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대 위기를 바라보며
    대선 계기로 재정 등 논의 이뤄져야
        2021년 11월 03일 08: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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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2021학년도 경북대·부산대에 합격한 10명 중 8명이 다른 학교에 진학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2016학년도만 하더라도 지방 국립대 입학 포기율이 대략 58% 정도였다면, 2021학년도엔 대표적인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 부산대 마저도 각각 86%, 83%에 달하여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때마침 부울경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잠시 언급되었다. 지역에 일자리가 부족하다보니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방대학 역시 위기를 겪게 된다는 진단이었다. 이런 이유로 지방대학을 살리려면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성장판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시되었다.

    필자는 지방에 관심을 갖는 논의가 나오는 것 자체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판단하며, 이런 측면에서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아마도 선거가 없었다면 지방대 위기는 토론 주제에 끼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논의가 갖는 한계 역시 분명하다. 지방에 강력한 성장판 혹은 엔진을 장착하는 것은 분명 매우 필요한 일이며,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일자리만으로 지방대학의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성장엔진이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동남권의 경우만 보더라도 투자가 잘되어 일자리가 늘어날 때에도 지방대는 점점 쇠락해갔다.

    그 이유는 수도권 집중과 수도권에 소위 상위권으로 간주되는 대학이 집중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방의 엘리트 학생들은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는 한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였고, 졸업 후 다시 지방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반복되는 한 지방에 성장엔진을 새롭게 장착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가동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장엔진을 가동할 고급 인력을 지방에서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지방에 고급 인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방의 엘리트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후 지방으로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부가가치가 높은 신산업은 고급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수도권에 집중되며, 기업은 이를 핑계로 지방에 내려오길 꺼려한다. 입지 여건상 동남권에 만들어질 것으로 막연히 기대되던 세계 굴지의 조선기업 연구개발센터가 수도권에 건립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따라서 강력한 성장엔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인 것은 맞지만, 이를 장착하더라도 지방의 엘리트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새로운 엔진 작동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아쉽게도 토론회에선 이 문제까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물론 토론 주제가 지방대학 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심도있게 논의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지방에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재정지원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방 대학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없는 한 지방 엘리트 학생들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선 본선에선 지방대학을 업그레이하기 위한 재정지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필자소개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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