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이를 위한 모험
    [그림책] 『거꾸로 흐르는 강』(막스 레르메니에. 드제트(그림)/ 북극곰)
        2021년 10월 28일 11: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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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 태어난 아버지와 일본에서 태어난 어머니

    아버지는 제주도 모슬포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경북 성주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만나서 결혼하게 되었을까요?

    너무나 가난했던 시절 아버지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형님을 따라 대구로 갔다고 합니다. 대구에서 큰아버지와 아버지는 낮에는 공장에 다니고 밤에는 학교에 다니며 꿈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터지고 꿈은 산산조각이 납니다. 다행히 큰아버지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아버지는 군인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큰아버지의 고등학교 제자였습니다. 큰아버지의 중매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부의 인연을 맺었습니다. 외할머니는 평생 큰아버지에게 속았다고 원망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두 분의 세 번째 아들입니다.

    토멕이 한나를 만나다!

    토멕은 잡화점에서 일합니다. 어느 날 가게 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한나가 잡화점 안으로 들어옵니다. 토멕의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한나는 보리사탕을 달라고 합니다. 토멕은 보리사탕을 찾아 한나에게 건넵니다. 그때 한나의 눈에 잡화점을 가득 채운 작은 서랍들이 들어옵니다.

    한나는 그 작은 서랍들 안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토멕은 필요한 건 뭐든지 있다며 한나의 질문에 척척 대답합니다. 신기하게도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물건들이 작은 서랍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마침내 한나가 물어봅니다.

    “정말이에요? 이 가게엔 정말 뭐든지 있어요? 그럼 혹시 크자르 강물은요? 그것도 있어요?”

    그러자 토멕의 말문이 막히고 맙니다. 토멕은 크자르 강물이 뭔지 모릅니다. 한나는 크자르 강물을 마시면 죽지 않고 영원히 살게 된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선지 한나는 지금 크자르 강물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한나는 보리사탕 값을 치르고 홀연히 가게를 떠납니다.

    한나가 가게를 떠나자마자 토멕은 후회와 호기심과 걱정에 휩싸입니다. 도대체 아름다운 한나는 왜 크자르 강물을 찾고 있을까? 과연 크자르 강물을 찾을 수 있을까? 가는 동안 아무 일도 없을까? 여행하는 동안 돈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가난해 보이는 한나에게 얼마 되지도 않는 보리사탕 값을 왜 받았을까? 후회와 걱정으로 토멕의 마음은 터질 것만 같습니다.

    거꾸로 흐르는 강

    토멕은 할아버지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크자르 강물에 대해 묻습니다. 역시 할아버지는 크자르 강을 알고 있었습니다.

    크자르 강은 거꾸로 흐르는 강입니다. 바닷물을 끌고 신성한 산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산 정상에 오른 크자르 강물을 마시면 누구나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크자르 강물을 찾으러 떠난 사람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토멕에게 왜 크자르 강물이 궁금한지 묻습니다. 토멕은 한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할아버지는 한나를 좋아하는지 묻습니다. 토멕은 아니라며 손사레를 칩니다. 하지만 그날 밤 토멕은 한나에 관한 악몽을 꾸고 맙니다. 이제 토멕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나의 아버지는 한나를 위해, 한나가 갖고 싶어 하는 새를 사줍니다. 그 새는 아버지의 전 재산을 팔아도 모자랄 만큼 비싼 새였는데도 말입니다. 한나는 아빠가 남긴 새가 아프게 되자 새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납니다.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크자르 강물을 구하러요. 토멕은 잡화점에 온 한나를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그리고 한나를 구하러 모험을 떠납니다.

    그래픽 노블 『거꾸로 흐르는 강』의 묵직한 감동은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모험이 모두 사랑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한나 아버지의 사랑이 새를 남기고 아버지와 새에 대한 사랑이 한나를 모험으로 이끕니다. 모험은 한나와 토멕을 만나게 하고 새로운 사랑을 싹틔웁니다.

    아버지의 모험 승차권

    저의 아버지는 한나의 아버지와 전혀 달랐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북극곰 인형을 갖고 싶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사주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6학년 때는 우리 집은 가난하니까 대학을 못 보내준다고,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아버지는 아주 꼼꼼한 설계자였습니다. 적은 수입으로도 알뜰하게 살림을 꾸렸고, 가족들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병원비를 마련한 사람도 아버지였습니다. 대학 다닐 때, 빨랫감을 챙기다가 아버지 옷에서 지갑을 꺼낸 적이 있습니다. 호기심에 지갑을 열어 보았습니다. 아버지 지갑에는 신분증과 전철 정기권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가족을 지키는 위대한 모험을 전철 정기권 하나로 해내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제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 해도, 아마 저는 지금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선택할 것입니다. 서로 취향도 다르고 만날 때마다 다투지만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 노블 『거꾸로 흐르는 강』은 어마어마한 모험을 통해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걸작입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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