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대통령 발언 전문
        2006년 12월 22일 12: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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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에 한 번 이렇게 함께 보는 아주 소중한 기회인 것 같습니다. 세 분 건의말씀도 잘 들었습니다. 내용이 참 좋습니다. 우선 수준이 전문가 수준입니다. 말하자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정책 보조를 받거나 또는 내각을 통해서 도움을 받고 있는 그 사람들의, 그 전문가들의 수준에 조금도 못지 않은 아주 전문적 수준의 것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통령으로서 가슴이 뜨끔한 데가 있습니다. 전체 내용엔 정부 정책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 내용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뜨끔합니다.

    첫 번째 뜨끔한 이유는 세 분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내용, 아주 구체적인 특별한 내용 이외에는 정책 기조가 똑같은 방향에 서 있는데 왜 같은 말씀을 또 반복하실까, 이런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두 번째는 건의 중에 원칙, 신뢰, 일관성, 국민적 합의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이 말씀은 이 점에 있어서 우려가 있다는 것을 표명하신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잘 알아들었습니다. 제가 구구하게 변명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런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에 관해서는 모든 정책이 우리가 지향한다고 다 그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리로 가려고 하지만 막히는 수도 있고 또 부득이 돌아가야 되는 수도 있고 지체되는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문제에 관해서는 조금 변명하겠습니다. 변명하기 전에 한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저도 요즘 제 아내하고 한 이틀에 한 번씩 말다툼을 합니다. 저더러 아내가 자꾸 신문 보래요. 저도 신문을 직접 보기도 하고 또 신문을 요약 분석한 보고를 따로 보고받기도 하는데 신문 보고 나가서 참모들하고 대화를 하면 자꾸 엇나갑니다. 결국 나중에 맞추어보면 제가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리 대통령이 긴장하더라도 정보가 입력이 되는데 이것은 몇 날 몇 시 어느 자리에서 누구에게 들은 얘기이고, 이건 몇 날 몇 시에 어느 보고서에서 본 얘기고, 이것은 어느 신문에서 본 얘기고, 이게 구분이 되질 않습니다. 정보라는 것은 접수되면서 일정하게 그럴 듯하다 싶어서 반응이 딱 일어나면 그냥 자기의 기억으로 입력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입력되어 버리고 그런 인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 인식을 가지고 있다가 그 일을 책임지고 있는 참모하고 만나서 얘기해 보면 이게 말이 앞뒤가 안 맞습니다. 우리 안보실 참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차례 그런 것을 반복한 다음에는 요즘은 늦더라도 좋으니까 좀 기다립니다. 안보실의 보고를 먼저 받고 그 다음에 신문이나 이런 것은 구문으로 다시 참고삼아 정리하는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됐을 때 제 판단이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러면 주는 것만 받아먹고 시민들의 폭넓은 다양한 정보는 차단되는 것 아니냐 그런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신문, 방송, 인터넷, 이 모든 정보를 정부가 전부 다 실시간 정리를 합니다.

    그 중에서 정부의 정책에 관련된 기사로서 그 말이 맞다, 사실과 의견이 맞고, 그럴 때엔 그것을 전부 정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다음에 잘못된 것은 전부 고칩니다. 이것은 언제까지 시행령을 고치겠다, 이것은 언제까지 법을 고쳐야 되니까 입법 조치를 취하겠다, 이것은 예산 조치하겠다, 이것은 우리가 그냥 처분으로서 알아서 하겠다, 전부 보고서를 쓰게 되어 있습니다.

    이 보고서를 쓰면 그것을 우리 정책실에서, 국무조정실에서 1차적으로 체크하고, 국내언론비서관실에서는 기사의 건수를 전부 체크해서 주간 보고를 저한테 하게 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제가 너무 바빠서 비서실장이 한 번 더 챙겨보고 월간 보고로 하게 해달라고 줄였습니다. 시스템이 안착됐기 때문이지요.

    틀린 보도면 어떻게 하냐, 대강 어중간한 것은 그냥 넘어가고 심하고 명백한 것은 반드시 정정보도를 청구합니다. 정정요청을 듣지 않으면 정정보도 신청을 냅니다. 그래도 안 되면 소송까지 갑니다. 물론 정정보도도 있고 반론도 있고 합니다. 그 다음에 항의도 있고요. 항의 정도로 하고 끝내는 것도 있고, 절반은 맞고 절반은 엉성해서 오해가 생길 소지가 있는 것은 해명을 달아줍니다. 이 활동을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제가 전부 수렴해 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정보를 흘려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개인이 혼자 이 신문 저 신문 뒤적거리는 것보다는 훨씬 더 체계적이고 완벽하지요.

