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FTA집회 참가자 영장 재청구 모두 기각
        2006년 12월 18일 11: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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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한미FTA와 비정규직확산법안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했다가 연행돼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가 재청구된 6명의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다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상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고, 가담 정도가 중대하지 않아 구속영장을 발부할 사유가 없다"며 검찰이 처음 영장을 청구했던 7명 중 6명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그는 "화염병ㆍ죽창ㆍ쇠파이프 등 도구가 사용되지 않았고 건물 점거나 방화도 없어 폭력성의 정도는 그 같은 사정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가 폭력을 행사했다거나 동종 전과가 있다는 사정 등만으로 폭력시위로부터 사회를 지켜야 하는 `형사정책적 고려’에서 영장을 발부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6일 한미FTA와 비정규직 확산법안 반대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경찰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조차 무시하고 집회를 금지하자 을지로와 명동 일대에서 행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27명이 연행됐었다. 검찰은 이 중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 12월 9일 7명 전원에 대해 영장이 기각되고 모두 풀려났다.

    3일 후인 12일 <중앙일보>는 1면 ‘머리 기사’로 보도했고,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는 온 종일 이 기사를 걸었다. 13일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이 기사를 보도했고, 다음날인 14일 검찰은 7명 중 6명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이번에 또 다시 기각당하게 된 것이다.

    검찰의 반노동자적 행위에 제동

    이번 법원의 판결은 한미FTA와 비정규직 확산법안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을 ‘폭력시위 주범’으로 매도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반노동자적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허용하라고 권고한 집회에 참가해 정당한 국민의 목소리를 냈을 뿐인데 검찰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노동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이라는 죄를 적용해 무리하게 구속을 시키려고 했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를 적용하기 위한 증거가 전혀 없자, 전투경찰을 불러다 "맞았다"고 증언하게 하고, 진단서를 끊어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연맹 법률원의 장석대 변호사는 "당일 집회는 근래에 보기 드문 평화집회였고, 그 흔한 죽봉도 한 개 안 나왔고, 영장을 청구할 사안도 아니었다"며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보수언론 이용한 여론조작 무위로 돌아가

    공안검찰과 보수언론이 한 목소리로 조작적 여론을 만들어내고,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던 행위가 무위로 돌아간 것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궁지에 몰리자 중앙일보에 흘려서 여론을 등에 업고 법원을 압박해 한 두 명이라도 영장을 발부받아 폭력시위라는 것을 입증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영장실질심사 때 집회 현장에도 없던 기자가 ‘폭력시위’라고 기사를 썼는데 어디에서 폭력시위가 있었는지 문제를 제기했었다"며, 관련 보도를 한 "<레디앙> 기사가 적지않게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 민주노총 법률원 내부 모습
     

    18일 밤 8시 45분 법원의 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노총 법률원은 오랜만에 환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비정규직 확산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이 계속 연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 즐거운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법률원 오랜만에 웃음소리

    "통쾌하죠. 중앙일보 때문에 짜증나 죽을 것 같았어요. 네이버도 하루종일 톱으로 띄웠구요. 아주 의도적이었죠. 이제 검찰도 정신 차려야죠." 민주노총 법률원 박혜영 씨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정신을 차릴 것 같지는 않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한 검찰 고위관계자는 "국가 안전을 해치는 사범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집회 주최자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주동자급 15명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FTA와 비정규직 확산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국가안전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검찰과, 여론을 조작해 진실을 감추고 노동자를 잡아넣으려는 보수언론이 있는 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앞으로 전진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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