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남발, 중간착취와 원청 책임회피 여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따라 공공부문 자회사들이 설립됐으나, 여전히 노동자들을 상대로 중간착취와 원청의 사용자 책임 회피 역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집권여당은 비정규직 제로화 대신 6만여명에 달하는 자회사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차별과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임금 도둑질, 중간착취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 약속했던 비정규직 제로화 대신 정부가 직접 용역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규직 전환의 탈을 쓰고 80여개 용역형 자회사가 양산됐고, 6만여명에 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간접고용 구조로 인한 임금 중간착취나 원청의 사용자 책임 회피 등의 문제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는 “자회사 전환을 택한 공공기관들은 자회사와의 용역계약 체결 과정에서 낙찰률 적용을 통해 하청노동자 임금을 매년 도둑질하고, 국가계약 법령과 정부 지침을 위반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며 “자회사에 내려보낸 인건비를 노동자들에게 전액 지급하지 않고 자회사의 당기순이익으로 남기거나, 미지급 임금을 다시금 원청에 반납하는 방식으로 원청과 자회사가 조직적으로 자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을 가로채는 중간착취도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정부와 집권여당의 책임이 크다”며 “비정규직 제로화 대신 6만여명에 달하는 자회사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차별과 저임금을 고착화 하는 임금 도둑질, 중간착취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공공기관의 용역형 자회사에 낙찰률을 통한 임금 가로채기와 중간착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며 공공부문에서부터 하청 계약 시 인건비 삭감을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을 이번 국회에서 완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비정규직 제로를 공언한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이 전날인 26일 발표한 ‘2021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임금 노동자는 1년 전보다 54만7천명 늘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64만명 늘어난 806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금노동자(2천99만2천명) 중 무려 38.4%에 달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명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래 처음이다. 반면 정규직 노동자는 1천292만7천명으로 1년 전보다 9만4천명 감소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6~8월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만2천원(3.2%) 늘어난 333만6천원이었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작년 동기보다 5만8천원(3.4%) 증가한 176만9천원으로 집계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156만7천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최대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취임 직후 비정규직 제로선언을 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제로화’를 공약했던 180석 거대 집권여당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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