    그래서 이제 신문기자들이 글을 쓸 때 굉장히 조심합니다. 사실을 확인하는 습관이 점차 붙어갑니다.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대신에 괘씸하거든요. 옛날에 공무원들은 안 그랬는데, 요즘 공무원들은 또박또박 말대꾸를 한단 말입니다. 옛날 장관님들은 기사가 뭐가 나갔든 간에 장관이 ‘편지 잘 받았네. 언제 술이나 한잔하지.’ 설사 술을 안 사더라도 이렇게 말합니다. 인사를 이렇게 하고 넘어가는데, 요즘은 장관은 안 나오고 과장, 국장, 사무관 이 사람들이 나와서 당신 기사 정확하지 않소, 또박또박 따지니 괘씸하게 됐단 말이지요.

    어쩌겠습니까? 철저히 파는 거지요. 정말 먼지 나는 것 없나? 잘못된 것 없나? 철저하게 파지요. 별수 있습니까? 공무원들 정신 바짝 차려야지요. 대통령이 일일이 다니면서 감사원장, 장관에게 내부 감사 잘하라고 이렇게 할 필요가 없지요. 기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철저히 챙겨주니까요. 그렇습니다. 괜찮은 시스템 아닙니까?

    오늘 제가 드리는 말씀은 그것입니다. 제가 제일하고 싶었던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한테 원칙 없는 정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슬픕니다. 그러나 어쩔 수 있습니까? 슬프다 말하고 또 노여워하면 그것도 문제가 되고 그렇지요.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어디 가서 항상 강연할 때 절대로 빠트리지 않는 말 한마디가 있습니다. 신뢰입니다. 민주주의 못 해도 신뢰가 있으면 사회가 유지되고, 민주주의 해도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가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신뢰를 우리 사회 최상의 위치에 있는 가치로 본다, 항상 그렇게 얘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정책 신뢰성이 계속 문제가 되니까 이 또한 제가 또 부끄러운 일입니다.

    일관성, 이건 같은 것이지요. 일관성과 신뢰라는 것은 사실은 비슷하게 맞붙어있는 것이지요. 생명이지요. 국민적 합의 등등이 다 이런 것인데,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원칙들이, 제가 가장 존중하고 꼭 실현하고 싶었던 참여정부 최대의 목표가 지금 이렇게 지적받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아니면 좀 더 다른 데 냉정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뭐 숙제입니다. 저는 결코 승복하지 않습니다. 승복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니라고 증명할 방법도 없습니다.

    건의 주신 부분에 대해 사실 다 좋은 말씀입니다. 원칙이라는 것 말이지요. 상호주의, 거기에 대칭되는 원칙은 뭘까요? 일방주의 아니겠습니까? 문법상 그렇습니다. 그런데 상호주의에 대응하는 참여정부의 정책은 실용주의입니다. 왜냐하면 상호주의라는 것은 형식적이고 경직된 원칙이 될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해나가는 데 조건과 서로의 처지가 너무 다르고 생각도 다릅니다. 어떤 분이 말씀하는 것처럼 ‘네가 한 대 때리면 나도 한 대 때리고 이게 상호주의 아니겠어?’ 이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남북관계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고 하고자 하는 목표인 평화, 신뢰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를 놓고 그때그때 우리가 판단해야지 그냥 상호주의라는 원칙에 묶어두면 안 됩니다. 결코 일방주의적 퍼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놓고 신뢰를 확보하고 결국은 남북간에 대화로써 보다 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유익하겠습니까. 그래서 상호주의에 대응하는 정책 개념은 실용주의라고 이해해 주십시오.

    저는 대북 송금 사건의 수사의 법률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명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시한 적도 없습니다. 이것이 많은 논란되고 있습니다만,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하는데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투명성이기 때문에 저는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추세가 비록 통치 행위라 할지라도 투명성과 합법성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있어서 제가 이 점은 참여정부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해서 수용했습니다.

    사실은 남북관계에서 초법적인 통치 행위가 성립할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 하나 그것은 국민들이 수용해 줄 때만 최고 통치권자의 초법적인 통치 행위를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것이지,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마당이면 어려운 것 아니냐, 그 당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당시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원칙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한에서 대화를 중단했을 때 한국도 중단해 버리고 일방적 통보가 왔을 때 내가 거절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한 번은 거절했는데, 우리 통일부가 어쩌든지 일이 되게 하려는 부처이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지시를 해도 해석을 조금 달리해 가지고 어지간하면 대화를 끊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점을 크게 문책하지 않았습니다. 문책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문책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러 가지 대북 지원이 중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원칙이기도 하고, 원칙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북 지원을 끊고 있는 것은 인도주의 원칙, 상호주의 원칙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겠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 외에 동시행동원칙이나 정부·민간 분리 원칙, 다 동의합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해야 된다는 정 민 위원님, 비핵 공영이란 이름을 쓰진 않지만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공모해서 좋은 이름을 차용하든지 한번 검토해 보겠습니다.

    그 다음에 냉전 구조 해체와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9·19 공동선언에 보면 바로 이 문제가 다 들어 있습니다. 평화체제 협상에 관한 조항, 동북아 다자 안보 체제까지 언급되어 있습니다. 9·19 공동선언이 지금 표류하고 있으니까 아무 가치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거기에는 새로운 개념이 들어 있습니다. 동북아 다자 안보 체제라는 개념이 들어 있습니다.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때 9·19성명이 나왔습니다. 그 뒤에 미국이 한발 물러서고, 물러섰다기보다 BDA 문제가 딱 걸렸는데, 참 저도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9·19 성명을 서명하고 있는데 2, 3일 전에 미국 재무부에서는 이미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계좌 동결 조치를 해 버린 것입니다.

