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과 최저임금,
    이번엔 잘 듣기를 바라며
    [기고] 최저임금·주52시간제 철폐?
        2021년 12월 01일 10: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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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후보가 최저임금제도와 주52시간 법정노동시간제를 철폐하겠다고 발언했습니다. ‘손발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120시간 바짝 일해야’ 등의 발언으로 노동에 대한 인식이 일천함을 충분히 드러낸 윤석열 후보에게 정의당이 노동에 대해 공부하시라고 여러 번 충고했습니다. 귓구멍은 가죽이 부족해서 뚫려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잘 들으시기 바랍니다.

    최저임금제를 없앨 수 있습니다. 복지 선진국으로 잘 알려진 북유럽 나라들 중 법정 최저임금 제도가 없는 나라가 있습니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같은 나라들입니다. 이들 나라는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실업보험을 관리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민간 회사가 할까요? 아닙니다. 노동조합이 실업보험을 관리하는데 이것을 ‘겐트 시스템(Ghent System 1901년에 지방 노동조합의 실업보험을 정부의 공공기금으로 보조했던 벨기에 겐트지방에서 유래)’이라고 합니다. 이 겐트 시스템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조직율이 매우 높습니다.

    높은 노조조직율 아래에서 노동자를 대표하는 산별노조가 임금협상을 하게 되면 법정 최저임금제도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산별교섭의 법제화를 통해 교섭내용이 해당 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미치게 되면, 우리나라도 이런 식으로 노동조합 가입율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고, 그 결과 최저임금제를 없앨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조가입율이 약 11% 밖에 안되는 반면, 덴마크와 스웨덴은 60%와 65%나 됩니다. 만약 윤석열 후보가 이런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면 정의당은 적극 환영할 것입니다.

    겐트 시스템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할 겁니다. 물론 나머지 세 번째 방법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나중에 이야기 하겠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일자리보장제(Job Guarantee)를 시행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검토되고 있는 제도인데, 일할 의사가 있는 모든 실업자에게 사회가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정부 산하에 일자리보장청을 신설하고, 지자체는 지역사회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일자리은행을 만들어 사회적으로 가치 있지만 임금노동에 포섭되지 않은 일자리를 적립해 놓습니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찾아오면 그 일자리를 제공합니다. 이때 제공하는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높거나 생활임금 수준이 적절합니다.

    임금으로 환산되고 있지 않은 다양한 사람돌봄 노동이나 지구를 지키는 생태돌봄 노동을 사회적으로 가치있게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 제도 아래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민간기업은 일손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사회가 제공하는 일자리보장제의 임금이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법정 최저임금제도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것은 정의당의 핵심 대선공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마도 윤석열 후보가 최저임금제를 철폐하겠다고 한 말은 이런 고도의 계획 속에서 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의 방법이 있긴 합니다. 최저임금제도는 대통령과 국회가 합의를 해도 없앨 수 없습니다. 검사 출신이라 형법만 아는지 모르겠지만 헌법 32조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윤석열 후보가 최저임금제도를 철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헌법개정에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서 헌법개정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정치인은 많이 듣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앵무새처럼 듣는 것을 바로 입으로 말해버리면 대체 두뇌는 왜 있는 것인지 질문을 받게 됩니다. 참고로 최저임금제도의 법적 근거는 1953년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실시는 되지 않았는데, 법률제정은 1986년 12월에 전두환씨가 했습니다. 전두환씨는 얼마 전 윤석열 후보가 정치는 잘했다고 평가한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윤석열씨는 이명박-박근혜 감옥에 보낸 것 말고는 정치를 참 못하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우리나라 법정노동시간제도인 주52시간제도 철폐한다고 했습니다. 주당 120시간까지도 일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생각은 논평할 가치가 없을 만큼 생각이 없는 주장이기 때문에 간단하게만 말하겠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1,908시간 이었습니다.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나라는 멕시코입니다. 보통은 우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일을 많이 하는데 작년에는 코스타리카가 우리를 따라 잡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장시간 노동 국가입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는 OECD 평균보다 한 달 반을 더 일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태어난 것이 무슨 형벌도 아닐 텐데 왜 우리는 이렇게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해야 합니까? 노동시간에 대한 어떤 통계를 살펴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을 더 줄여야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조사대상 나라 중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는 덴마크였습니다. 1,346시간 일했습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세계 3위의 최장시간 노동국가를 기어이 세계 1위로 만들어야 겠습니까? 대한민국은 이미 더 열심히 일할 수가 없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죽도록’ 일하는 노동자가 대한민국 노동자입니다.

    그래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주4일제 도입을 통해서 ‘죽도록 일하는 대한민국’을 ‘지금 죽어도 좋을 행복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정책 대상자에게 물어보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은 확실히 지양하겠다’며 이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최저임금과 노동시간의 정책 대상자들은 1차적으로 노동자입니다. 양보하더라도 기업과 노동자가 경제활동의 주역입니다. 그런데 왜 노동자는 패싱하고 기업의견만 청취하십니까?

    아! 당대표도 패싱하는 정당이니 노동자들이야 물을 것도 없는 건가요?

    필자소개
    정의당 심상정 선대위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전 관악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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