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망 너머의 창포, 석창포
    그리고 꽃창포의 민속적 실체(2)
    [푸른속의 식물생태] '중국식물지'의 자의적 이해
        2021년 11월 03일 01: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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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 너머의 창포, 석창포 그리고 꽃창포의 민속적 실체(1)

    4. ‘중국식물지’에 대한 자의적인 이해 혹은 의도적 곡해?

    (1) 주장 내용

    위 주장의 식물학자는 중국의 옛 문헌을 위와 같이 분석한 후에 창포의 분류학적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재의 ‘중국식물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중국에서는 잎맥이 없는 수창포의 경우 금전포金錢蒲라는 중국명으로, A. gramineus라는 학명을 쓰거나(영문판 중국식물), 석창포라는 이름으로 A. tatarinowii Schott라는 학명을 사용했고, 잎맥이 있는 것으로 기록된 석창포의 경우 그냥 창포菖蒲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학명은 A. calamus를 사용했다” – 신현철 외, 「식물명 창포와 석창포의 재검토」, 한국식물분류학회지 제47권2호(2017), 156쪽

    과연 그러한지 ‘중국식물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사진7. ‘중국식물지'(www.iplant.cn)의 A. calamus와 A. gramineus의 캡쳐 화면

    (2) ‘중국식물지’의 기재문

    참고로 1979년에 출간된 ‘중국식물지’는 A. calamus(중국명: 菖蒲)와 A. gramineus(중국명: 金錢蒲) 외에 창포속(Acorus) 식물 종으로 Acorus tatarinowii(중국명: 石菖蒲)와 Acorus rumphianus(중국명: 长苞菖蒲)를 별도로 분류했으나, A. tatarinowiiA. rumphianus를 모두 A. gramineus에 통합하였으므로 현재는 영문판 ‘중국식물지’와 마찬가지로 A. calamusA. gramineus만을 분류하고 있다. 결론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므로, 여기서는 논의의 편의를 위해 ‘중국식물지’의 A. calamusA. gramineus를 중심으로 살펴 보기로 한다.

    기재문을 살펴보면 먼저 잎에 대해 A. calamus는 “中肋在两面均明显隆起,侧脉3-5对,平行“(중륵은 양면에서 두드러지게 융기되며 측맥은 3-5쌍으로 평행하다)라 하고, A. gramineus는 “无中肋,平行脉多数“(중륵이 없고 나란이맥이 다수이다)라 기재하고 있다. 이 기재문은 우리의 『한국속식물지』 및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기재내용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잎맥이 없다거나 등골뼈(脊)이 없다거나 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또한 꽃색을 살펴보면, A. calamusA. gramineus 2종 모두에 대해 “黄绿色”(황록색)이라 기재하여 紫花(자주색 꽃)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다. 따라서 위 창포속(Acorus) 식물의 기재문에는 『증류본초』 또는 『본초강목』등에서 언급한 수창포와 계손에 대한 내용이 없으며 『식물명실도고』에서 언급한 계손에 대한 내용도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중국식물지’의 옛 문헌상 식물에 대한 기록

    ‘중국식물지’는 우리의 ‘국가표준식물목록’과는 달리 옛 문헌의 식물명칭을 현재 식물분류학에 따른 각 종의 이름에 이를 대응하여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상당한 옛 문헌을 고증하여 중국의 역사와 민속에 따라 이를 편재하고 있는 것이다.

    위 식물학자에 견해에 따르면 ‘중국식물지’는 잎맥이 없는 수창포의 경우 金錢蒲(금전포, A. gramineus)로 사용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중국식물지’의 옛 문헌의 명칭을 재분류하여 기록한 것을 살피면 중국 명나라 시대에 편찬된 『전남본초(滇南本草)』(15세기 저술)를 근거로 오히려 菖蒲(창포, A. calamus)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 식물학자의 ‘중국식물지’에 관한 주장과는 맞지 않는 내용이다. 또한 위 식물학자는 잎맥이 있는 석창포의 경우 그냥 菖蒲(창포, A. calamus)로 사용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중국식물지’의 옛 문헌의 명칭을 재분류하여 기록한 것을 실피면 오히려 『본초강목』과 『식물명실도고』의 ‘石菖蒲'(석창포) 경우 金錢蒲(금전포, A. gramineus)로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또한 위 식물학자의 ‘중국식물지’에 관한 주장과 맞지 않는 내용이다.

