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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무장 담론의 위험과 미묘함,
    한국인의 인식과 한미동맹의 불안정성
    [국방칼럼] 한미 대외정책 우선순위의 차이와 영향
        2021년 12월 01일 11: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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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유승민 예비후보는 북핵 대응방안으로 나토식 핵공유를 들고 나왔다. 윤석열 후보도 지난 9월 22일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윤석열의 약속, 외교안보 공약 발표문’에서 확장억제 강화의 세부추진과제로 한미 간에 ‘유사시 핵무기 전개 협의 절차’를 마련하고 ‘정례적인 운용 연습’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발표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는 북한의 위협이 있다면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참석한 기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전술핵 배치’는 국민의 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당론이기도 했다.

    그가 차기대선의 유력후보라는 점에서 ‘미국의소리’(VOA) 서울지국장인 윌리엄 갈로는 최근에 나온 관련 논평 중에서 ‘가장 이슈가 될만한(highest-profile) 발언임에 틀림없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윤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일담당 부차관보는 한 온라인포럼에서 미국 정책은 ‘그러한 사안에 대해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 외교부 또한 9월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치인이 한반도 핵 문제를 이용해 말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라고 언급함으로써 미∙중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이후 윤석열 후보는 전술핵 배치, 나토식 핵공유 등은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와 부딪히는 부분이 많아 어렵다”며 한발 물러섰다.

    2017년 10월 미국을 방문 중이던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참석한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다수의 미국 전문가들은 전술핵 배치, 자체 핵무장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국내에서도 많은 언론사와 지식인들이 핵무장 담론을 안보 포퓰리즘이나 진영논리로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달리 핵무장 담론은 한국정치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홍 대표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핵정책프로그램 공동책임자인 토비 돌튼은 10월 25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에서는 대통령선거의 열기가 달아오를수록 핵무장(South Korean nuclear bomb)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비단 대통령선거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당대표 등 각종 선거에서 핵무장 담론은 야당이 지지표를 결집시키거나,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행정부와 선명한 대립각을 세워 보수층을 선동하는 데 쓰는 아주 유효한 소재이다. 또한 변화무쌍한 남북관계의 흐름만 잘 탄다면 핵무장 담론으로 국민불안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중간층을 견인해낼 기회의 장을 열 수도 있다.

    [표] 아산정책연구원의 경영진이 핵무장을 지지하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관련 문항을 많이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출처- 한국인의 외교∙안보 인식).

    이처럼 보수정치권이 핵담론을 통해 지지층의 결속과 확장을 기대하는 이유는 핵무장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국학자들도 자주 인용하고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지난 10년간 여론조사 추이는 보수정치권이 그렇게 자신할 이유가 담겨있다.

    가장 최근인 2020년 12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3%가 핵개발을 지지하고 61.3%가 전술핵 배치에 찬성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면서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핵개발에 대한 찬성 응답률은 역대 최고치를 뛰어넘고 있다. 그러나 이 찬성률이 핵무장에 대한 확고부동한 여론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상황이 매우 경색되었던 2017년 9월 13일 실시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3.5%가 ‘핵무기 독자 개발 또는 전술핵무기 도입’에 대해 찬성했다. 리얼미터는 재차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53.5%의 찬성 응답자 중에서 가능하다는 답변은 33.1%, 불가능하다는 답변은 20.4%였다. 찬성 응답자 중에서 실현 가능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3분2로 대폭 줄어들었다.

    손상용은 2019년 12월 온라인 패널 응답자를 대상으로 실험 설문을 진행했다. 핵무장 찬성집단에게는 반대 전문가 정보를, 핵무장 반대집단에게는 찬성 전문가 정보를 제공해 본 결과, 핵무장 찬성 응답자의 58%가 반대 측 정보를 접한 뒤 태도를 바꾸었고, 핵무장 반대 응답자의 32%가 찬성 측 정보를 접한 뒤 태도 변화를 선택했다. 연구자는 58% 32%라는 패널 간 태도 변화율의 차이는 핵무장에 대한 찬성 측 입장이 반대 측 입장보다 덜 견고하고 혹은 변화 가능성이 더 크다고 추론하고 있다(한국정치학회보 2020년 여름호).

