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태측 "최열, 정대화 등 물밑 접촉"
        2006년 12월 20일 12: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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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고건 전 총리와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김 의장은 또 "지역주의에 기대거나 개혁에 불철저한 사람과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통합신당파 내부에서 개혁파와 실용파간 노선투쟁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김 의장은 19일 일부 언론과의 동행 인터뷰에서 "고건 전 총리는 햇볕-포용정책에 대해 입장이 모호하다"며 "고 전 총리의 가을햇볕정책은 안 맞는 얘기로, 고 전 총리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논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 "가을햇볕정책을 펴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을 중단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했다면, 6자회담 재개로 우스운 사람이 됐을 것"이라며 "고 전 총리는 그것을 하려고 한 것인데, 통찰력과 예견력이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고건 전 총리 (사진=연합뉴스)
     

    김 의장은 "고 전 총리는 반한나라 연대의 유력한 주체 중 한 명이며, 현정부의 초대총리로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이 같이 말했다. 고 전 총리가 통합신당의 파트너이긴 하지만 자신과 노선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통합신당파 내부의 세력관계 및 통합신당의 향후 전개도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여당 내 통합신당파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먼저 실용적 성향의 통합신당파가 있다. ‘희망21’, ‘실사구시’, ‘국민의 길’, ‘안개모’ 등에 소속된 의원들이 주축이다. 이들의 대권후보 지지성향은 정동영 전 의장과 고 전 총리로 나뉜다.

    다른 한 부류는 김 의장을 좌장으로 하는 개혁적 성향의 통합신당파다. 양측은 통합신당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지만 정체성이 다르다. 최재성 의원은 양측의 공조를 "넌센스"라고 했다.

    양측 가운데 숫적으론 실용파가 개혁파를 압도한다. 여기에 고 전 총리와 민주당까지 가세하면 실용파는 통합신당의 압도적 다수를 점하게 된다.

    얼마 전 김성곤 의원이 "개혁적 성향의 통합신당파와 함께 가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우리당은 주로 개혁파가 주도하지 않았느냐. 이제 실용파가 중심에 나서고 개혁파가 받쳐주는 구도가 돼야 한다"고 밝힌 것은 이런 자신감을 깔고 있다.

    이런 상황은 김 의장이 제도 정치권 바깥을 쳐다보게 하는 이유가 된다. 통합신당에서 실용과 개혁의 구성비를 균형있게 맞추려면 정치권 바깥의 ‘개혁적’ 인사를 끌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김 의장의 통합신당 내 입지와도 직결된 사안이다. 최근 김 의장이 ‘평화개혁연대’의 파트너로 양심적 지식인이나 시민단체 등을 부쩍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김 의장측은 재야나 시민단체 명망가 등을 대상으로 통합을 위한 물밑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정대화 상지대 교수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밖에 학계나 노동계 등을 대상으로도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이들과의 연대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분들도)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 때문에 심정적으로 떨어져 있어 설득 중"이라며 "김근태 의장에 대해선 30년 가까이 함께 활동했던 분들이라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과의 통합 논의가 가시화되는 시점과 관련, "명분도 축적돼야 하고 정치권 내부의 통합신당 흐름과도 속도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 김 의장측 또 다른 관계자는 "2월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 노선이 결정되면 상당한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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