    또한 1979년 간행 ‘중국식물지’가 현재의 A. gramineus로 통합되기 이전에 별도로 분류하였던 ‘石菖蒲 Acorus tatarinowii‘에 대해 “无中肋,平行脉多数“(중륵이 없고 나란이맥이 다수이다)라 기재하고 있는 것에서도 위 식물학자의 주장과 전혀 맞지 않은 점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한편 ‘중국식물지’의 ‘菖蒲 A. calamus’에 대한 기재문 하단에 菖蒲(창포)의 민속적 이용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문구가 있다. “菖蒲及下述各种菖蒲的根茎均入药. 市上商品菖蒲和各中医所用菖蒲种类均不统一.李时珍认为菖蒲正品应为 “生于水石之间,叶具剑脊,瘦根节密,高尺余者,石菖蒲也”. 这里指的就是本种菖蒲.但现今大部分地区多用石菖蒲 A. tatarinowii 或栽培的金钱蒲 A. gramineus,可见种类虽不同. 疗效无大异.“(▷ 번역: 창포와 아래 서술한 각종 창포의 뿌리는 모두 약으로 쓰인다.시중의 상품인 창포와 각 한의사가 사용하는 창포의 종류가 제각각이다.이시진은 창포로 인식되는 정품에 대해 “물의 돌틈 사이에서 자라고 잎은 칼같은 등골뼈가 있으며 마른 뿌리와 마디가 밀생하고 1척여 정도 자라는데 석창포이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본종 창포를 가리킨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지역에서 석창포 A.tatarinowii나 재배하는 금전포 A. gramineus를 많이 사용한다. 그 종류가 같지 않음을 알 수 있지만, 치료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문구의 전체적 취지를 살피면, 이시진이 『본초강목』에서 언급한 ‘石菖蒲'(석창포)는 현재의 菖蒲(A. calamus)로 보이지만 약재로 사용하는 상황을 보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식물지’에서 金钱蒲(A. gramineus)의 옛 명칭 기록에 “石菖蒲(本草纲目,植物名实图考)“를 기록하고 있는 점에서도 옛 문헌의 식물을 현재의 식물 종으로 식별하는 것이 쉽지 않고 여러 모순과 불일치가 발생한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데 위 주장의 식물학자는 ‘중국식물지’의 위 인용구 중 붉은 색 글씨만을 뽑은 채 그 문구에 대해 “이시진이 창포 정품이라고 인정한 종은 물과 돌 사이에서 자라고 잎에 잎맥이 있고, 마른 뿌리에 마디가 촘촘하고, 키는 1m이상 자라는 석창포이다“라고 설명되어 있다고 번역하고서는 “중국에서는 잎맥이 있는 석창포를 단순히 창포라고 부르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결론짓고 있다. 자신의 주장에 부합된다고 생각하는 문구만을 뽑은 채, 보고 싶은 것만을 살피는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이시진의『본초강목』의 위 문구는 위 식물학자에 의해 같은 논문에서 앞서 번역된 적이 있었는데(앞의 인용된 『본초강목』 내용 참조), 그 번역과 마찬가지로 ‘有脊'(유척)을 ‘잎맥이 있고'(창포이든 석창포이든 관속식물인 이상 잎맥을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상기하자)라고 번역했다. 그런데 앞선 번역과 달리 석창포(A. gramineus)보다 훨씬 크게 자라는 창포(A. calamus)로 동정(?)하는 이 ‘중국식물지’에 대한 번역에서는 동일한 문구의 ‘尺'(척)이라는 단위 척도가 ’25cm’에서 갑자기 ‘1m이상’으로 점프를 한다. 굳이 옛 문헌의 ‘石菖蒲'(석창포)를 현재의 창포(A. calamus)로 만들기 위해 단위를 자의적으로 조정한 세심한 배려(?)라고 이해한다면 지나친 억측이 될 것인가?