    2019년 1월에 실시된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사회 핵무장 여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67.3%가 “미국의 핵우산은 북한 핵도발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다”라는 질문에 동의했다. 2020년 여론조사를 보면 핵무장을 반대하는 응답자 중에서 미국의 핵우산 보장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7.2%에 불과하다. 이는 핵무장에 찬성하는 사람이 대체로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도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찬성 응답자가 핵무기 개발에 동의하는 이유 중에서 북핵 위협을 선택한 비율은 32.1%에 불과했고 33.7%가 주권국가로서 핵주권 확립을, 33.4%가 국제사회 영향력 증대를 선택했다. 이 문항 결과만을 놓고 볼 때 국내 핵무장 여론에는 북한 위협 대응이라는 현실과제와 부국강병 추구라는 욕망, 이 두 가지 흐름이 혼재되어 있다. 결국 미래에 북핵문제가 해소될 경우, 핵무장담론은 우파 민족주의에 편승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표] 한국사회의 핵에 대한 욕망이 다양한 흐름 속에서 자극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출처- 2020년 아산연례조사).

    로렌 수킨은 2018년 2~3월과 2019년 5월 한국 온라인패널을 대상으로 두 차례 실험설문을 진행했다. 2019년 설문결과 응답자의 58.1%가 핵무장(핵확산, nuclear proliferation)을 지지했고 미국이 핵안전보장을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제공했을 경우 그 지지율은 70.6%에 달했다. 패널들에게 미국이 핵안전보장을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는 ‘매우 낮다’는 정보를 각각 제공해 보았을때 ‘낮다’는 정보를 받았을 때보다 ‘높다’는 정보를 받았을 때가 응답자의 핵무장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2018년 7.3% 증가, 2019년 5.86% 증가). 두 연구결과 모두 핵안전보장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할수록 핵무장에 대한 지지 역시 상승함을 보여준다(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2020년 7월).

    지금까지 소개한 설문결과들이 ‘핵보유’에 관한 것이었다면 한국인들은 실제 ‘핵사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가? 2020년 아산정책연구원은 패널들에게 간단명료하게 물어봤다. “북한의 핵 공격시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긍정응답이 51.5%(매우 10.7+대체로 40.4), 부정응답은 48.9%(전혀 7.3+별로 41.6)로 오차범위 안에서 찬반이 팽팽했다. 로렌 수킨은 한국인들의 ‘핵 금기’에 대한 믿음의 정도를 측정해보았다. ‘핵 금기’(Nuclear Taboo)는 ‘선제 핵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행동양식’을 말한다. “핵사용이 정당하냐?”는 질문에 대한 2018년 조사결과는 긍정(35%), 부정(43%), 중립(22%)으로 나타났고 2019년 조사결과도 큰 차이는 없다. 연구자는 응답자의 핵금기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해석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북한군이 비무장지대를 돌파해서 서울로 진격하고 있다”는 가상상황을 설정한 후, “미국의 대응 핵전략”에 대해 질문했다. 2019년 조사결과에서 미국의 선제핵공격을 선호한 응답자는 12.1%에 불과한 반면 미국이 핵사용을 하면 안 된다는 응답자는 31.1%였다. 나머지 56.8%의 응답자는 미국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핵사용을 하는 것에 대해 찬성했다. 북한이 먼저 핵공격을 했을 경우에만 한해서가 31.3%, 한미연합군의 방어가 실패했을 경우에만 한해서가 25.5%로 나타났다. 2018년 결과와도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경우 미국의 즉각적인 핵공격을 선호한 응답자(12.1%)들은 핵안전보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핵무장(핵확산) 지지율이 내려가는 특성을 나타낸다. 이 집단에게 안보 신뢰가 높아진다는 의미는 위기에 미국의 핵사용이 보장된다는 것으로 이는 그들의 안보이익을 충족하는 것이기에 자체 핵무장을 선호할 이유가 없다. 응답자의 87.9%가 핵사용을 무조건 반대하거나 제한적 사용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 응답자들은 핵안전보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수록 핵무장(핵확산) 지지율이 올라간다. 이 집단은 북한의 선제핵공격이나, 서울 함락 같은 막다른 상황에 몰렸을 때 어쩔 수 없이 핵사용을 지지하거나 핵사용을 아예 거부하는 응답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안보 신뢰가 높아진다는 것은 미국의 불필요한 핵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한 이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하는 것일 수도 있다. 첫 번째 실험에서도 비슷한 특성이 나타났다. 핵사용에 부정 응답자들이 긍정 응답자들보다 핵안전보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수록 핵무장(핵확산) 지지율이 더 상승하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핵안보 전문가들은 보편적으로 “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가 미국이 보장하는 핵우산을 신뢰할수록 자체 핵무장 지지는 줄어든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필립 블릭과 에릭 로버는 한국 사례를 통해 이 가설의 타당성을 입증하고자 했다. 이들에 따르면 안전보장 축소로 일컬어지는 미국 닉슨 행정부에서부터 카터 행정부까지 이르는 반복되는 방기(abandonment)의 두려움을 레이건 행정부가 해소시켜줌으로써 전두환 정권이 결국 핵개발 포기를 수용했다는 것이다(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2014년 4월).

