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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중립, 농업부문 쟁점
    [에정칼럼] 먹거리 체계 내 농민들의 지위 열위 극복과 연결해야
        2021년 11월 02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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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8일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하는 것) 시나리오를 의결했다. 2030 NDC는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했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의 합인 순배출량을 ‘0’으로 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았다(이하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통칭해 탄소중립시나리오라고 하겠다).

    대부분 곁가지라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분명하게 짚어야 할 점이 있다. 2030년 배출량 목표치는 2018년 배출량 대비 30% 감축안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위원회는 2018년 배출량과 2030년 순배출량을 비교해 40% 감축안이라고 주장한다. 목표는 둘째치고라도, 사기는 치지 말아야 한다. 2030 NDC 상향안 마지막 페이지에 적어 놓았다고 핑계를 댈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40%는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나 하는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 및 위원들은 사과하고 어디 가서 정부안이 40% 감축안이라고 말하는 건 그만해야 한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농축산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배출량의 2.9% 수준으로 205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절대량은 다른 부문에 비해 크지 않다. 하지만 2050년까지 줄여야 할 9.3백만톤CO2eq 중 대략 72%를 남은 8년 내에 줄여야 한다(산업부문의 경우 2050년까지 줄여야 할 온실가스 중 약 18%를 8년 안에 줄여야 한다). 현재 칼로리자급률(식품 섭취량을 칼로리(㎉)로 환산했을 때 국산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8년 기준 35% 수준이기에 농산물 생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은 다른 나라로 외부화한 상태다. 국내 농산물 자급수준이 증가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 요구량은 더 늘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문 간 안배를 고려한다면 농업부문은 남은 8년 안에 상대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실행계획이 아니라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는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의 강력한 주장이 있기에, 방향성 차원에서만 농업부문(경종부문)의 감축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단 논물 관리 방식을 바꿔 간단관개와 물 얕게 대기로 벼농사 부문 메탄을 줄이겠다고 한다. 또 농기계 연료의 전기와 수소화, 고효율 에너지 설비 보급 등을 통해 농업 부문 소비 에너지 연료를 바꾸겠다고 한다. 그리고 화학비료 저감, 친환경 농법 시행 확대로 농경지의 메탄, 아산화질소 발생을 억제하겠다고 한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와야 체계적인 검토가 가능하나, 방향성 자체에 도사린 쟁점 또한 분명하다. 간단관개와 물 얕게 대기는 상시 담수보다 잡초 발생량이 많다. 잡초를 처리하기 위해 농약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또 다른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가 배출된다. 농촌의 논농사는 현재 기계화가 진행되어 고령의 농민이 그나마 마지막까지 붙잡을 수 있는 농사다. 무엇보다 벼농사는 경지규모 감소로 메탄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나 줄여왔다.

    에너지 소비 연료를 전기로 바꾸겠다고 했다. 재배 시설의 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각종 농기계 연료 전환은 더 간단치 않다. 논농사나 밭농사에 쓰는 트랙터 등 농기계는 경유나 등유를 사용한다. 트랙터의 경우 경유만큼의 힘을 낼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농번기에 연료 충전으로 기계를 사용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면 안 된다(지금도 대규모 논농사를 하는 농가에서는 트랙터를 3대 정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계 교체시간 및 이를 위한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흙을 헤집을 수 있는 힘이 담보된 전기, 수소기반 농기계 그리고 짧은 충전시간을 담보하는 농기계를 언제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것인지도 주요 과제이다. 무엇보다 농업 시설재배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경우 자부담 비용 등으로 예산 집행률이 지난 3년(2017년~2019년) 경우 겨우 반을 넘은 상황에서 기술보급 보다 중요한 수용 여건 즉 농민의 사회경제적 여건과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관건이다.

    친환경농업은 오랜 시간 정체 상태고, 무농약 농가는 계속 감소추세다. 인증중심의 체계에 대한 비판은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에서 친환경농자재 지원은 지방분권 일환으로 지자체로 이관되었고, 앞으로 3년간만 정부 예산(행안부)으로 편성된다. 농자재 지원이 빠진 만큼 친환경 농업을 활성화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서는 제대로 된 지원 방안이 구축되어 있지 못하다. 해외에서는 농생태학이나 보존농업이라는 명목으로 저탄소 농업 연구가 활발하고, 무경운, 돌려짓기 등 다양한 생태적 농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농업을 하려고 해도 무엇이 생태친화적인지 데이터가 필요할 텐데, 구축해야 할 친환경 데이터를 위한 친환경 농업 살리기 방안은 왜소하기 짝이 없다.

    방향성에서도 발견되는 여러 충돌지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안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농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아서다. 그리고 탄소감축이 기존 농업 부문의 쟁점과 과제의 맥락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간과한 탓이다. 탄소감축 문제만 두드러질 뿐 이 과정에서 농민이 어떤 영향을 받고, 무엇을 수용할 수 있는지, 사회경제적 여력과 여건이 있는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온갖 기술과 방안만 기계적으로 나열되었다.

    유럽에서 농업부문 전환 전략으로 <농장에서 식탁까지>가 만들어질 때 기존 공동농업정책을 그린딜에 맞춰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별도 문서가 나온 바 있다. 인상 깊은 부분은, 바로 전체 먹거리 체계 내에서 농민의 지위를 향상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이 농업 정책 전반에 얼마나,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반영됐는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온실가스 감축은 기존의 농업 부문의 한계와 과제와 엮어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먹거리 체계 내에서 농민들의 지위 열위를 극복하는 방식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의 방안들은 현재 농민들의 먹거리 체계 내에서의 지위 열위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농민들은 종자를 하나 구매할 때도 지정된 비료를 의무로 사용해야 하고, 판로 확보를 위한 계약재배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거나 온갖 갑질을 당하기도 한다. 늘, 약자의 위치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농민들에게 탄소 감축 방안은 또 하나의 짐일 뿐 기꺼이 농사짓기 위한 발판이 되지 못한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쟁점일 것이다.

    * 에정칼럼 연재 링크

    필자소개
    소유문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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