    아무리 봐도 지금 보기에는 국무부가 미처 몰랐던 것 아닌가, 북경에서 모르는 상태에서 그 하루 이틀 전에 제재는 나와 버렸고 나온 것을 풀지 못하고 여기까지 와 버린 것 아닌가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또 나쁘게 보면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보면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 사이에 이 점에 대한 원칙을 해석하는 것이 많이 달라서 정치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재무부는 법대로 가자고 주장할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만, 잘 알 수가 없습니다.

    9 ·19 선언이 탄생하자마자 땅에 묻혀버렸지만, 봄이 오면 싹이 트듯이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와 평화구축,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다자안보체제와 평화체제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방향으로 가겠습니다. 신뢰, 일관성, 합의에 대해 말씀 주셨는데 이렇게 노력을 하겠습니다.

    대북 정책 협의체제, 각계각층의 대표적 지도자나 원로들 모아놓으면 서로 통화가 안 됩니다. 말을 다르게 쓰고 있거든요. 우리가 식민지, 좌우대립을 너무 심하게 겪었고 전쟁까지 치르고 독재라는 세월을 거치는 동안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게 돼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습니다. 개념이 달라서요. 참 좋은 얘기인데, 이것을 못하고 있는 거지요.

    제가 이것 한번 해 보자고 맨 처음에 고건 총리를 기용했었지요. 그래서 고건 총리가 다리가 되어서 그 쪽하고 나하고 가까워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랬는데, 오히려 저하고 저희 정부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 왕따가 되는 그런 체제에 있는 것이지요. 중간에 선 사람이 양쪽을 끌어당기질 못하고 스스로 고립되는 그런 결과가 되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 실패해 버린 인사지요.

    링컨 대통령의 포용 인사가, 제가 김근태씨나 정동영씨를 내각에 기용한 그 정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링컨 대통령 책에 오래 오래 남고 남들이 연설할 때마다 그 분 포용인사 했다고 인용했는데, 저는 비슷하게 하고도 욕만 얻어먹고 사니까 (일동 웃음 ) 힘듭니다. 링컨 흉내를 내려고 해 봤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재미가 별로 없습니다. (일동 박수)

    여기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이 사안은 통일외교안보정책 사안입니다. 큰 틀에 있어서 안보의 영역에 포함되는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지요. 안보 문제와 표리관계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통일을 왜 해야 됩니까. 더 잘 살기 위한, 더 사람답게 살기 위한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만, 더 절실한 것은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일단 평화가 확보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이고, 그 다음에 그를 통해서 우리가 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더 좋은 것이고요.

    핏줄을 같이 하고, 말을 같이 쓰고, 문화를 함께하는 사람이 하나로 함께 통합되어서 사는 것이 보다 사람답게 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통일해야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평화입니다. 평화라는 것이 안보의 핵심 개념이거든요.

    안보가 뭐냐, 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안보의 목적이고 평화도 안보의 목적 아닙니까? 그러나 고유의 의미에서 우리가 안보라고 얘기할 때는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적 활동이지요. 전쟁에게 이기는 것보다는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지요. 전쟁에서 이기는 안보보다는 평화를 지향하는 안보라는 개념을 확실히 하면 좋겠습니다. 대화를 지향하는 안보를 해야 됩니다.

    안보를 위해서 끊임없이 대결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안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상대를 경계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상대를 경계하는데 거기에 적대적 감정이 들어가고 불신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안보가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인지.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느냐, 적이 공격했을 때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는 수준, 나는 털끝도 안 다치고, 아니면 거의 껍질이나 약간 벗겨지고 찰과상 정도 입거나 타박상 정도 입고 완전히 제압하는 수준이라면 확실하지요. 안보를 위한 대비가 확실하지요.

    이제 적어도 저쪽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격을 해서 이길 수 없다, 따라서 점령할 수 없고 지배할 수도 없다, 이 단계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이겨도 점령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입니까? 점령해도 지배하지 못하면 전쟁을 일으킨 보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 가능성이 없으면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전쟁 시작 안 할 겁니다. 그래서 이기지 못할 수준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 대 때리려고 하다가 한 대 반을 맞을 형편이면, 팔 하나 부러트렸는데 자기 팔은 두 개 부러져버릴 형편이면, 제정신 가진 사람이면 싸움을 안 하지 않겠습니까. 목적을 어디까지 둘 거냐, 힘의 비교를 어느 정도에 둘 거냐를 판단해 보고 정신없는 짓 안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상대를 평가해 보는 겁니다.