    그러나 로렌 수킨은 한국인들의 핵무장 담론을 주류의 시각에서 보지 않고 있다. 그녀는 핵에 대한 찬성과 긍정 응답자 모두 핵무장을 지지할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특히 부정 응답자들의 심리상태에 주목한다. 연구자는 한국인들에게는 2017년 트럼프가 북한을 ‘화염과 분노’라는 격렬한 어조로 위협하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한반도 또는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전개되어 같이 휘말려 들어가는, 이른바 한미동맹의 ‘연루’(entrapment)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본다. 핵 안전보장의 신뢰도가 높다는 것은 미국이 핵사용을 남용할 확률도 더불어 높아지는 것으로 한국에 원치 않는 핵사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미국이 핵우산, 이른바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는 방식에는 ‘화염과 분노’ 같은 발언의 형태로, 또는 항공모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같은 전략자산 전개, 합동군사훈련 실시, 미군 배치 등의 무력시위방식이 있다. 이러한 안전보장 조치가 너무 과도할 경우 핵 통제권이 없는 동맹국에서는 ‘역화효과’(backfire effect, 의도한 것과는 반대의 효과)가 일어나 동맹국 여론이 핵사용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자체 핵무장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높은 호감도는 핵사용에 관한 여론에서만큼은 나타나지 않는다. 2019년 이 연구자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36%만이 “미국이 핵무기에 대해 책임있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는데 동의했고, 26.4%는 동의하지 않았다. 로렌 수킨은 한국인들은 핵무장에 대한 지지가 기본적으로 높은데다 위협이 상존하고, 원자력산업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핵사용에 부정적인 여론층마저 미국의 일방행동에 연루될까 두려워 사고를 전환할 경우 미국의 비확산 정책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로렌 스킨과 달리 송상용의 연구에서는 미국의 안전보장 공약이 악화하거나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증가할 경우 핵무장 반대 응답자가 찬성 응답으로 생각을 바꾸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에서 핵에 부정적인 집단이 미국의 안전보장 공약이 강화될수록 역화효과를 일으켜 핵무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로렌 스킨의 이론은 우리의 통념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여태껏 한국에서는 핵사용을 전제로 한 진지한 심층설문이 시도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 생소한 연구결과를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

    압둘 카디르 칸(2005년2월14일자 타임지). 지난 10월 초 죽은 그는 미국 비확산 정책의 이중기준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미국은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이 핵 스파이였음을 이미 1970년대부터 알고 있었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그가 공개적으로 핵기술을 거래하였음에도 이 역시 제지하지 않았다.

    핵무장 여론을 선도하고 있는 조선일보 등의 보수언론은 지난 10월 초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제니퍼 린드 다트머스대 교수의 한국이 자체 핵무장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보수언론이 문재인 행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을 겨냥해 핵무장 담론을 띄우려 한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학자의 입장을 단순히 핵무장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그녀가 정작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왜곡할 수 있다.

    제니퍼 린드의 연구분야는 핵안보가 아니라 동아시아국제정치로 미∙일관계에서 시작해서 한∙미관계로 관심의 폭을 넓혀왔다. 따라서 그녀가 바라보는 한∙미관계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연구자는 한∙미 간에 국가전략의 차이로 인해 한∙미관계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의 정책 우선순위는 ‘북한의 비핵화’이고,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경쟁’이다. 두 번째 문제는 북한 핵무기의 고도화로 미국 본토 위협이 커져감에 따라 ‘연루’의 함정에 빠진 미국이 한국의 안전보장을 장담하지 못함에 따라 한국이 스스로 핵무장을 하게 될 가능성의 증대이다.

    제니퍼 린드는 세 가지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들 방안들은 동맹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먼저 군사동맹 종식은 지정학상 한국이 중국 영향권에 끌려 들어가는 것으로 귀착되기 때문에 반대한다. 동맹이 존속하는 한 북한 미사일은 미군 주둔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나 미국을 겨냥할 것이고, 전체 미군병력에서 주한미군 숫자만큼 감축하지 않는 한 철수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는 얻을 수 없으며, 미국에 대한 한국의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도 반대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선호하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에 가장 유리한 해법이지만 한국이 중국과 적대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동맹이 강화될수록 북한 핵무기의 미국 본토 위협만 커져갈 뿐이다.

