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오인된 정체성』 외
        2021년 11월 13일 07: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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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된 정체성> – 계급, 인종, 대중운동, 정체성 정치 비판

    아사드 하이더 (지은이),권순욱 (옮긴이) / 두번째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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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스탄계 미국인으로, 정체성과 현대 정치와 관련한 여러 논쟁을 통해 주목받는 언론인이자 편집인, 뉴욕 뉴스쿨대학교 객원 조교수인 연구자 아사드 하이더가 펴낸 책이다. 이 책은 영어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시기에 출간되었으며, 극우의 부상과 그것이 야기한 실질적인 공격에 대한 사회운동의 실망스러운 대응과 분열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미국 흑인운동의 역사와 정체성 정치의 부상을 논하며, 운동의 분열이 띈 특정한 방식, 즉 정체성 정치라는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정체성 정치는 보편적 해방을 표방한 사회운동에 대해서 분리주의적 시각을 제시하였고, 이를 통해 차이만을 중시하고 연대와 공통을 찾는 노력을 멈추도록 만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모습을 백인종의 발명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미국에서 1960년대 이후 전개되었던 정체성 운동과 문학 논쟁을 통해 살펴본다. 그러면서 인종주의에 맞선 투쟁이 이러한 정체성에 기반할 것이 아니라 실제 구체적인 현실에서 시작하여 해방이라는 보편성을 추구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20세기 미국에서 여러 차례 일어난 인종주의에 맞선 대중운동에서 교훈을 얻은 것이다.

    <마지막 왈츠> –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황광수,정여울 (지은이) / CRETA(크레타)

    2021년 9월 29일 오전 9시 10분,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향년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암 투병 중이었다. 황광수의 오랜 절친 정여울 작가는 충격과 슬픔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간 정여울 작가는 문학평론가 황광수의 마지막 원고를 정리하고 있던 차였다. 단 며칠의 시간이 더 필요했을 뿐이었다. 글을 다듬고 편집을 마무리하던 와중에 접한 부고. 문학평론가 황광수는 끝내 정여울 작가와 함께 쓴 《마지막 왈츠》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애도의 시간을 추스를 새도 없이, 정여울 작가는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남긴 미완의 글과 메모를 수습하여 《마지막 왈츠》를 새롭게 구성했다. 생전에 이 책을 마무리해 절친 황광수에게 힘이 되고팠던 정여울 작가는 그간 모은 원고에 <황광수 선생님을 떠나보내며>라는 글을 새로 더 써서 책을 마무리했다. 이 책 《마지막 왈츠》는 황광수와 정여울의 ‘우정의 향연’이자 정여울이 세상을 떠난 절친 황광수에게 보내는 이별과 애도의 추도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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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너멍굴을 선택했다> – 90년생 진남현 자력갱생 에세이

    진남현 (지은이) / 시대의창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언젠가는 자유로워진다.” 이따위 조언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청년이 있었다. 그는 청소년기에 IMF 사태를 겪으며 장래희망을 ‘농사꾼’으로 결정했다. 스물일곱 살에 귀농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고산면의 산 너머 굴 같은 골짜기 ‘너멍굴’을 자신이 뿌리내릴 곳으로 선택했다. 무모해 보이는 결단력에 저돌적인 추진력과 당돌한 근성을 더해, 너멍굴에서 지금까지 6년째 자급자족과 자력갱생의 삶을 경작하고 있다.

    90년생 청년 진남현이 자신의 비루했던 삶을 청산하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과정을 담았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너멍굴. 운명의 터전이자 인간다운 삶의 고향인, 그곳 자유의 땅에서 한 청년이 벌인 행복하고 처절한 ‘삽질’을 기록했다. 지금 세상에는 메타버스, 인공지능, 주식, 부동산 같은 ‘진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난무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이런 세상에 ‘저비용 고노동 농사꾼’이 가하는 일침이기도 하다.

    그는 향후 200년은 개발될 가능성이 없는 산골짜기에 자기 힘으로 밭을 일구고 집을 짓고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다. 자유롭기 위해 편리함 따위는 걷어차 버리고, ‘진짜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 자신의 땅을 일구어가는 ‘전대미문 왁자지껄 인생 놀이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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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아름다움과 너의 아름다움이 다를지언정>

    최현우 (지은이) / 한겨레출판

    시인이 스무 살 무렵부터 서른 즈음까지 마음속 깊은 우물에 꽁꽁 숨겨왔던 가냘픈 통증과 절망을 가장 평온하고 깨끗한 방식으로 벼려 길어 올린 산물이다. 책에 실린 42편의 글들은 총 3부로 나누어 ‘혼자’로 시작해 ‘타인’, 그리고 ‘우리’로 끝나는 책으로 엮고자 했다.