    상대가 제정신이 멀쩡한 사람인지, 아니면 완전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돌아버린 사람인지, 아니면 머리가 아주 나쁜 사람인지를 판단해 봐야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전제를 할 때 부도덕한 사람, 약간 맛이 간 사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비정상인 사람으로 되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됐을 때 패널들이 저한테 ‘노 후보, 김정일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오?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물을 때 ‘예’ 하면 그날로 박살나는 겁니다. 그렇다고 ‘아니오’ 해도 곤란합니다. 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는 것이 한국 유일의 정치 풍토, 정치 문화 아닙니까.

    그 사람도 판단력은 있겠지요. 민주주의 사회 기준의 사고력과 분석력을 가지고 있는 판단력이냐, 공산주의 또는 주체사상이라고 하는 그 체제에 맞는 수준과 기준에서는 적어도 판단력이 있지 않겠느냐, 쉽게 말해서 사람이 저 죽을 짓 하겠냐, 이런 것이지요. 완전히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이런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인데, 저 죽을 짓까지 무릅쓸 만큼 이상한 사람이냐, 이것까지 우리는 합의를 못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사회가 그 정도 합의가 안 되는 겁니다. 저 사람 제정신 맞아, 어떤 사람은 설마 제정신이겠지, 어떤 사람은 완전히 정신이상이야, 이런 겁니다.

    그래서 ‘멀쩡할 걸’ 이러면 그날로 박살이 나는 겁니다. ( 일부 웃음 )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거든요. 이 기준을 가지고 우리의 안전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전쟁을 예방한다고 할 때, 어쨌든 전쟁에 이기더라도 많은 상처를 입지 않습니까? 많은 손실을 입으니까 안 나게 해야 하는데, 안 나게 하는 그 억지력의 판단 기준이 정상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할 거냐, 돌아버린 사람을 기준으로 할거냐, 이 문제를 가지고 우리 한국이 얼마만큼 심각하게 싸우고 있는지 아십니까? 지금 신문에 나오고 있는 만화 비슷한 얘기들이 사실은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제정신 가진 사람이면 지금 한국을 향해서 북이 도발적 행위를 한다는 것은 바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관리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인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저희더러 사상 검증을 하는 거지요. 장관 지명해서 국회 청문회 나가면 6·25가 남침이오, 북침이오 묻거든요. (일동 웃음) 제가 한국전쟁, 6·25 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할 만한 사고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지 않습니까? 참 억울합니다. 저는 제 정신입니다. (일동 웃음, 박수)

    이래서 어렵습니다. 모든 것을 전쟁이나 힘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대화로써 해야 되는 것입니다. 이 대화의 전제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상대방의 존재 인정과 존중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이 옳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해야 됩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해야 됩니다. 이것이 철학적으로 상대주의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마디로 관용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지요. 관용이 대화의 전제지요. 대화를 통해서 남북문제를 풀어가고 주먹을 꺼내기 전에 말로 먼저 해결하는 것이 대화를 통한 안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남북간 대화하려고 하는데 인간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이거지요. 우리 국내에서도 대화를 하려고 하니까 인간에 대한 인식이 다릅니다. 가치에 대한 인식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척사위정론이라고 하는 사상 체계를 가지고 서학한다고 수백명씩 잡아 죽이고, 마침내 1866년경에는 8천명을 잡아 죽였지 않습니까? 선비정신 같이 좋은 것은 우리가 이어받아야 되겠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적 사상에 이같은 위험한 요소가 내포되어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다시 한 번 더 돌이켜봐야 됩니다. 그것이 끊임없이 반대편을 죽이는 문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사문난적, 척사위정 두말로 표현되는, 철저히 타도해 버리는 문화를 우리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안보에 대해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안보, 안보하고 나팔을 계속 불어야 안심이 되는 국민의식이 정말 힘듭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습니다. 저 함경북도 앞바다 어느 쪽으로 미사일을 쐈는데, 한국으로 그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 아닙니까? 다 알고 있는 일 아닙니까? 정치적 정세, 안보적 정세가 장기적으로 총체적으로 서서히 변화해 가는 것이지, 그날 큰일 나는 것 아니거든요. 그날 전쟁 나는 것 아니란 말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국민 여러분! 미사일을 쐈습니다. 라면 사십시오. ( 일동 웃음) 방독면 챙기십시오’ 이렇게 해야 합니까? 새벽에 비상을 걸어야 합니까? 아침에 보고를 받았습니다. 긴급히 안보상임회의를 소집하자고 했는데, 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국민들을 놀라게 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그래서 11시에 모여서 관계장관 간담회를 했습니다. 간담회로 하나 상임위원회로 하나 새벽 5시에 모이나 저녁 11시에 모이나 그 일 처리에는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예측하는 단계에서 달라지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왜 북 치고, 장구치고 국민한테 겁주지 않았냐며, 나를 얼마나 구박을 주는지요. 조용히 합시다. 우리나라 안보 그렇게 북치고, 장구치고 요란 떨지 않아도 충분히 한국의 안전을 지켜낼 만한 국력이 있고 군사력이 있습니다.