    제니퍼 린드의 해법은 한국이 반중 전선에 참여하되, 북∙중의 압력에서 자국을 보호할 수 있도록 미국의 통제와 질서 아래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북한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 그녀의 관심은 동아시아에 반중연합을 결성하는 것이며, 한국이 이 연합에 참여하는 위험을 감수할 만한 보상(핵무장)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녀는 지난 6월 일본 언론에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일본은 평화주의를 버리고 집단방위(Collective Defense)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글을 썼다.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에는 제니퍼 린드 기고 글의 공동기고자인 엘브리지 콜비가 국방부 전략군사담당 차관보이던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지지해왔던 것으로 나온다. 그는 미 국방부의 반중전략을 입안한 강경파로서 쿼드를 반중 패권엽합체로 선호하며 대만을 지키기 위해 일본 국방예산의 대폭 증액을 주장한다.

    결국 이들은 동아시아에 중국에 맞설 한∙미∙일 삼각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한국의 핵무장과 일본의 재무장을 동시에 주장하는 셈이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그녀의 글을 실었던 바로 그 신문과의 5월 인터뷰에서 ‘GDP 1%’라는 방위예산 편성공식을 따르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 방위성은 실제 그런 입장을 가지고 현재 예산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자료] 니케이아시아에 실린 제니퍼 린드의 기고문이다(2021.6.18). 4월 미일정상회담, 5월 일본의 방위비 1% 지침 폐지 시사 발언, 6월 미국 지일파 학자의 평화주의 탈피 기고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재무장을 위한 잘 짜여진 각본이 있는 것 같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의 2021년 7월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5%는 미국 외교정책 목표로 핵확산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것은 사이버공격 예방(83%), 미국 노동자 일자리 보호(79%)에 이어 응답자들이 세 번째 중요한 외교목표로 꼽은 것이다. 한편 응답자의 67%가 한국과의 관계를 동맹 또는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에 북한을 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62%에 달한다. 응답자의 63%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군의 투입을 지지한다. 이 비율은 2017년 ‘화염과 분노’ 국면에 버금가는 지지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결과를 놓고 볼 때 미국인들은 한∙미동맹에 매우 우호적이나 핵확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니퍼 린드의 주장이 미국 여론과 동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주류가 한국의 핵무장을 받아들기는 어렵다. 이것은 미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마이클 그린의 중앙일보 칼럼(한국 핵무기와 핵잠수함에 대한 나쁜 아이디어들)만 읽어봐도 대번에 알 수 있다. 비핀 나랑에 따르면 미국은 독일(옛 서독), 일본, 대만, 한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같은 동맹국들의 핵무기 개발을 거의 언제나 강하게 반대했다. 그 이유는 동맹 내에서 미국만이 핵사용과 핵확전(Nuclear Escalation)을 전부 통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핵전쟁이야말로 ‘시작에서 끝까지 오직 미국만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의도가 어떻든 간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한 제니퍼 린드의 견해는 우리가 경청해야만 한다.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구조 변화로 인해 한∙미관계가 영향을 받고 있고, 그에 따라 한∙미 간의 국외정책의 지향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이 견해의 핵심이다. 그녀는 미국의 주류가 선호하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그녀가 ‘두 고래 사이에 끼인 새우’로 묘사하는 한국에게는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에 한∙미 간의 이견을 해소하는 절충방안으로 핵무장 해법이 최선이라고 선택한 것이다.

    지금까지 ‘핵무장’에 대한 국내외의 여러 경향들을 정리해 보았다. 대표적으로 첫 번째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흐름, 두 번째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흐름, 세 번째 부국강병의 흐름, 네 번째 원치 않는 핵사용을 경계하는 흐름, 다섯 번째 반중전선 참여와 맞바꾸려는 흐름이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미국 학자의 개인 견해에 불과하지만 기존 견해와 다른 독특한, 관점에서 한반도문제를 바라보고 있어 소개했다. 지지부진한 한반도 비핵화로 인해 한국의 핵무장이 여론의 조명을 받고 있고, 이미 비건 전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019년 9월 모교 강연에서 북미 협상이 실패할 경우 아시아지역의 핵확산을 거론한 바 있듯이 핵확산 여론 형성에 미국이 무관할 수는 없다.

    송민순 회고록에는 1989년 미국이 관련 정보를 통제하면서까지 은폐하던 북한 영변 핵시설을 프랑스 인공위성이 적발한 후 한국에 보내온 베이커 당시 미 국무부장관의 서한에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이 약속은 그로부터 32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의 평화∙번영 정책이 미국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때만 지속 가능하다는 사고에 사로잡힌 미국 정책 입안자들의 오만이 느껴진다. 가끔은 최근의 프랑스의 경우처럼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미국에 우리 요구사항을 개진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도 회고록에 32년 전 실무과장으로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을 남겨 놓았다.

    * <국방칼럼> 글 링크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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