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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부족한 것은 요소수 아니다
    [에정칼럼] 제대로 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부족
        2021년 11월 18일 10: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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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요소수 대란으로 디젤차량의 비율이 높은 물류업계와 대중교통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국내 디젤차량은 전체 등록차량 약 2500만대 중 약 1000만대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그나마도 2020년을 정점으로 지금은 신규 디젤차량 판매가 하락세로 돌아선 게 이정도이다. 호주까지 군 수송기를 활용해 요소수 2만 리터를 급하게 들여왔지만, 요소수 품귀현상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언론에서 요소수 부족이 중국에 요소수 수요 97% 이상을 의존했다는 지적은 많지만, 디젤차량 증가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다.

    디젤엔진은 원래 상용차에 주로 사용되었지만, 배출가스 규제가 약했던 유럽에서 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클린 디젤’ 선전을 내세우며 확대됐다. EU의 국제적인 압박으로 각국의 디젤 규제가 풀렸고, 승용차까지 확대 도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5년 디젤게이트 사건(폭스바겐 대기가스 조작사건)이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의 연구 결과를 시작으로 드러났고, 클린 디젤은 그린워싱이었으며 많은 유럽의 디젤차량이 배출조작으로 ‘유로6’ 기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 발각되었다.

    디젤게이트 이후 유럽의 대다수 국가의 2015년과 2019년 디젤차량의 비중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약 40%로 차량이 증가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현재 독일, 이탈리아, 헝가리를 비롯해 유럽 전체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번지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와 유럽에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디젤차량 비중이 높은 것과 더불어 요소수의 요소 생산의 원료가 되는 석탄과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 때문이다. 위드코로나 전환과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현재 석탄과 천연가스의 가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탄소 중립 정책이다.

    11월 13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막을 내렸다. 애매한 수식어와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표현에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있지만,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감축과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라는 단어가 최종 협상 결과에 들어갔다는 것이 그나마의 성과이다. 당사국총회와 맞물려 최근 많은 국가가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기존 화석연료를 이용한 화력발전 대신 천연가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COP26에서 석탄발전 폐지의 반대 입장에 섰던 나라라고는 하지만, 석탄 감축 방향에 서있는 것은 확실하다. 중국은 작년 9월에 2060년 탄소중립 선언 이후 석탄 생산 억제 정책을 유지해왔다. 거기에 호주와의 외교 전쟁으로 석탄 수입도 줄어들어 석탄을 전면적으로 발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석탄 사용이 제한되면서 그동안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게 미뤄왔던 값싼 요소의 생산은 당연히 미뤄질 수밖에 없다. 요소뿐만 아니다. 중국의 탄소중립 선언은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철광석의 생산 급감에도 영향을 끼쳤다. 철광석과 석탄 등의 물동량이 줄어들자, 벌크선의 운행도 줄어들어 운임이 올랐고, 그에 따라, 철강업계는 ‘재활용’고철을 구하는 데 비상이 걸려 고철 가격마저 오르고 있다.

    이렇듯 탄소중립 정책은 경제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그 영향은 어느 정도 원자재와 대금 확보가 되어 있는 대기업이 아닌, 당장에 차량을 운행해야 하거나 소규모 사업장에 생계가 걸린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외교적으로 구색을 맞추기 위해 탄소중립 선언을 했을 뿐, 디젤차량 소비를 권고하고, 무분별한 배달을 종용하는 등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전방위적인 정책 수립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황이다. (요소수 2만 리터를 위해 8000km 거리에 군용기 연료를 거침없이 사용했다는 것만 봐도 요소수 품귀현상의 본질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보인다.)

    앞으로 더 자주 다양한 분야에서 그린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원자재 등의 품귀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단순히 계산기 두드려서 맞출 것이 아니라, 더 면밀하고 전방위적으로 생산과 소비 경제 활동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그린뉴딜 정책은 기존의 사회전환에 대한 고민보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신기술 개발과 단순한 연료 전환에 대한 전략으로 구성되어있다. 탄소중립까지 30년이 채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 필요한 고민은 계속 늘어날 소비에 대한 효율 증진과 탄소배출 감축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화석연료와 원료, 원자재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는 방법이다. 지금 우리가 정말로 부족한 것은 요소수나 철광석이 아닌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다.

    * <에정칼럼> 연재 링크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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