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사모님’ 동원 대선 준비?
        2006년 12월 19일 03: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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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이 정확하게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한나라당은 19일 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협의회 위원장 부인들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대선을 앞두고 ‘사모님’들의 구전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사고 치는’ 남편들을 위한 집안 단속까지 당부하는 자리였다.

    봉사활동으로 ‘대선패배 주간’을 기념했던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부인 워크숍에 참석 “한나라당이 대선에 두 번째 패배한 날이고 내년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날”이라며 “한 번 넘어간 정권을 찾아오기 어려운 만큼 온가족이 혼연일체가 돼 악착같이 해야 한다”고 대선 승리를 위한 ‘사모님’들의 협조를 강조했다.

       
      ▲ 19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및 당원협의회위원장 부인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 대표는 “지금 당 지지율은 다 소용없고 끝에 가 1대1로 붙으면 결국 몇 % 상간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이라며 “지금부터 자중자애하고 근신해야 한다”며 집안단속을 당부했다.

    더불어 강 대표는 “과거의 한나라당과는 다르다”며 “인명진 목사가 윤리위원장에 오셔서 처음에는 당과 체온이 안 맞아 제가 봉사활동했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 없이 서슬퍼런 포청천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우여 사무총장도 “귀한 자식일수록 잔소리가 많다”면서 “우리가 철떡 같이 믿는 조선일보까지 저렇게 야단이고 인명직 목사까지 당을 비난한다는 주장은 사태를 잘못 보는 정신 나간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명진 목사가 오고 당에 사고가 터지지 않았고 최근 (성폭행 미수) 사건이 터졌는데 그것도 사흘에 한 번에서 한 달에 한 번으로 기간이 길어진 것”이라고 인명진 윤리위원장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한나라당 지도부가 기대를 밝힌 인명진 윤리위원장의 ‘서슬퍼런’ 칼날은 한나라당에 영입된 두어달 만에 많이 무뎌진 모양새다. 인명진 위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한나라당의 잇단 ‘사고’들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너무 순진해서 덜컥 함정에 빠진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인 위원장은 최근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의 여성 재소자에 대한 성적 비하 발언과 관련 “기자들 만나 밥 먹으면서 한 농담”이라며 “세상 살면서 농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 수 있나, 농담으로 봐 달라 해서 넘어가긴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아슬아슬한 농담”이라며 “대선 끝날 때까지 농담도 하지 마라고 했다”고 강조했지만 잇단 성추문을 일으키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참정치를 이룰 윤리위원장의 잣대로서는 많이 약하다는 평이다.

    인 위원장은 지난 여름 수해 골프와 관련해서도 “골프 친 의원들이 함정에 빠졌다”며 “한나라당 분들이 훌륭하기 그지없고 누구 앞에서 쇼도 할 줄 모르고 재주 부릴 줄 몰라 덜컥 걸리고 덜컥 걸리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너무 곱게 자라 순진해서 덜컥 넘어가고 걸리고 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며 “사실 그냥 넘어갈 일인데 국민들이 한나라당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면 가만 있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한 다른 정당의 비난과 관련 “여당에서도 수해 때 해외로 골프치러 간 사람들 있었지만 여당 윤리위원회에서 골프 친 의원들을 징계했다는 말을 들어봤냐”며 “한나라당은 돈과 연루돼 재판받으면 그 자리에서 제명이지만 다른 정당에는 대법원까지 가서도 대표하는 정당이 있고 간첩 혐의로 기소됐는데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 당도 있다”고 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에 고루 화살을 돌렸다.

    인 위원장은 “한나라당 들어와서 교인도 떨어지고 후배들이 다 떨어져나가고 ‘변절했다’는 말을 듣는다”면서도 “한나라당 당원도 아닌데 두어달 같이 밥 먹더니 자꾸 ‘우리 한나라당’이라고 말하게 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어쩌면 그의 칼날은 한나라당 영입 이전부터 한참이나 녹슬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 위원장은 정권 교체의 당위성으로 우리나라가 현재 이룩해놓은 경제가 다시 회복 못하는 길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 위원장은 중국에서 발 마사지를 받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조선 촌놈이 대국 여자 앞에 발을 내놓고 대국 여자가 발을 만져주고 그런 역사가 언제 있었냐”며 “예쁜 여자 골라 몇백 명, 몇천 명씩 중국 사람들 시중들게 하든 것이 그 때 역사고 언제 우리 손녀딸들이 대국 발을 주무를 날이 올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우리 경제의 성장과 관련 하나님, 박정희 전 대통령, 근로자에게 감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 관련 “박정희 때 고생 많이 했지만 오래 지나고 보니까 (박 전 대통령이) 역사에서 중요한 일을 했다”며 “그 때 경제개발을 안했으면 어땠겠나, 뚝심으로 밀고 나가서 고맙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또 “우리집 애들이 돈을 달라고 하면 돈은 주긴 주는데 아빠가 이야기하는 사람을 찍어야 한다고 한다”며 “국민의 권리라고 반박하면 니가 벌어서 밥 먹고 살 때 니 권리 찾아서 하고 내가 힘들어서 번 돈이니까 결정도 내 맘대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참석한 ‘사모님’들도 배울 것을 권유했다.

    인 위원장은 노동운동에 대한 비난도 쏟아냈다. 그는 “우리처럼 노동운동 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며 “현대자동차가 문 닫아야 끝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나도 노동운동 하면 대단했던 사람이어서 옛날에 내 이름 들으면 기업들이 깜짝깜짝 놀라고 지금도 내가 많이 변한 줄 모르고 한나라당 왔다니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에 대한 지론도 폈다. 인 위원장은 “내가 피해 받은 것은 국가보안법을 정치적으로 악용했기 때문이지 법이 잘못된 게 아니다”며 “북한 정권이 야욕을 버리지 않는데 현 체제 지키기 위한 이 법을 폐지할 수 있냐”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년 대선과 관련 “(한나라당이) 상대할 당은 독재 치하 감시 속에서 치열하게 자기들 뜻을 펼치고 조직을 만들고 운동하고 성취한 역전의 용사들로 (사모님들의) 바깥 어른들하고는 다르다”며 “이들이 돈도 있다, 조직도 있다, 언론도 있다, 뭐가 무섭겠나, 한나라당은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한나라 집권을 가장 싫어할 사람들은 북한이고 내년 대선은 북한 노동당과 싸움”이라며 “이들은 다음 대선에 목숨을 걸고 달려들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분발을 당부했다.

    그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열심히 줄서러 다닌다는데 패가 망신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일심회, 바다이야기, 북한에 대한 현금 지원, 부동산 문제를 물고 늘어져야지 줄서러 다니고 술 먹고 엉뚱한 짓 할 시간이 어딨냐”고 몰아쳤다.

    하지만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원협의회 ‘사모님’들 역시 남편들 못지않은 정치 9단들이다. 한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부인은 “여기 저런 이야기 모를 사람이 누가 있냐, 다들 정치꾼들인데”라며 “평소에는 활용도 못하다가 선거가 다가오니까 부른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특히 이날 워크숍에서는 당 지도부의 “줄서기는 안된다”는 당부에도 불구, 남편들을 대신한 ‘사모님’들의 물밑 줄서기 경쟁도 목격됐다. 한 한나라당 당직자는 “계보별로 모여 있더라”며 은근히 이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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