    국방비 올렸지 않았습니까? 저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은 군비 축소해서 복지에 써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저는 군비 축소 안 했습니다. 그것은 한국의 군사력이 역사적으로 대북 군사력만이 완전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군사력이 약해서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을 당해내지 못하고 한반도의 힘의 공백 상태가 생기면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처럼 다 전쟁터로 변했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않도록 외국 군대가 우리나라에 와서 전쟁놀이를 못하게 할 정도의 국방력을 가지고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일동 박수)

    중국과 일본, 미국 이 사이에 중첩적인 잠재적 적대 관계가 동북아시아의 다자안보 체제, 동북아시아 공동체 같은 새로운 구상을 통해서 전환되기 전까지는 한국은 상호주의의 국방력을 가지고 있어야 됩니다.

    그래서 국방비를 결코 줄여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대북 정책에 대해 국민들을 밤낮없이 불안스럽게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안보 괜찮습니다. 저는 지금 이렇게 얘기하고 여러분들께서 이 자리에서 박수를 쳐주셨습니다만, 여론조사하실 때는 전부 가위표를 치셨을 겁니다. 여론조사 결과 보니까요, 네편 내편할 것 없이 전부 잘못했다고 다 가위표를 쳐놨는데 정말 정치라는 것이 어렵구나, 양심껏 소신껏 했는데 그렇게 하면 판판이 깨지는 게 정치구나, 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갈 수 없습니다. 달라진 것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터질 때는 터지더라도 다르게 할 건 다르게 하겠다, 그게 단임 정신 아니겠습니까.

    고향 친구들 만나기가 제일 미안합니다. 고향친구, 학교 동창들은 저 대통령 만들려고 다니면서 친구들한테 표 찍으라고 했는데 지금은 몰려서 박살이 나고 있으니까, 이 친구는 어디 술자리 가서 괴롭기 짝이 없지요. 그런 애로사항은 있습니다만, 그 사람들 체면보다 더 큰 게 국가의 미래라고 생각해서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원론적으로 몇 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실례를 들어서 말하겠습니다.

    ‘이라크 파병 왜 했냐’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지요. 저는 껄끄러워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미국하고 왜 껄끄러워졌냐’고 묻습니다. 맨 처음 대통령 당선됐을 때 북핵문제를 놓고 북한에 대한 무력 공격설이 미국 신문과 우리 신문에 마구 난무했습니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말했다, 안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신문에 난무하면 거기에 대해 국민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무력공격은 안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러면 미국하고 일 생긴다’고 우리나라의 안보와 안보 논리를 주도해 왔던 사람들이 ‘큰일 났다’ 이겁니다. ‘노무현이 미국하고 관계를 탈내겠다’고 그러는 겁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어떻든 전쟁은 안 된다 했습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겠고요.

    왜 그렇게 했겠습니까. 여러분이 지금 그런대로 쓸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옛날에 사귀던 친구보고 우리 집에 놀러오라고 했을 때 놀러오면 내가 아직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돈 좀 꿔 달라해서 돈 빌려 주면 그거 아주 괜찮은 사람입니다. 돈 안 빌려 주면 ‘내가 요새 한 물 가는구나’ 이렇게 생각해야 지요.

    한국이 괜찮은 나라라면 여행하는 사람이 많이 오고, 괜찮은 나라라면 돈 빌려주는 사람이 있고, 투자하는 사람이 있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통령 당선됐을 때 투자가 끊어질 거다, 돈 빌리러 갔더니 가산금리를 더 내라 한다, 이 말은 한국에 돈 빌려 주기 싫다는 것과 같은 겁니다. 국가가 돈을 빌릴 수 없게 되면 그때부터 위기로 갑니다. 돈 빌려 달라 했을 때 안 빌려주면 그때부터 철저히 단속하고 재빨리 신용을 회복하지 못하면 바로 97년 외환위기 같은 사태로 굴러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바뀌었고 미국을 한 번도 안 가 본 대통령이고, 그런데 전쟁은 난다하고 이런 저런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안팎 곱사등이 됐지요. 북핵문제를 가지고 전쟁은 없다 해야 하고 두 번째로는 있거나 없거나 간에 미국하고 관계가 돈독해야 하는 것이지요. 돈 빌려 주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제일 처음 물은 것이 전쟁하냐, 북한이 붕괴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얘기해 놓고 나니까 미국하고 잘 지낼거냐, 이렇게 물었습니다.

    ‘잘 지낸다,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큰 일 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미국에서 ‘큰 일 났다’고 하는 사람들은 노무현 길들이기 프로그램에 들어 있기도 하지 않겠습니까? 천지도 없이 겁 없는 대통령이 된 모양인데 ‘맛 좀 보여야지’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한·미관계가 나빠진다’고 계속 신호보내서 ‘노무현 기 좀 꺾어라’ 이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이 그때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해야 되는 것이 ‘전쟁 없다’와 ‘미국하고 괜찮다’는 것이지요. 가장 확실한 증명이 이라크 파병 아닙니까? 그것은 개인 노무현과 미국의 관계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미국의 우호 관계, 동맹관계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냐, 안 하냐 바로미터였기 때문에 이라크 파병을 했습니다.

