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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정한 채용 청탁 있어도
    스펙·학벌 좋으면 채용비리 아니다?
    채용비리 신한금융 조용병 2심 무죄에 비판 거세
        2021년 11월 25일 03: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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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부정 합격자 대부분이 청탁이 확인되고 은행 고위직과 관련이 있지만 상위권 대학 출신이고 일정 수준의 스펙 등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채용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어도 스펙이 좋으면 채용비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시중은행 채용비리 문제를 제기해온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은 “사회 전체에 ‘채용비리를 허용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6-3부(조은래 김용하 정총령 부장판사)는 22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정채용·부정합격자’의 개념부터 정립해야 한다”며 “(청탁 대상자여도)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정 정도의 합격자 사정 과정을 거쳤다면 일률적으로 부정 통과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소사실에 부정 통과자로 적시된 지원자 53명은 대부분 청탁 대상자 또는 임직원과 연고 관계가 있는 지원자”라고 인정하면서도 “대체로 상위권 대학 출신이고 일정 점수와 자격증을 보유하는 등 기본적인 스펙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 회장이 특정 지원자의 서류전형 지원 사실과 인적사항을 인사부에 알린 것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행위를 통해 채용팀으로서는 전형별 합격자 사정 단계에서 ‘행장이 전달한 지원자’라는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곧바로 ‘합격 지시’로 간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모 등의 인맥을 동원한 청탁 대상자가 최종 합격을 받아도 정해진 채용 과정을 거치고, 학벌과 스펙만 좋다면 부정채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2심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채용비리를 부추기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정의연대는 24일 성명을 내고 “법조문에 매몰되어 공정 시대에 역행하는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법원의 이번 판결은 조용병 회장뿐만 아니라 부정입사자에게도 무죄를 준 셈이고, 앞으로의 피해자 구제까지 막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신한금융 주주총회 앞 사모펀드 채용비리 규탄 기자회견(사진=금융정의연대)

    그러면서 “채용비리는 사회의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훼손한 심각한 범죄이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며 “책임자가 처벌을 피한 채 실무자들 ‘꼬리 자르기’로 끝난 이번 재판은 사회 전체에 ‘채용비리를 허용한다’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법원이 재판에서 ‘부정채용·부정합격자’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그 의미를 축소한 것에 대해 “상식적인 개념을 법원이 재차 설명한다는 사실 자체가 논리 조작의 시작”이라며 “결과적으로 항소심 판결은 궤변으로 채용비리 수뇌부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법원은 이날 재판에서 채용비리를 처벌할 법이 없다며 입법 공백을 지적하기도 했다. “부정채용은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기 때문에 법리에 의하면 채용 비리 피해자는 입사지원자가 아니라 해당 기업이 된다. 보호 법익이 다르고 일반적인 법 감정에 어긋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채용비리 처벌법이 처리되지 않아 입법 공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판부가 채용비리 문제에 보다 전향적인 태도로 재량을 발휘할 수도 있다. 1심 재판부의 경우 조 회장이 특정 지원자의 지원 사실 등을 인사부에 알린 것 자체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조속한 채용비리 특별법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오승재 정의당 대변인은 22일 국회 브리핑에서 “사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이마저도 정치의 책임”이라며 “정치가 채용비리에 얽힌 이해관계를 스스로 끊어내지 못한다면 채용비리 근절은 앞으로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채용비리 처벌 특별법’ 입법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금융정의연대는 “채용비리 사태가 발생한 지 4년이 되었지만 국회에서는 채용비리 특별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며 “사법부와 국회를 비롯한 사회 전체가 채용비리를 묵인하고 용인하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국회가 하루빨리 채용비리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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