    시인은 봄에 꽃이 피면 우울해지고 남들이 꽃놀이 갈 때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는 기질을 천형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또한 자신의 삶에 스스로 순종할 것인지, 어쩔 수 없이 남에게 복종할 것인지 골몰하느라 많은 날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그렇게 세상의 불의와 타자의 고통을 제 살갗의 쓰린 상처처럼 아파하며 무너졌던 날들이 오히려 시인을 지금처럼 단단하게 만들었다.

    시인만의 웅숭깊은 문학 세계를 만들고,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연서를 써내려가게 했다. 시인은 그을음 눌어붙은 이십대 시절을 지나 몇 번의 계절이 더 흘러가는 동안 자신에게 일어났던 환희의 순간과 안도의 방식을 이 순정한 산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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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비건 식당 할까?> – 세 여자의 비건 대륙, 베지베어 이야기

    고다현,민성주,조은하 (지은이) / 이매진

    2019년 9월,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은 세 청년이 대학 앞에 비건 식당을 차린다. 우연히 팝업 식당 모집 공고를 보고, 3일 만에 계획서를 내고, 친한 사람들을 모으고, 공모에 당선되면서, 이 모든 일은 갑자기 벌어졌다. 전 메뉴 비건 음식을 파는 팝업 식당으로 소문이 나면서 정식 오픈을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베지베어라는 이름을 짓고 매장까지 차렸다. 그렇게 베지베어는 이대 앞 맛집이 됐다. 독특하고 아이디어가 채식 메뉴를 개발해 두 번이나 장관상을 받으면서 3년이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냈다.

    채식주의가 운동에서 문화로 자리잡고는 있지만 전 메뉴 비건 식당은 여전히 모험이었다. 비건 식당을 차린다는 계획을 들은 사람들은 머나먼 나라로 떠난다는 듯 낯설어했지만, 결국 베지베어는 육식 천국 사이에 조그맣지만 새로운 대륙으로 연착륙했다.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채식이라는 가치와 청춘의 열정을 무기 삼아 베지베어라는 비건 대륙을 개척한 세 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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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 선 여성해방> – 150년간 여성과 남성의 삶에 일어난 변화와 여전한 차별

    린지 저먼 (지은이),이장원 (옮긴이) / 책갈피

    직장에서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집에 와서는 가사 노동과 육아에 시달리고, 일과 가사를 잘해 내면서도 예쁘고 섹시해야 한다는 압박까지. 이중, 삼중의 괴로움을 겪는 여성의 삶.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왜 이다지도 고되고 힘들까? 이 책은 오늘날 여성이 처한 진짜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한편으로, 지난 수십 년간 여성의 지위가 급격히 향상됐으나 완전한 평등을 이루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런 변화는 사회 전반의 더 폭넓은 변화와 함께 벌어졌는데, 그로 인해 섹슈얼리티, 가족 생활, 노동의 측면에서 여성의 삶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남성의 삶과 의식도 크게 달라졌다. 그 변화 과정은 한국 사회에 일어난 변화와 너무나 흡사해 읽다 보면 한국의 현실을 묘사한 것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은 이런 변화 과정을 검토하며 여성해방을 이루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남긴 성과와 한계를 살피고, 진정한 여성해방을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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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하는 역사학 공부>

    김서형 (지은이) / EBS BOOKS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말한다. 승자의 관점과 입장에서 서술되고 전해진 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패자의 관점과 입장’도 있을 것이며, 동일한 사건이라도 그 기록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이렇듯 역사는 시대와 정치 상황 그리고 역사가의 관점과 입장에 따라 다르게 기록되게 마련이다.

    역사가 서술된 이런 나름의 배경을 간단히 살펴본다면 해당 사건이나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역사학계의 특기할 만한 역사가와 대표 저서를 선별해 시간순으로 정리한 것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학의 전반적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일 1키워드로 30일 만에 ‘역사학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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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 – 게임에 대해 궁금하지만 게이머들은 답해줄 수 없는 것들

    최태섭 (지은이) / 한겨레출판

    정부는 산업으로서의 게임은 지원하면서도, 동시에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게임을 규제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왔다. 게이머를 잠재적 강력범죄자나 중독자로 보는 부정적 시각에 맞서 게이머들은 “게임은 문화다!”를 외치지만, 한편에서는 게임업계 내의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다. 대체 게임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게임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걸까?

    이 책은 이처럼 각자의 이해관계와 입장에 따라 엇갈리는, 그래서 혼란스럽기만 한 게임에 대한 담론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한국, 남자》로 유명한 사회학자 최태섭은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라는 제목에 걸맞게 게임을 이루는 요소가 무엇이고 게이머는 누구인지, 게임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등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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