    1만명 보내자는 사람, 오천명 보내자는 사람도 있었고, 전투병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그 전쟁의 명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전투병 3천명을 보냈습니다. 장사로 치면 장사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일동 박수) 한·미동맹의 목표를, 한·미동맹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라고 하는 목표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달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장사 아니겠습니까?

    2사단 후방 배치에 대해 미국이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일부에서 안 된다, 인계철선을 가지고 가면 어떻게 하냐라고 정부 안에서도 말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 하지 마시오. 미2사단 뒤로 물리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시비가 많이 붙었어요.

    한 쪽에선 안보가 불안하고 미2사단 물리고 나면 이제 북한이 밀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지요. 미국이 자동 개입이 안 되니까 안 도와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다른 쪽에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이 전방에 있는 2사단에 즉각 보복할텐데, 2사단을 빼면 보복할 데가 없어졌으니까 미국이 북한을 때리기 위한 사전준비 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사단 후방배치에 대해 떨떠름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반미주의자들이 있어요. 그런데 옮겨야지오. 여기에 원칙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한국군 방위력이 얼마만큼 크냐, 정직하게 합시다. 언제 역전된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대개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 때 실질적으로 역전된 것으로 보지 않습니까? 국방력, 경제력 역전이 85년이라고 잡아봅시다. 85년에 역전됐으면 지금 20년이 지났습니다. 우리가 북한의 국방비에 몇 배인지 숫자를 외우지 못하겠는데, 여러 배를 쓰고 있습니다. 두 자리 수 아닙니까?

    열배도 훨씬 넘네요. 이게 한 두 해도 아니고 근 20년간 이런 차이가 있는 국방비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한국의 국방력이 북한보다 약하다면 70년대는 어떻게 견뎌왔습니까. 그 많은 돈을 우리 군인들이 다 떡 사 먹었습니까. 옛날에 국방장관들 나와서 떠드는데 그 사람들 직무유기한 것 아닙니까. 그 많은 돈을 쓰고도 북한보다 약하다면 직무유기 한 거지요?

    정직하게 보는 관점에서 국방력을 비교하면 이제 2사단 뒤로 나와도 괜찮습니다. 공짜 비슷한 건데, 기왕에 있는 건데, 그냥 쓰지, 인계철선으로 놔두지 시끄럽게 옮기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시끄럽게 안하고 넘어가면 좋은데, 왜 그걸 옮기는데 동의했느냐, 심리적 의존 관계, 의존상태를 벗어놔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들이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고 하는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국방이 되는 것입니다. 미국한테 매달려서, 미국 뒤에 숨어서 형님만 믿겠다, 이게 자주 국가 국민들의 안보의식일 수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해서 되겠습니까? (일동 박수)

    인계철선이란 말 자체가 염치가 없지 않습니까? 남의 나라 군대를 가지고 왜 우리안보를 위한 인계철선으로 써야 합니까? 피를 흘려도 우리가 흘려야지요. 그런 각오로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지 않습니까. 미국과 우리 사이에 경제적인 일이나 다른 일이 있을 때 미국이 호주머니에 손 넣고 ‘그러면 우리 군대 뺍니다’라고 나올 때 이 나라의 대통령이 미국하고 당당하게 ‘그러지 마십시오’라든지, ‘예 빼십시오’라든지 말이 될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이 ‘난 나가요’ 하면 다 까무러지는 판인데, 대통령 혼자서 어떻게 미국하고 대등한 대결을 할 수 있겠습니까?(일동 박수)

    완전하게 대등한 외교는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초강대국입니다. 그런 헛소리는 하면 안 되고 미국의 세계의 영향력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 줘야 합니다. 동네 힘 센 사람이 돈 많은 사람들이 ‘길 이렇게 고치자, 둑 고치자, 산에 나무 심자’ 하면 어지간한 사람은 따라가는 거죠. 미국이 주도 하는 질서를 거역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자주국가, 독립국가로서의 체면은 유지해야 될 것 아니겠습니까? 때때로 한번씩 배짱이라도 내볼 수 있어야 될 것 아니겠습니까? 2사단 빠지면 다 죽게 생긴 나라에서, 다 죽는다고 국민들이 와들와들 사시나무처럼 떠는 나라에서 무슨 대통령이, 외교부장관이 미국의 공무원들하고 만나서 대등하게 대화를 할 수 있겠습니까? 심리적인 이 의존관계를 해소해야 된다, 그래서 뺐습니다.

    미국이 주한미군 숫자도 좀 더 감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하시오’ 했습니다. ‘비공개로 논의하자’고 하는 걸 ‘공개로 합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연기합시다’ 그래서 1년 연기해 감축 논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결국 감축얘기가 미국 쪽에서 먼저 나왔잖아요? ‘자기들이 연기하자 해 놓고 왜 뒤로 그러냐’고 그랬더니 ‘우리 쪽에서 연기하자 했다’고 옥신각신하는데 조사를 못해봤습니다. 하여튼 그냥 감군 좀 해도 괜찮습니다.

