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
    [대중음악] '노태우 시대'의 노래들
        2021년 11월 01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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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사망한 노태우가 대통령이었던 1989년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2집이 발표되었다. 이 앨범은 그가 대통령이었던 시절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줄 수 있는 음악들을 담고 있었다. 오늘 대중음악 이야기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 2》를 다룬다.

    광주나 오월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1980년대를 설명하기는 힘들고, 그래서 첫 번째로 소개할 노래는 <오월의 노래>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월의 노래>와는 다른 곡으로, 두 노래를 구분하기 위해 이 노래를 <오월의 노래 1>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노래는 원래 1985년에 ‘새벽’이라는 음악 집단에 의해 발표된 곡이었다. 들어보자. (관련 영상 링크)

    <오월의 노래 1>

    문승현 글, 곡

    봄볓 내리는 날 뜨거운 바람 부는 날
    붉은 꽃잎 져 흩어지고 꽃 향기 머무는 날
    묘비 없는 죽음에 커다란 이름 드리오
    여기 죽지 않은 목숨에 이 노래 드리오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음~

    이렇듯 봄이 가고 꽃 피고 지도록
    멀리 오월의 하늘 끝에 꽃바람 다하도록
    해 기우는 분수가에 스몄던 넋이 살아
    앙천에 눈매 되뜨는 이 짙은 오월이여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음~

    다음 영상은 2012년에 윤선애 씨가 불렀던 이 노래를 담고 있다.(관련 영상 링크)

    이 앨범은 다음의 곡들을 담고 있었다. 참고로 1집 수록곡도 함께 제시한다.

    1집은 1984년에 발표되었는데, 당시에는 ‘민중가요’ 냄새를 풍기는 곡들은 정식 앨범으로 발표할 수 없었고, 그래서 1집에는 일상을 담은 노래나 소망을 담은 노래, 혹은 독립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등만이 수록되었었다. 1집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노래 하나를 들어보자.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는 아름답고 서정적이라는 표현이 매우 잘 어울리는 곡이다. (관련 영상 링크)

    2집은 세 번째 곡 <사계>를 제외하면 ‘민중가요’라는 명칭이 아주 잘 어울리는 곡들을 담고 있다. 이번에는 여섯 번째 곡 <저 평등의 땅에>를 들어보자. (관련 영상 링크)

    <저 평등의 땅에>

    류형수 글, 곡

    저 하늘 아래 미움을 받은 별처럼
    저 바다 깊이 비늘 잃은 물고기처럼
    큰 상처 입어 더욱 하얀 살로
    갓 피어나는 내일을 위해
    그 낡고 낡은 허물을 벗고
    잠 깨어나는 그 꿈을 위해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
    저 넓디넓은 평등의 땅 위에 뿌리리
    우리의 긍지 우리의 눈물
    평등의 땅에 마음껏 뿌리리
    평등의 땅에 마음껏 뿌리리

    이번 곡은 <그날이 오면>이다. ‘그날’이 언제를 가리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듣는 이들은 각자의 생각을 투영하며 들었을 것이다. (관련 영상 링크)

    <그날이 오면>

    문승현 글 문승현 곡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 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 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이 앨범이 나온 지 32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그리 바뀌지 않았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이 생겼고 우리의 삶은 겉으로는 많이 달라 보인다. 그렇지만 ‘평등의 땅’은 오지 않았고, ‘그날’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든 오지 않았다. 이 노래들을 부르던 많은 이들은 비리와 불법을 저지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다. 혹시 일부가 꿈꾸던 ‘그날’은 자신이 출세하는 세상을 의미했던 것일까?

    마지막 곡은 앨범의 첫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이다.(주1) (관련 영상 링크)

    1989년에 대통령이었던 노태우는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이 노래들은 여전히 남아있고, 앞으로도 이 노래를 듣고 부르는 이들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자유와 평등은 여전히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주2)

    <주석>

    주 1) 이 곡은 노동자 시인 박영근의 시를 개사하여 만든 노래이다. 원시와 박영근의 삶은 여기서 볼 수 있다. (관련 글 링크)

    주 2) 어떤 이들은 모든 것에는 빛과 어둠이 있고, 양자를 고르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히틀러나 이토 히로부미에게서 빛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설명할 수 있다면, 그들의 발언의 설득력은 커질 것이다.

    필자소개
    정재영(필명)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작가이다. 저서로는 「It's not Grammar 이츠낫 그래머 」와 「바보야, 문제는 EBS야!」 「김민수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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