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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콘 기업이 우리 경제의 미래일까?
    [정의로운 경제] 혁신기업들 고용역량에 대한 점검
        2021년 11월 22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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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 기업은 한국경제의 희망인가?

    고용인원도 아니고, 매출 규모도 아니고 하필 ‘시가총액’이 10억 달러(약1조원)에 도달한 초고속 성장 스타트업을 통상 유니콘(Unicorn) 기업이라고 부른다. 언제부턴지 한국은 유니콘 기업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국가경제의 주요 목표이자 성과지표처럼 되었다. 유니콘 기업을 마치 중소벤처부의 핵심 목표처럼 간주해온 박영선 전 장관은 2019년 취임 초기부터 이렇게 강조하고 다녔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로 가는 길목에서 저평가된 중소·벤처기업이 성장 원동력이 될 것”이며, “한국의 유니콘 기업이 2018년에 8개로 늘었는데, 그 수를 20개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비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말 유니콘 기업이 몇 개인가 하는 지표가 우리 경제의 활력과 미래의 가능성을 보증하는 것일까? 고용실적을 보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실제 현실적인 매출이나 영업이익 실적도 아니고, 미래 자본수익을 예상하면서 자본시장에서 가치를 매겨주는 주식가치가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기업들을 양산해내는 게 정부부처의 목표일 수 있을까? 유니콘 기업을 얼마나 더 많이 만들어내는가가 일자리도 창출에 기여하고 경제도 더 튼튼해질 수 있는 열쇄일까?

    단적으로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우리 정부가 ‘K-유니콘 프로젝트’라는 이름까지 붙여 적극 지원한 덕에(?) 최근 유니콘 기업이 15개까지 늘어났다. 박영선 전 장관의 기대에 점점 접근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기업 가운데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직원이 약 1,200명이었고, 숙박 예약기업 야놀자는 직원이 약 92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적어도 고용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유니콘 기업의 위력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경제에 주는 영향도 정부가 기울인 노력에 비하면 의심스럽다.

    주식가치 중심의 기업역량 평가가 가지는 착시

    사실 벤처창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불황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최고의 제2벤처 호황기라고 불러도 좋을 시기에 와 있다. 지난 코로나19 와중에 한국경제는 사상 최초로 스타업 창업이 10만개를 넘어 12만 3천개를 돌파했다. 엄청난 수준이다.

    그 많은 창업기업들 가운데에서 일부는 벤처인증을 받아서 벤처기업 대열로 합류했고 그 결과 2020년에는 벤처기업 수가 거의 4만 개에 육박했다. 물론 올해 거품이 빠지면서 다시 3만 8천개로 주저앉기는 했지만. 당연하게도 펀드 자금도 몰려서 2021년 3분기까지 벤처펀드는 사상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2/3는 민간펀드다. 그야말로 지금 한국 경제는 풍부한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창업 전성시대라고 말할 만하다.

    문제는 돈이 몰리고 기업이 여기저기 설립되는 것만큼 고용이 함께 늘어나는가 하는 것이다. 중소벤처부는 올해 정보 확인 가능한 3만 5천개 벤처기업의 고용인원이 약 73만명 가까이 된다면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자금이 몰려들고 기업이 크게 불어났으니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사실 1개 기업당 고용은 20명 정도에 그친다는 점은 강조되지 않고 있다. 역시 일반인이 기대한 만큼은 아니다.

    물론 4차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혁신을 사업화해 나가는 혁신 스타트업을 정부가 꾸준히 장려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인공지능시대에 흔히 말하는 추격경제를 넘어 선도경제로 가는 길목에서 혁신 스타트업의 역할도 막중하다. 하지만 기술혁신과 제도혁신, 일자리는 함께가야 한다. 기술혁신과 자본투자만 나홀로 질주하면서 고용 없는 혁신, 성과공유없는 혁신에 그친다면 경제정책의 성공은 반쪽짜리에 불과하고 지속가능성도 의심받게 될 것이다. 특히 주식가치를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은 기업생태계를 왜곡되게 볼 개연성도 있다.