    용산기지 왜 이전하냐면, 그 땅은 비싼 땅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엄청 비싼 땅인데, 지금 5조 5천억원 정도 들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거기에서 플러스, 마이너스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 땅 돈 주고 산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5조 5천억원에 살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그게 미군 부대가 아니고 개인의 잡종지였다면 절대 수용도 안 됩니다. 안 판다고 버티면 감정해서 돈 주고 살 것 아닙니까? 그러면 5조 5천억 나온단 말이지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 좋은 금싸라기 땅에 미군이 딱 버티고 앉아서 지하철도 못 내고 도로도 못 내고, 우리 국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이나 상업시설을 왜 못하냐 이거지요. 투자를 해야지요. 돈 없어서 안 했습니다. 김영삼, 노태우 대통령이 합의해 놨는데, 김영삼 대통령도 돈이 없어서 안 해 버리고, IMF 나서 국민의 정부도 못했습니다. 우리는 한고비 넘어갔으니까, 그것도 1년에 내는 것도 아니고 10년씩 걸쳐서 점진적으로 내서 땅 사는 건데, 사야지요.

    이거면 누가 시비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이것 때문에 평택에서 얼마나 시끄러웠습니까.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는 ‘왜 이렇게 시끄럽냐’고 하지만 할 일은 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된 것입니다.

    용산기지는 우리 국민들 가슴 속에 자주국가의 상징이란 측면에서 상당한 손상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우방이라 할지라도 수도 한복판에, 그것도 청나라군대가 주둔했던 그 자리에 하필이면 있어야 되겠느냐는 문제입니다. 옛날에 우리나라 독립협회가 모화관이 있던 자리를 헐어버리고 독립문을 세운 것은 그것이 현실적이든 아니든 간에 역사적으로 상징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와 같은 역사적 행위가 되는 것 아닙니까? 인간은 그야말로 역사적 동물 아닙니까? 용산기지, 작통권, 명분은 그렇습니다. 명분은 자주국가의 당연한 이치이지요.

    작통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작전 통제할 만한 실력이 없습니까. 대한민국 군대들 지금까지 뭐 했습니까. 나도 군대 갔다왔고 예비군 훈련까지 다 받았는데, 세금도 냈는데, 그 위의 사람들은 뭐 했습니까.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 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 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깁니까? 그래서 작통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내고, 직무유기 아닙니까? 이렇게 수치스러운 일들을 했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작통권 돌려받으면 우리 국군 잘합니다. 경제도 잘하고 문화도 잘하고 영화도 잘하고 한국 사람들이 외국 나가보니까 못하는 게 없습니다. 전화기도 잘 만들고, 자동차도 잘 만들고, 배도 잘 만들고 못하는 게 없는데 왜 작전통제권만 못한다는 겁니까?(일동 박수)

    실제로 남북 간 외교가 있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도 외교가 있습니다. 북한의 유사시라는 것은 있을 수도 없지만, 전쟁도 유사시가 있을 수 없지만 전쟁과 유사시를 항상 우리는 전제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중국도 그렇게 준비하지 않겠습니까?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을 때 중국과 우리가 동북아시아의 안보문제를 놓고 대화를 할 때 그래도 한국의 발언권이 좀 높아지지 않습니까? 작전통제권도 없는 나라가, 어느 시설에 폭격 할 것인지도 마음대로 결정 못하는 나라가 그 판에서 중국한테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북한한테 무슨 할 말이 있어요. 이것은 외교상의 실리에 매우 중요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유사시가 없을 거니까 그런 걱정 할 것 없다, 그럴 바에야 작통권이 무슨 필요가 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몰라서 딴소리하는 건지 알고도 딴소리하는 건지 모르지만 나는 그분들이 외교안보의 기본원칙, 기본원리조차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명색이 국방부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북한의 유사시에 한·중간 긴밀한 관계가 생긴다는 사실을 모를 리 있겠습니까? 그런데 알았다면 왜 작통권 환수를 할 엄두를 지금까지도 안 내고 가만있었을까,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모든 것이 노무현 하는 것을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흔들어라 이거지요, 흔들어라. 난데없이 굴러 들어온 사람. 그렇게 됐습니다. (일동 박수)

    전략적 유연성 이 문제의 핵심은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동의하고 안하고 현실적으로 외교적인 문제입니다. 동북아시아의 유사시에 주한미군이 여기에 있더라도 중국과 동북아시아문제에 대해 긴장이 조성되는 행위는 신중히 하겠다는 합의가 되어 있습니다. 그때 가서 미리 다 정해 놓을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우리나라가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안 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동의하는 것은 된다, 이런 것입니다. 그것이 제일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정해 놔봤자 그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때 우리 한국 국민들이 합의하고 동의하면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이고, 안 된다하면 못하는 거 그게 가장 좋은 것 아닙니까? 지금 어떻게 정해 놓습니까? 이 문제 가지고 부시 대통령 만나서 토론도 하고 많이 했습니다. 다 정리됐습니다.

