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정말 강성인가"
        2006년 12월 18일 06: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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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아니다”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눈치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은 상상도 하기 싫다. 법을 어겨서라도 민중과 서민을 위할 수 있다면 난 언제 어디서든 법을 거부할 것이다.”

    지난 5월 공무원노조 투쟁을 준비하면서 전국공무원노조 울산본부 남구지부 사무국장이 「울산노동뉴스」에 올린 글에서 책 제목을 빌려왔습니다.

    ‘투쟁하는 대중들의 목소리’ -『나는 정말 강성인가』는 작년 5월, 울산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을 알려내고 함께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 지역 언론매체인 「울산노동뉴스」가 올해 11월까지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자들의 글과 투쟁 당사자들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오직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동자로 살아남기” 위해 적게는 대여섯 명에서 많게는 수천, 수만의 대중들의 크고 작은 투쟁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나이 스물에서 환갑을 바라보는 노동자들이, 제조업에서 보육교사, 간병사, 청소, 사무직, 택시, 철도 등 셀 수 없는 업종의 노동자들이 “억울해서, 극심한 차별과 착취 때문에,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노예가 아니기에” 용기를 내 노조를 만들고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회사의 협박과 생계의 고통, 끝이 안 보일 것만 같은 싸움, 그리고 일상. 그 안에서 투쟁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뇌와 갈등, 절박함과 진솔함이 문장 하나하나에 담겨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노동자들의 투쟁은 대부분이 현재 진행형입니다.

    모두의 주목을 받지도 못하고, 거창한 집회 한번 하지도 못하지만 작은 것에 희망을 걸며 오늘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은, 오뚜기 같은 신념 하나로 그 모진 탄압과 세월을 이겨내 가고 있는 우리네 노동자들의 모습인 것입니다. 두렵지만 투쟁 속에서 용기를 찾고, 포기하고 싶지만 동지들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 어떤 세련된 문구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각자의 삶이 곧 드라마인 우리 노동자들의 투쟁을 함께 보며 우리를 돌아보고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20년을 함께 준비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

    여기, 버릴 것도 비울 것도 없이 오직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법체류자로 내몰려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항변하는 이주노동자, 민주노조를 복원하기 위해 ‘현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과제가 되어 버린 대공장 활동가, 연말마다 일자리가 없어질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자치단체 비정규직 노동자.

    시어머니 병수발에 생계까지 도맡아야 했던 해고 노동자의 아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가로놓인 벽 앞에서 고민하는 신세대 정규직 소위원, “이 세상 모든 부모의 자식들이 비정규직 딱지를 뗄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고자” 자기 몸에 불을 질렀던 비정규직 노동자.

    “아이와 함께 베란다 난간에 서 본 심정”을 절절하게 들려주는 장애아 어머니, 남성 활동가들 틈새에서 현장을 발로 뛰는 대공장 초선 여성 대의원,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은” 단기계약직 공부방 교사, “사람을 노예 취급하는 것이 제일 불만이었다”는 청소용역 노동자.

    이 투쟁의 한복판에서 투쟁의 당사자들이 스스로 입을 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가슴 속 이야기를 쏟아 냈고, 컴퓨터 앞에서 독수리 타법으로 한 타 한 타 절박한 사연들을 쳐 내려갔다. 그 소중한 말과 글들이 이렇게 책 한 권으로 모아졌다.

    이 책에는 말 그대로 투쟁하는 대중의 육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울림이 큰 것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다. 가장 낮고 열악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투쟁에 나선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1987년 7~9월 노동자대투쟁의 외침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노동자들의 가장 절박한 과제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한다.

    가사노동과 생계노동, 심지어 가족의 병 수발까지 떠맡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인간답게 살기 위한 투쟁”에 당당하게 나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 속에 우리 운동의 미래가 있다.

    ‘인간다운 삶을 원천봉쇄하는 신자유주의’와 바야흐로 불퇴전의 전면전을 벌여 나가야 하는 민주노조운동은 ‘대기업 정규직의 제 배 불리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투쟁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성찰하며, 운동의 이념과 조직을 뿌리에서 재구성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20년은 그렇게 준비돼야 마땅하다.

    『나는 정말 강성인가』머리글 중에서

    ※ 책 구입 안내 (울산노동뉴스 홈페이지 : http://nodongnews.or.kr)
    연락처 : 052-286-9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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