    (4) ‘중국식물지’의 계손과 창포에 대한 또 다른 기록에 대한 누락 또는 무시

    사진8. ‘중국식물지'(www.iplant.cn)의 I. sanguinea와 I. ensata의 캡쳐 화면

    ‘중국식물지’를 자세히 살피면 붓꽃과 붓꽃속의 식물인 Iris sanguinea(국명: 붓꽃)를 ‘溪蓀'(계손)이라 하고, Iris ensata(국명: 꽃창포)를 ‘花菖蒲'(화창포)라고 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붓꽃과 꽃창포는 모두 자주색의 꽃을 피운다.

    위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송대의 『증류본초』와 명대의 『본초강목』에서 ‘水菖蒲'(수창포)와 ‘溪蓀'(계손)은 뿌리와 잎이 창포와 비슷하지만 무척(無脊)하고 약재로 쓸 수 없는 식물이었다. 또한 청대의 『식물명실도고』에 따르면 ‘溪蓀'(계손)은 자주색의 꽃이 피는 식물로 무척(無脊)이었다. 물론 『증류본초』, 『본초강목』 그리고 『식물명실도고』의 기록만으로는 ‘水菖蒲'(수창포)와 ‘溪蓀'(계손)이 정확히 어떤 식물 종을 일컫었던 것인 알기 어렵다. 그리고 왜 중국에서 다수 분포하는 여러 붓꽃속(Iris; 중국명 鸢尾属)의 종에서 하필 I. sanguineaI. ensata에 옛 문헌의 ‘溪蓀'(계손)과 ‘菖蒲'(창포)라는 명칭이 남게 되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에 대해서는 아마도 보다 넓고 깊게 중국의 민속과 근대 식물분류학이 중국에 도입되어 정착되는 과정을 살펴야 그 개략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식물지’의 위 창포속과 붓꽃속에 대한 기재문에 기초하여 옛 문헌을 살피거나, 『포박자』, 『증류본초』, 『본초강목』 그리고 『식물명실도고』 등에 근거하여 ‘중국식물지’의 창포속과 붓꽃속을 함께 살피면 서로가 모순되지는 않는다. 또한 ‘중국식물지’의 기록을 통해 중국의 옛 문헌상의 기록이 정확히 어떤 종을 지칭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추론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즉, 중국의 옛 문헌에 표현된 ‘無脊'(무척) 즉, 등골뼈가 없다는 것은 현재 식물분류학에 따른 A. calamusA. gramineus에 대한 종 식별 형질인 ‘a distinct midrib'(뚜렷한 중륵)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옛 문헌의 ‘菖蒲'(창포)에는 현재의 창포속(Acorus)에 속하는 식물 종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뿌리를 약재로 사용 할 때 그 채취 시기인 음력 4~5월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고 그래서 뿌리와 잎이 창포와 아주 유사한 식물들도 함께 부르고 포함시켜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때 구별 기준인 ‘脊'(척)은 약재로 사용할 수 없는 식물의 잎에 대한 해설이고 그 식물은 자주색 꽃을 피우는 개체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내용을 있는 그대로 종합적으로 살피면 위 식물학자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편 위 식물학자의 주장의 실제 더 큰 문제점은 결론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식물지’는 학명 검색뿐만 아니라 한자로도 검색되도록 데이터베이스(DB)화되어 있기 때문에 내용을 일일이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옛 명칭 ‘溪蓀'(계손)이 어떤 종의 식물에 어떻게 기록되었는지는 검색어 하나로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누락 또는 무시가 의도된 것이 아닌지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9. 붓꽃(I. sanguinea)의 모습