    최근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대체로 그렇다. 예를 들어보자. 전통적인 기업인 현대차는 직원이 약 7만명에 이르는데 시가총액은 44조원 정도다. 그런데 시가총액이 66조원으로 1.5배 더 많은 네이버의 직원은 거의 1/20분 수준인 4천명에 불과하다. 전통적인 LG화학의 시가총액과 카카오의 시가 총액은 비슷하지만 LG화학은 1만 7천명을 고용하는데 비해서 카카오는 겨우 3천명이다. 혁신은 이뤄지는데 청년들이 여전히 일자리가 없어 힘들어하는 이유의 하나다. 심지어 기술혁신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노동이 미화되기도 한다. 오히려 기술혁신기업이라면 혁신의 성과를 주4일제 같은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가야하는데도 말이다.

    [그림 ] 전통기업과 플랫폼 혁신기업의 시가총액 및 직원수 비교

    혁신기업들이 급팽창시키는 고용은 따로 있다.

    사실 최근 유니콘 기업과 벤처기업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고용 자체가 아주 부족한 것은 아니다. 이들이 광범위하게 만들어내는 고용은 따로 있다. 바로 플랫폼 노동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가 전체 취업자의 무려 8.5%인 220만 명이 될 정도로 크게 팽창했다고 조사되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50만, 또는 최대 180만 명으로 추산했던 것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아진 수치다.

    여기서 플랫폼 노동자란, 지난 3개월 동안 스마트 폰이나 웹사이트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 또는 알선을 통해서 일감을 얻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입을 얻은 적이 있는 노동자를 말한다. 아직은 배달, 운전 등에 전업형이 몰려 있지만, 양적으로 그리고 다양성 차원에서도 당분간 계속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그림 ] 플랫폼 노동자의 분야 및 주업형 비중

    문제는 이들이 아직 ‘노동자’로서도 대접받고 있지 못한 것은 물론, 노동조건도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어떤 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1/3에 가까운 28.5%에 달했다. 또한 계약을 체결한 사람이라도 계약 내용 변경 시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하는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47.2%였다. 또한 플랫폼 기업이 정한 업무 규정이나 규칙이 없는 경우도 절반이 넘는 59%였다. 이게 첨단 혁신기업들이 주로 만들어내는 고용의 현주소다. 자본시장 친화적이지만 노동시장에는 우호적이지 못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생태계의 단면을 보게 된다.

    기업은 자발적으로 고용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을 비판하면서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개인들이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그는 일자리 정책의 일환으로 “일자리 만드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돕겠다. 청년들의 스타트업 창업을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일자리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의 대책은 사실 문재인 정부의 그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도 유니콘 기업 만들고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고용창출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가 쏟아 부은 30조 내외의 일자리 예산 가운데 70% 이상은 ‘민간기업이 고용을 하지 않아’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했거나, ‘민간기업의 고용을 장려’하기 위해 지원된 보조금이거나, 아니면 창업지원금이었다. 윤석열 후보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렇게 하겠다는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 고용정책의 실패는 기업지원을 안해서가 아니라 기업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 실적이 부진한 것 때문이다. 특히 앞서 확인한 것처럼 지난해 코로나 국면에서도 벤처 창업이 12만 3천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었다. 윤석렬 후보가 얼마나 더 벤처거품을 만들어낼지는 모르겠으나, 이처럼 벤처창업의 양적 갯수에 연연한 정책은 고용을 안정적으로 늘리지 못한다.

    기업이 고용을 독려하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주주자본주의 열풍의 여진으로 최근까지 기업들은 수익추구에 몰두한 나머지, ‘줄이면 좋은 비용’으로 고용을 인식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 이런 기업의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성과와 수익을 공유하는 이해관계자로 노동자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창업은 창업 개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두기보다, 창업에서 위험고비를 지나 안착하도록 질적인 성장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지금과 같은 코로나 불황에서 기업만이 고용을 창출한다는 관점을 고수하는 것이 맞는지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공공이 사회적 가치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 필요도 있다. 정의당 주장하는 지역기반 ‘일자리보장제’가 그런 취지다. 특히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대대적인 녹색전환 공공투자를 통해서 능동적으로 산업전환과 일자리 창출을 병행하는 전략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국에서 ‘시민 기후단’을 고용정책의 일환으로 기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로나19의 엄혹한 고용한파에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다는 주문을 위운다고 고용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 <정의로운 경제> 연재 칼럼 링크

    필자소개
    정의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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