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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화는 마음으로 하는 것
    [그림책이야기]『핑퐁 클럽』(박요셉/ 문학동네)
        2021년 12월 08일 09: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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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을 몰라주는 대화

    어젯밤에 심상정 대선후보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뉴스를 보던 심상정 후보가 남편에게 뉴스에서 거대 정당의 대선후보만 거론하는 건 부당하다는 심경을 토로합니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남편은 자본주의 언론에서 대기업을 거론하는 건 당연하지 않냐는 식으로 대답한 것 같습니다. 대답은 들은 심상정 후보는 스트레스 받으니 말을 말자고 합니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는 재미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심상정 후보는 현실을 몰라서 남편에게 물어본 게 아닙니다. 남편한테서 공감과 위로와 지지를 받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위로는커녕 핀잔을 들었으니 얼마나 열을 받았을까요?

    이렇게 대화를 던지는 사람의 마음은 몰라주고, 대화의 표현만을 붙잡고 겉도는 대화가 얼마나 많을까요? 우리의 대화는 얼마나 엇갈리고 있을까요?

    주거나 받거나 놓친 것들

    박요셉의 그림책 『핑퐁 클럽』에는 부제가 있습니다. 주거나 받거나 놓친 것들. 도대체 무엇을 주거나 받거나 놓쳤을까요?

    첫 장면에는 왼쪽엔 빈 페이지, 오른쪽엔 빈 탁구대만 보입니다. 두 번째 장면에는 비로소 왼쪽에는 “내 말 들리니?”라는 대사가 나타나고, 오른쪽에는 탁구 치는 두 사람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탁구가 곧 대화를 뜻합니다.

    세 번째 장면에서는 왼쪽에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돼. 언제나 귀 기울이고 있어.”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자! 이제 오른쪽에는 어떤 그림이 나올까요? 큰 소리로 말한다는 것과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탁구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할까요?

    박요셉 작가는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스매싱하는 커다란 라켓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리시브하는 커다란 라켓으로 표현합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 우리는 논리적인 잣대 따위는 잃어버리게 됩니다. 초대형 라켓 덕분에 독자의 이성은 마비되고 웃음만 빵 터집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집니다.

    다음 장에는 왼쪽에 “말에도 무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그럼 오른쪽에는 어떤 탁구 그림이 나올까요? 여러분은 어떤 탁구 장면을 상상하시나요? 참고로 박요셉 작가는 장난꾸러기입니다! 장난꾸러기 박요셉 작가가 전하는 유쾌한 그림책 대화 놀이! 바로 『핑퐁 클럽』입니다.

    핑퐁 클럽

    사실 주고받는 대화를 탁구로 표현한다는 것이 그다지 신선한 발상은 아닙니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핑퐁 게임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써왔기 때문입니다. 마치 초승달이나 그믐달을 깎은 손톱에 비유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요셉 작가의 핑퐁 클럽은 신선합니다. 오히려 박요셉 작가는 탁구라는 비유를 독자들에게 익숙하고 쉬운 공감대로 사용합니다. 대화를 탁구에 비유하는 일은 너무나 많이 해왔기 때문에, 독자들은 아주 쉽게 대화를 탁구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신선한 반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박요셉 작가는 마치 왼쪽엔 대화, 오른쪽엔 탁구 그림이라는 규칙을 정해놓고 독자에게 그림 퀴즈 게임을 제안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대화를 탁구로 표현합니다. 그럼 다음 대화는 어떤 탁구 그림으로 표현할까요?”

    그러면서 작가는 실제로 왼쪽에는 대사를 넣고 오른쪽에는 대화에 어울리는 탁구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이 점이 독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대화를 핑퐁 게임이라고 말한 사람은 많았지만 대화의 디테일을 탁구의 티테일로 표현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디테일의 창작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왼쪽의 대화를 퀴즈로 인식한 독자들은 오른쪽의 탁구 그림을 보자 입을 쩍 벌리고 맙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와! 신선한데!”

    대화는 마음으로 하는 거야!

    대화는 말로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마음으로 하는 것일까요? 심상정 후보는 응원와 지지를 바랐는데 팩트로 받아친 남편분처럼, 우리는 많은 순간 대화를 말로만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궁금한 게 있으면 책을 보거나 검색합니다. 지식이나 정보는 책과 인터넷 세상에 이미 가득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 때는 지식이나 정보를 알고 싶어서 묻는 게 아닙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위로받고 싶고, 응원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딴소리를 하는 걸까요? 아마도 누구나 공감받고 싶은 욕구만큼, 내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상대방보다 더 큰 위로가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위로가 필요한 세상,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상처투성이인 우리 마음,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말이 아닌 마음으로 대화하라며 유쾌하게 주고받는 탁구 대화 그림책, 바로 『핑퐁 클럽』입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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