진 노동자 77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금강휴게소 위령비”라고 강조했다.

    그는 히틀러의 계획 하에 건설된 독일의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을 거론하며 “이 도로 때문에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일 사람들이 히틀러에게도 경제를 일으켜 세운 공이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히틀러가 어떻게 해서 당시 독일인들의 저항에도 그 엄청난 전쟁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는지 되새기는 계기로 언급될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의 공과가 병존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3저(저금리·저유가·저달러)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며 “다만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범죄”라고 말했다.

    전 씨의 비석까지 밟았던 이 후보가 사실상 전 씨에 대한 평가를 번복한 셈이다. 이 후보는 ‘말 바꾸기’ 논란이 일자, 다음날인 12일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흑백논리, 진영논리”라며 “‘우리쪽은 다 옳고, 상대진영이 다 그르다. 오로지 흑 아니면 백만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전두환씨에 대해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평가한 것을 놓고 “집단학살범도 집단학살 빼면 좋은 사람이란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광주 영령과 호남인 능멸에 대해 즉시 석고대죄하라”라고 반발한 바 있다.

    국민의힘 “일관성 없어” … 민주 “윤석열과는 다른 발언”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던 이 후보가 전 씨에 대한 옹호 발언을 내놓자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전두환 대통령 비난하고 5.18 현장에 가서 (비석을) 발로 밟고 넘어갔던 후보가 표를 앞에 두고는 ‘삼저호황을 잘 이용한 것은 잘했다’고 한다”며 “국가 지도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 지역에 가서 이 이야기하고. 저 지역 가서 또 다른 이야기하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성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도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했고 인권침해한 독재자라고 비난을 했었는데 이번엔 표 때문에 그 지역에 가선 산업화에 대해서 공이 있고 훌륭한 지도자라고 했다”며 “(표 때문이 아니라면) 과거에도 양비론적 측면에서 두 가지를 다 평가했어야 한다. 자기 이득이 눈앞에 오니 평가하는 것과 이득과 관련 없었을 때 평가했던 것이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같은 매체에 출연해 “개인적으로는 불필요한 말씀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윤석열 후보의 발언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진 의원은 “이재명 후보는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처럼 ‘쿠데타나 광주학살 빼고는 다 잘했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다. 거두절미 하고 발췌해서 똑같다고 하는 것은 과도한 비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객관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평가이고, 진영논리에 사로잡히지 말자라고 하는 정치적 유연성을 보인 것”이라며 “그것은 비단 전두환 정권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고 문재인 정부, 박정희 정부, 노태우 정부,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다 마찬가지”라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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