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꿈 '경제-교육-미래'를 한 손에?
    2006년 12월 21일 04: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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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은 결국 인물 싸움이다. 지금은 죽을 쑤고 있지만 좋은 후보를 내보내면 내년 대선도 해볼만 하다. 문제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의 푸념이다. 이른바 ‘외부선장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운찬의 고민 이동

최근 여당의 ‘외부선장’ 후보로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주목받고 있다. 김근태 의장의 19일 발언이 ‘정운찬 대안론’을 촉발했다.

김 의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전 총장에 대해 "좋은 사람이고 역량이 있으며 (후보가 될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고교 후배로 잘 알고 친한데, 한나라당 노선과는 확실히 다르다.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기에 호응하듯 정 전 총장은 20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안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정치 참여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 전 총장은 "정치 참여에 대해 전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하면 이제는 거짓말일 것"이라며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뒤부터 (정치 참여에 대해) 생각해 봤다"고 했다.

   
 ▲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사진=연합뉴스)
 

정 전 총장은 물론 "대통령직은 저에게 대단히 벅차 보인다"며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고민의 중심은 이미 ‘정치 참여 여부’에서 ‘정치 참여 조건’으로 넘어간 양상이다.

정 전 총장은 "열린우리당의 두 대선주자가 자리를 넘겨 주겠느냐"고 했다. 김근태 의장과 정 전 총장은 최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정운찬 합류는 미래세력으로 업그레이드 계기"

정치권에선 정 전 총장의 강점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먼저 내년 대선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와 ‘교육’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이다. 여기에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미래세력 vs 과거세력’의 구도 창출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민병두 의원은 "미래세력은 과정의 평등, 기회의 균등을 추구한다"며 "정 전 총장은 서울대총장 재직시 지역균형 선발로 이 같은 가치의 돌파구를 열어낸 사람"이라고 했다. 

또 "정 전 총장의 합류는 평화개혁세력을 미래세력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박정희의 ‘육체적 혈육(박근혜 전 대표)’과 ‘정신적 혈육(이명박 전 시장)’이 싸우고 있는 한나라당과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의원도 "박정희식 개발형 경제성장과 새로운 성장동력의 대결 구도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충남이 고향인 정 전 총장이 여권의 서부권 벨트 전략에 들어맞는다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정 전 총장은 호남과 충청을 묶을 수 있는 카드로 볼 여지가 많다"며 "여권 카드 중 가장 가능성 있고 승률 높은 후보가 정운찬"이라고 했다.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

정 전 총장을 보는 여당 의원들의 시선은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 예의 주시 중이나 아직 확신할 단계는 아니다"는 정도로 요약된다. 일단 정 전 총장의 합류 자체에 대해선 거부감이 거의 없어 보인다.

김근태 의장측 우원식 의원은 "정 전 총장의 합류에 대해 당 내부에 거부감이 적다.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친노직계인 이화영 의원은 "여러 능력있는 사람들이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는 후보로 성장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흐름"이라고 했다. 통합신당파인 최채천 의원은 "우리당은 이미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상실한 상태"라며 "외부의 훌륭한 인물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정동영 전 의장계인 정장선 의원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 중 한 분"이라고 했고, ‘광장모임’ 오영식 의원은 "여러가지를 논의할 수 있는 분들 중 한 분"이라고 했다. 친 고건파인 안영근 의원은 "좋은 분이고 훌륭한 분"이라며 "결국 함께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성 의원은 "의미있는 카드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운찬 대안론’에 대해선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장선 의원은 "정 전 총장에 대해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고 했다. 오영식 의원은 "정치적 비전이 모아진다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성 의원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고, 이화영 의원은 "서울대총장이라는 간판만으로는 힘들지 않겠느냐. 경쟁력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추대는 곤란. 경쟁에서 승리하라"

정 전 총장의 검증 장치로 제기되는 것이 ‘오픈 프라이머리’다. 즉 ‘추대’ 형식이 아니라 오픈 프라이머리에 참여해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통해 지도력과 대중적 파괴력을 검증받을 때 여권 내부의 구심으로 설 수 있고 본선 경쟁력도 제고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 같은 주장에는 당내 대선주자군의 이해관계도 일정하게 반영되어 있다.

민병두 의원은 "추대 방식은 아니다. 정 전 총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결단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지형을 골라서 선택하는 방식으론 곤란하다. 결단하고 헌신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 의원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금실 후보는 영입되어 사실상 추대되고 오세훈 후보는 결단하고 헌신한 모습으로 비춰진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원식 의원은 "뭔가를 보장받고 오는 방식은 국민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에 참여해 지도력을 검증받아야 본선에서도 폭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장선 의원도 "같이 경쟁해야 한다"고 했고, 안영근 의원은 "고 전 총리와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정운찬은 한나라당에 와야 할 사람"

한편 한나라당은 정 전 총장이 여권의 후보군 가운데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지만 대세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듯 하다.

김정훈 의원은 "정 전 총장이 통합신당 후보로 나온다고 해도 한나라당 후보들에 비해 정치적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정 전 총장이 깨끗한 학자의 이미지를 가진 장점은 있지만 정치, 행정 경험은 전혀 없다"면서 "국민들이 노무현 정권에 식상해 하는 게 무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험 없는 분이 또 나선다고 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임태희 여의도연구소장은 "국민들 사이에 정 전 총장 같은 분이 정치권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으면 하는 요구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분의 말씀이나 행동을 보면 한나라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똑같다. 한나라당도 열려있으니까 한나라당으로 와야 정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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