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은 아직 건강한 조직입니다"
    By tathata
        2006년 12월 19일 12: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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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설이 지나간 자리에는 찬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눈을 녹이는 햇볕은 따사로웠지만, 무겁게 쌓인 눈을 녹일 만큼은 따뜻하지는 못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는 지금 세 개의 천막이 처져 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장애인단체의 텐트가 나란히 붙어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비정규 날치기법 무효와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해,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위해 추운 겨울 풍찬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19일 오전 민주노총 천막 농성장을 찾았다. 이날은 조준호 위원장이 노동법 개악저지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한지 9일째 되는 날. 주요 일간지는 조 위원장의 단식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은 채 외면했다. 조 위원장의 단식은 조용히, 그리고 외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단식 9일을 맞는 그의 얼굴은 무척 초췌했다. 입술은 메말라 있었고, 얼굴은 수척해보였다.

    다소 기력이 쇠잔한 그에게 비정규법안과 노동법 개정안 그리고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중간 평가 등에 대해 물었다.

       
     ▲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
     

    -단식 9일째를 맞고 계신데 건강은 어떠신지요.

    = 아직은 괜찮습니다. 힘들지는 않습니다.

    -단식 후로 정부와 여당 등으로부터 어떤 메시지를 받지는 못하셨나요.

    = 어떤 메시지도 받지 못 했습니다. 외면하고 있는 거죠.

    -위원장님께서 단식을 하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 비정규법안이 날치기됐고, 곧바로 이어서 9.11 야합안을 담은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강행처리된 것에 대한 분노와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단식을 하는 것입니다.

    한미FTA 또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 분노와 항의를 모아서 민주노총은 올 해 내내 투쟁을 했습니다. 나의 단식으로 투쟁을 재조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단식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민주노총에게는 혹독한 계절인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의 반대 속에 비정규법, 노동법이 개정되고 있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흐름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노동 쪽에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정규법, 로드맵은 신자유주의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외적으로는 한미FTA로 완성을 하려는 것이고요.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민주노총입니다. 그래서 민주노총과 정부, 여당의 대립은 필연적이라고 생각되고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 극심했습니다. 정부는 그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임원을 3명(이태영, 최은민,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국장 7명을 구속하고, 지역본부장 다수를 구속, 수배했습니다. 올해만 구속 수배된 사람만 2백여명입니다. 극심한 탄압입니다.

    -오늘자 <중앙일보>에서 이상수 장관은 민주노총을 우회적으로 겨냥해, “단계적 사고가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통과된 법은 사회적 타협의 산물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지금 이 사회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양극화 문제입니다. 양극화의 핵심 내용이 비정규직이고, 정리해고입니다. 핵심적인 기제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이 아니라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단의 대책과 단계적 대책을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단계적으로 추진해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갈 수 있습니다.

       
    ▲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민주노총 천막 농성장.
     

    -민주노총의 이런 요구에 대해 정부와 한국노총은 “전부 아니면 전무식 투쟁”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폐암환자가 있습니다. 의사는 담배를 단계적으로 끊으라고 하고, 항암치료를 한다면 올바른 처방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폐암 환자는 담배를 당장 끊어야 됩니다. 비정규직으로 인한 양극화는 심각한 중병입니다. 정부도 시인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을 줄이라는 것은 혁명적 처방도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96~97년 노동법 개악저지 투쟁 이후 최장의 파업일수를 기록하는 등 총파업을 전개해왔습니다. 이번 투쟁이 민주노총에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신자유주의의 전면적 공세에 맞서는 투쟁입니다. 성과 유무를 떠나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대부분 정규직 노동자들인데,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에게는 ‘비본질적’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투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와 언론은 민주노총이 정치파업을 한다며 비판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입니다. 정규직노조 이기주의라고 말할 때는 언제고, 비정규직을 줄이자는 투쟁을 하면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사항을 가지고 파업한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올해 투쟁은 민주노총만이 아니라 전농의 농민들과 함께 공동투쟁을 했다는 점에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민주노총이 노동자 자신만의 문제를 넘어선 공동대응을 했기 때문이죠.

    민주노총은 또 올해 (금속연맹이) 산별노조로 조직전환을 이뤘기 때문에 앞으로 사회적 책무와 기능이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따라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이 새롭고도 실질적 체계를 가지게 될 것이고요.

       
     

    -이번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평가한다면.

    =너무 많은 총파업을 했습니다. 안 할 수 없는 시점에 안 할 수 없는 총파업을 했습니다. 대의원대회 결의도 있었고요. 총파업을 규모로 본다면 미흡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민주노총은 (비정규법과 같이) 자신들의 직접적인 이해보다 체감이 떨어지는 내용들을 가지고 최소 10만명에서 많게는 20만명 이상 파업을 계속 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직까지 민주노총이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파업권이 없는 전교조, 공무원노조, 그리고 파업이 어려운 보건의료노조의 동참이 힘든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보수언론과 정부는 폄하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내셔널센터가 총파업을 주도하는 것은 흔하지 않습니다. 민주노총은 아직까지는 기업별 노조 체계가 존재하므로 내셔널센터가 총파업 지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산별노조 체계가 되면 달라질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국민들의 여론은 부정적인 것 같습니다.

    =보수언론이 왜곡하고 있고, 국민들은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생계가 어려운 현실에서 민주노총이 소란스럽게 하는 것이 자신들과 밀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제대로 냉정하게 전달한다면, 민주노총의 파업을 그렇게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일부에서는 한국노총과의 공조파기가 노동계의 분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노총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은 본디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하는 조직인데, 기본을 저버리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언급하고 싶지도 않군요.

    -올 한 해는 조준호 위원장에게도 각별한 한해인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아쉬움이나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려운 한 해였고, 총연맹 위원장으로 아쉬움이 많습니다. 특히 하중근 열사의 죽음에 대해 아직까지 사과를 받아내지 못한 점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이 여전히 서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노동계도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되는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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