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비정규직 3,100명 정규직 전환
    By tathata
        2006년 12월 20일 04: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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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노사가 금융권 최초로 비정규직 3,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합의함에 따라 ‘비정규직 정규화’의 길을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과의 임금차별은 여전히 남아있어 미흡하다는 평가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황영기 우리은행 행장과 마호웅 노조위원장은 20일 우리은행본점 강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규직 노동자의 내년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내년 3월 1일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 노사간의 합의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3,100명에 이르는 우리은행 비정규직은 정규직 1만1천여명의 28% 수준으로, 대부분 영업점 창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거나 전화상담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은 내년 3월 1일부터 정규직과 같이 취업규칙과 정년보장을 적용받게 된다. 급여는 매스마케팅, 고객만족, 사무직군 등 직군별로 차등해 적용한 뒤 순차적으로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에는 황 행장이 지적하듯 “정규직원들의 임금동결이라는 양보를 전제로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설혜경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 정책본부장도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동결 동의를 얻어내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공감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은행 쪽이 주도적으로 발빠르게 움직인 것 같다"며 "이번에 통과된 비정규 관련법에 비정규직 차별 금지 관련 조항을 피해가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고용불안과 임금차별의 이중고를 겪어온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새로운 전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비정규법안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비정규법안이 시행되면, 은행에서 창구, 상담 등 상시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2년마다 ‘해고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우리은행은 반복 계약해지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정규직 전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계 내부에서는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용불안에 시달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규직과의 임금차별이 해소되지 않는 정규직 전환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호봉이 상승되는 연공급 임금체계의 적용을 받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군별 임금체계를 적용받기 때문에 임금차별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노사관계본부장은 “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비정규직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에서 정규직의 임금동결로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전환을 얻어낸 것은 획기적인 일이자 모범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권혜영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 위원장은 “정규직과 다른 승진 및 급여체계를 갖는 직군별 임금 테이블은 정규직을 이원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도 “별도의 직군을 만들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차별해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체계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을 보장해주는 댓가로 차별을 제도화한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배 본부장은 "직무급 임금체계가 정착한 서구유럽과 마찬가지로 한국 또한 연공급 임금체계를 지양해야 한다"며 "직군별 임금체계를 비난하기 이전에 정규직 노동자 또한 직무의 난이도, 전문성, 집중도를 고려하여 직무가치를 평가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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