    국방개혁의 철학이 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거론되고 김영삼 대통령 때도 이야기되고 국민의 정부에서도 계획까지 짰다가 무산되어 버린 국방개혁, 이제 겨우 법이 통과됐습니다. 지시해 놓으니까 안 만들어 와요. 누가 개혁 좋아하겠습니까? 자기 조직 살 깎는 일인데, 그렇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다 만들 수도 없고 결국 국방부, 군에서 다 만들어서 국민들 앞에 발표했습니다.

    국방개혁 2020, 돈 특별이 더 드는 것 없습니다. 50만으로 줄입니다. 인력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왜 인력을 줄이고 무기를 늘리는지 설명하겠습니다. 북한 하고만 싸우려면 지상전이 많을 수도 있으니까 숫자가 많아야지요. 그러나 우리 안보를 전방위 안보로 생각한다면 숫자로는 안 됩니다. 밥 먹이고 옷 입히고 막사 짖고 사람한테 들어가는 것을 다 아끼고 아주 성능 좋은 무기를 개발해야 됩니다. 국방개혁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지요.

    요새 아이들도 많이 안 낳는데, 군대에서 몇 년씩 근무하지 말고 그동안 열심히 활동하고 장가를 일찍 보내야 아이를 일찍 낳을 것 아닙니까? 모든 사회 제도를 장가 일찍 가고 시집 일찍 가는 제도로 바꿔야 합니다. 결혼 빨리 하기 제도, 직장에 빨리 취업하는 제도로 바꿔주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다 지체가 됩니다. 지금 그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군 장성들 임명하고 차를 한잔하는 자리에서 ‘여보시오, 노무현 대통령 되고 난 뒤에 대한민국 군대가 나빠진 게 뭐 있으면 얘기해 보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설마 있어도 말 하겠습니까? 여러분이 대신 한번 얘기를 해주세요. 대한민국 군대, 노무현 대통령이 더 나쁘게 한 것이 뭐가 있습니까?

    장성인사를 몇 번씩이나 했는데, 신문에 한 줄도 쓸 것이 없어요. 요새 신문 기자들 힘들어요, 쓸 것이 없어서, 그렇지 않습니까? 공중 조기경보 통제기를 사기 위해 1조 4천억 원짜리 방산 계약을 했는데도, 부패니 뒷거래니 한마디도 없지 않습니까?

    군안에서 자살사고 총기사고 많이 났습니다. 앞으로 고쳐 가야겠지요. 아주 노력해서 빨리 고치겠습니다. 문화라는 것은 하루이틀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지요. 그래서 지금 군인사, 군수조달, 군내 예산 집행의 투명성, 이런 것들은 대폭 달라졌습니다. 병영생활 문화도 아주 빠르게 개혁되고 있습니다. 지금 민자 유치해 서 막사 전부 다 고쳤습니다. 평등권 문제가 걸리기 때문에 애로가 있지만 전역군인들 취업하는 것 대책을 세워줘야 군 구조를 개혁할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든 국방부 문민화, 민간인 국방장관을 임명하는 문제는 좀 뒤로 미루었습니다. 한꺼번에 다 그렇게 해 놓으면 어지러워서 안 될 것 같다는 판단 대문이었습니다. 옛날에 우리 F15기 새로 사서 성능 좋다고 막 올라갔다 내려갔다 중력 차이가 너무 빠르게 나니까 그만 정신을 잃어버려 바다 밑으로 비행기가 들어가 버렸지 않습니까?

    사회개혁도 제가 하는 게 좀 빠른가 봐요, 전부 어지럽다고 그래요. 그래서 국방부 문민화까지 한꺼번에 해치우면 바다 밑에 들어가는 것처럼 곤란할 것 같아 ‘문민화는 다음에 합시다’고 했습니다. 장관 임명하는 것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중차대한 개혁을 해야 되는 시기에 대통령이 군인들한테 신뢰를 주고 자발적으로 ‘스스로 해 보시오’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문민화는 뒤로 미루고 군 개혁은 확실하게 합니다.

    그렇게 해서 잘 될 것입니다. 안보 문제는 잘 될 것이고, 그다음에 나머지 여러 가지들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잘 한다 못한다 말 많고 이것은 왜 이랬냐고 하는 말이 많습니다. 시어머니가 앉아서 며느리 밥상 차려오는데 잔소리 하려면 잔소리 할거리가 없겠어요? 그만 대강 봐서 그렇게 멍청한 것 같지는 않지요? (일동 박수)

    짚어야 될 것은 대개 짚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누구 봐줄 일도 없고 뒷돈 챙길 일도 없습니다. 국가 잘 되게 원칙대로 하는 것 말고는 다른 할 일도 없습니다. 기왕에 뽑아놨는데 국방, 외교, 안보, 통일 이것 저한테 다 이렇게 맡겨주라고, 여러분이 말 좀 한번 해 주십시오. (일동 박수) 앞뒤 챙길 것은 챙기는 것 같더라, 맡겨봐라라고 해주십시오. 부탁합니다. ( 일동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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