    5. 소결론

    이상에서 살펴 본와 같이 중국의 옛 문헌, 실제 ‘중국식물지’ 및 『중약대사전』을 근거로 ‘菖浦'(창포)와 ‘石菖蒲'(석창포)와 관련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중국식물지'(중문판 포함)에 따르면, 중국에는 천남성과의 창포속(Acorus)으로 A. calamus(중국명: 菖蒲)와 A. gramineus(중국명: 金錢蒲)라는 2종의 식물이 분포한다. 별도로 분류되었던 A. tatarinowii(중국명: 石菖蒲)는 현재 A. gramineus에 통합되어 ‘石菖蒲'(석창포)는 ‘金錢蒲'(금전포)의 다른 이름(이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 『중약대사전』은 약재명 ‘石菖浦'(석창포)를 A. gramineus로 보아 뿌리를 약재로 사용하고 있으나, ‘중국식물지’는 A. calamusA. gramineus 2종을 모두 약재로 사용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 ‘중국식물지’는 그들의 옛 문헌 『본초강목』과 『식물명실도고』에 기록된 ‘石菖蒲'(석창포)를 A. gramineus를 지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

    – 『포박자』등 중국의 옛 문헌은 자주색 꽃이 피는 식물을 ‘菖浦'(창포)의 일종으로 보기도 하였고, 청대의 『식물명실도고』는 이를 ‘溪蓀'(계손)으로 보았으며, 현재 ‘중국식물지’는 이를 붓꽃과 붓꽃속(Iris)의 식물인 I. sanguinea(국명: 붓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국식물지’는 I. ensata의 다른 이름으로 ‘花菖蒲'(화창포)를 기록하고 있다.

    – 중국의 옛 문헌 중 『증류본초』, 『본초강목』 및 『식물명실도고』등의 주요 문헌은 ‘水菖蒲'(수창포) 또는 ‘溪蓀'(계손)에 대해 뿌리를 약재로 사용할 수 없는 식물로 보았고, 그 잎에 대해 등골뼈가 없다는 뜻에서 ‘無脊'(무척)하다고 기록하였다.

    이상을 근거로 하여 살피면 중국의 ‘菖浦'(창포)와 ‘石菖蒲'(석창포)와 관련된 인식과 문화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중국의 옛 문헌에서 ‘菖蒲'(창포)라는 명칭은 넓게 사용할 때에는 현재의 창포속(Acorus)이 아닌 식물, 예컨대 붓꽃과의 붓꽃속 식물도 포함하는 개념이었다.

    – 중국에서 A. gramineus를 약재로 사용한다는 ‘중국식물지’와 『중약대사전』이 오류가 아니라면, 『증류본초』과 『본초강목』 등에 기록된 ‘水菖蒲'(수창포) 또는 ‘溪蓀'(계손)을 A. gramineus로 볼 합리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중국의 옛 문헌에서 ‘水菖蒲'(수창포) 또는 ‘溪蓀'(계손)의 잎에 대해 ‘無脊'(무척)하다고 한 것은 창포속(Acorus) 식물과 비슷하지만 약재로 사용할 수 없는 식물을 구별하기 위한 개념이었으므로 그 때의 ‘脊'(척)을 현재의 창포속(Acorus)내 종의 식별 형질로 사용하는 a distinct midrib(뚜렷한 중맥)과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주장의 식물학자는 식물분류학의 식별 형질인 중륵(中肋)을 잎맥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했고, 그것을 근거로 옛 중국 문헌을 ‘脊'(척)을 아무런 근거없이 다시 ‘잎맥’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중국의 옛 문헌에서 창포의 한 종류인 식물에 紫花(자화)가 피는 식물이 있다는 점을 무시 또는 누락하였고, ‘중국식물지’의 창포와 금전포(석창포 포함)에 기록된 옛 명칭을 자의적으로 해석 또는 곡해하였으며. ‘중국식물지’의 붓꽃속 식물에 대한 ‘溪蓀'(계손) 또는 ‘菖蒲'(창포)에 대한 기재 내용에 대해서도 무시 또는 누락하였다는 것도 살펴 보았다. 그러한 자의적인 해석과 무시 또는 누락을 통해 내린 결론이 “중국에서는 창포와 석창포는 잎에 잎맥이 뚜렷하게 발달하는 Acorus calamus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사용되어 왔고, 수창포와 계손은 잎에 잎맥이 뚜렷하지 않은 A. gramineus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사용되어 왔음이 확인되었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우리의 옛 문헌과 식물분류학의 정착 과정을 어떻게 자의적으로 해석하였는지 그리고 그 결과 식물에 대한 민속적 실체에 어떠한 왜곡이 발생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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