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사님, 왜 자꾸 그런 질문 하시는 겁니까"
        2006년 12월 22일 05: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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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으로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으며, 그런 일은 결코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 주민들이 무슨 전투 병력도 아니고… 조사를 받으면서 계속 그런 질문을 받았는데, 도대체 무슨 답변을 얻으려고 자꾸 그런 질문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2년 실형 선고를 받은 국제엠네스티 양심수 김지태 이장은 2심 첫 공판에서 ‘집회의 우발적 사고’를 파고드는 판사의 심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22 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302호(재판장 서명수)에서 열린 2심 첫 공판에서 김 이장은 대추리 7.10 평화대행진 집회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에 의도성이 개입됐는지를 묻는 판사의 심문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 김지태 이장 (사진=평택 범대위)
     

    김 이장은 "만약, 정부가 처음부터 주민들에게 미군기지 이전의 이유를 밝히고 정당한 절차를 밟았더라면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마을 이장 협의회와 농민 단체 활동이 조직 활동의 전부인 것처럼, 다른 주민들도 전문 운동가들이 아니다"라며 "7월 10일에도 우리가 집회 전 예상한 건 무대 설치를 위해 지저분한 나무의 가지치기를 해서 주위 환경을 깨끗하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전부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이장은 "게다가 우리는 이미 7월 10일 이전에도 크고 작은 집회를 여러 번 평화적으로 치렀는데 그간 단 한번도 싸움 같은 건 없었으며, 오히려 싸움이 벌어져 의아한 건 우리 쪽이였다"라며 "그날 갑자기 전투 병력이 투입돼 참가자들을 무리하게 막으면서 폭력이 발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얼마 전 정부가 밝혔듯 아직 최종 마스터플랜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주민들에게 땅부터 내놓으라는 게 과연 옳은 건지 고민해 봐야 한다. 당연한 저항 할 수 밖에 없었던 주민들의 상황과 합법적으로 신고 된 정당한 집회를 방해한 경찰의 집시법 위반 행위를 깊이 숙고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만성 B형 간염과 치질 악화에 따른 수술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 등 악화된 건강 상태를 참작해" 김지태 이장의 보석을 신청했으며, 경찰의 집시법 위반을 보여주는 동영상 (7, 10 평화 대행진), 엠네스티가 양심수로 지정한 자료, 집회 당시 부상당한 시민들의 명단을 다음 공판의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 측은 "본 미군기지 재협상은 나라끼리 맺은 조약이며 이미 서로 합의한 것"이라면서 "이에 맞춰 국가의 적절한 보상과 대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위적으로 방해한 김 이장의 행위는 국내를 넘어 외교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키는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을 기자 옆에서 지켜본 김 이장의 아버지 김석경씨는 "월요일마다 지태를 정기적으로 면회하고 있다. 재판에 대해선 며느리가 변호사 쪽과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가 걱정할까봐 말을 잘 해 주지 않는다"면서 김 이장의 뒷 모습을 보며 연신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재판을 지켜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고은태 지부장은 "과거 전례를 보면 앰네스티의 양심수 지정이 당사자는 물론 관계자들에게 많은 힘이 돼 결국 좋은 결과를 많이 이끌어냈다. 그러한 좋은 결과들로 인해 지금까지 엠네스티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라며 "판결 결과에 대해선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엠네스티의 양심수 지정은 김 이장이 감옥에 묶여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이덕우 대표 변호사는 "5년이 연기 된 상황 속에서, 이미 정부가 잘못했다는 것이 천천히 밝혀지고 있다. 말못할 정치적 속사정으로 인해 1심에서도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면서 "수술이 필요한 만큼 건강 상태가 많이 악화돼있고, 또 여러 정황들을 볼 때 보석신청은 받아들여 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날 재판은 변호인 측의 항소심 변론, 김지태 이장의 변호사 심문, 판사 심문 등의 순서로 이어졌으며, 대추리 주민 30여명과 민변 관계자 6인, 가수 정태춘, 국제엠네스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한편, 지난 주 대추리에선 주민들을 상대로 ‘정부에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한겨레 21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화적 투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조처’ 로 주민들은 ‘김지태 이장의 즉각 석방’을 첫 손으로 꼽았다.

    현재 대추리에는 46가구 60여명의 주민들이 남아있으며 지난 15일 서울고등법원 판결 후 국방부는 14일이 지나면 대추리 주민들의 생가를 강제철거 할 법적 권리를 갖게된다.  다음 재판은 1월 17일 오후 4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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