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원 폭행 용역 경비까지 노조가 내라"
    By tathata
        2006년 12월 18일 07: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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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건설회사가 대체인력 투입에 반발하는 노조 조합원을 막기 위해 고용한 용역경비의 비용마저도 손해배상을 노조에 청구해 따가운 비난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회사가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경영상, 영업상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적은 많지만, 조합원을 진압하기 위해 동원한 용역경비 비용마저도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공공연맹 건설엔지니어링노조 만영지부는 지난 5월 9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현재까지도 노사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2백여일째 노사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장기투쟁 사업장. 만영엔지니어링은 도로의 설계, 감리, 사업관리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로,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최우수업체로 선정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다.

    만영엔지니어링은 그러나 난 3월 모회사인 만영엔지니어링과 자회사인 아름드리엔지니어링을 노동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매각했고, 고용불안을 느낀 노동자들이 지난 4월 3일 노조를 설립했다. 이어 만영지부는 근로조건 개선, 고용안정, 노조 활동 보장을 주장하며 새 경영진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태원코퍼레이션(옛 만영엔지니어링)은 당시 “아직 업무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미뤘다.

       
     ▲ 건설엔지니어링노조 만영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8월 사측의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려하자, 용역경비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사측의 계속된 단체교섭 거부에 지부는 조합원 70여명이 참가하는 파업을 지난 5월 9일에 실시했으며, 사측은 이후 비밀사무실을 임대해 대체인력을 사용하고 조합원들이 수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외주 처리했다.

    지부는 사측의 대체인력에 반발하여 수원지법에 대체인력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수원지법은 단체교섭의 요구사항 중 노조 활동보장은 근로조건 개선에 해당되지 않아 불법파업에 해당된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또 기존 대체인력 투입은 되돌릴 수 없고, 신규 대체인력 채용에 대해서만 불허한다고 결정했다.

    수원지법의 판결에 태원코퍼레이션은 지난 8월에 비밀사무실에 투입한 대체인력을 본사로 불러들였고, 이를 막으려는 조합원들을 용역경비를 투입해 저지시켰다. 용역경비와 조합원들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조합원 10여명이 골절상을 입는 등 심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또 피켓팅을 벌이던 조합원은 박 아무개 대표이사가 탄 차량에 의해 부딪혀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 용역경비의 비용을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인데, 그 비용만 무려 3억1,857만원에 달한다.

    회사가 지부에 청구한 손해배상 내역을 보면, 용역경비 고용 비용을 포함하여 용역경비의 식비 · 주차비 · 세차비 362만원, 조합원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CCTV와 노조 침입을 봉쇄할 목적으로 설치된 칸막이 공사비용 514만원7천원을 모두 합하여 총 4억6,379만원이다.

    지부는 “회사에 상시적으로 근무하는 용역경비는 10여명에 불과하며, 지난 8월에 일주일간 1백여명의 용역경비를 투입했는데 3억1천여만원은 말도 되지 않는 금액”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비단 손해배상뿐만 아니다. 태원코퍼레이션은 노조 조합원에게 업무방해, 폭행, 폭력, 주거침입, 명예훼손, 감금 등의 혐의로 30여건에 달하는 고소고발을 한 상태다. 하지만 노조가 사측에 제기한 법적 대응은 노동위원회에 진정한 부당노동행위, 서울고등법원에 낸 불법 대체인력 투입 건뿐이다.

    회사는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취하해 애초의 손해배상 청구 목적이 노조의 손과 발을 묶으려는 의도임을 드러냈다. 장석대 금속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현행 노조법은 대부분의 노조활동을 불법이 되도록 만드는 구조”라며 “사측이 노조에 손배를 청구하는 것은 실제 손실액이라기보다는 노조의 활동을 사전에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낙영 건설엔지니어링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실질적인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도 않는 대리급 인사를 교섭테이블에 나오게 하면서 성실교섭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산별노조가 아닌 기업노조 교섭에는 응하겠다는 식의 말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쓰레기’ 취급을 받는 현실이 정말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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