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정의운동-진보정치는 운명공동체
    [기고] 기후정의동맹으로 이번 대통령선거 임하자!
        2021년 10월 26일 03: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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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0월 14일,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전태일 다리에서 대통령 후보 출마선언을 했었다. 99% 국민들의 편에서 싸우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진보적 정권교체에 나서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그 선언은 60일을 넘지 못하고 종료되었다. 11월 26일, 심상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후보를 사퇴한 것이다. 노동권 강화와 정치개혁을 위한 진보정의당의 독자후보 출마는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정책연대’로 위상을 바꿔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 남았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정의당을 포함한 4자 진보통합, 촛불항쟁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재인 대통령 당선 그리고 변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기득권 양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 등의 사건이 있었다. 노동권은 신장되지 않았거나 더욱 열악해졌고, 자본의 자유는 더 비대해졌다. 정당 지지율에 비례해서 정직하게 의석을 배분하자는 정치개혁은 위성정당으로 파탄이 났다. 정치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의 냉소를 포함한다면 이 또한 후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 그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 소위 진보개혁연대는 그 역사적 생명을 다했다.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는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유기체의 잔존물이다. 그것의 존재 자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화석이 된 사체 잔존물을 땅속에서 꺼내 태우면서 성장한 자본주의 좀비경제가 기후격변을 일으켰고, 문명과 체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듯, 진보개혁연대는 이제 땅속에서 꺼내서는 안 될 정치적 화석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행성에 존재하는 사회 전체가 바람과 태양의 에너지로 대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동시에 체제 전환을 서둘러야 하듯, 진보정당의 성장과 정치발전도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와 체제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진보정치가 걸어온 여로를 생각해 보자면 너무 당연해 보이는 이 명제를 새삼 힘주어 강조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이번 대선이 민주당-국민의힘 박빙 구도로 진행될 경우 진보-개혁연대라는 망령이 다시 한 번 정의당을 둘러쌀 것이다. 외부의 압력을 논하기 이전에 내부의 논쟁이 시작될 것이다. 내부가 흔들릴 조짐이 발견되면 그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진 기후위기의 진실 앞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을 통한 새로운 핵발전이 대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유사한 논리 구조이다. 실제로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가장 대표적인 소형원자로 도입론자인 것을 보면 가장 적확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핵발전을 청정에너지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류는 아직도 핵폐기물의 위험을 완벽히 차단할 방법을 모른다. 게다가 기후위기로 인해 더 잦아지고 있는 위력적인 태풍과 폭우, 지진과 해일은 핵발전소를 더욱 위험한 시한폭탄으로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이 석탄-화력발전소라면, 민주당은 핵발전소와 같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대책 없는 경제개방 한미FTA와 위헌 논란도 감수하며 추진했던 국군의 해외파병,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폭발적 증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설립 권리를 부인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를 추진하고, 은산분리를 완화해 주는 등 거의 핵폭탄 급 폐해를 양산한 정치집단은 민주당이었다.

    화석연료로 인한 기후위기의 대안이 핵발전이라는 생각은 세상의 모든 문제를 석탄-석유로만 돌리려는 어처구니없는 포퓰리즘일 뿐이다. 화석연료도 문제고, 핵발전도 문제일 뿐이다. 고발사주 의혹-전두환 옹호 국민의힘도 문제지만, 3기 신도시 투기-대장동 게이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민주당도 문제인 것처럼 말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전환 프로젝트는 화석연료-핵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는 기술변환만의 문제가 아니다. 태양과 바람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자본 중심적이며 심각한 양극화 불평등을 감내해야 하는 사회는, 우리의 정치적 비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화석에너지로 시작되고 성장한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문제를 방치하고 시장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땅값이 싼 농지와 해안가 염전에 대규모 태양광 시설이 설치되어 농어민들과 마찰이 생기는 이유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시장에 내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 에너지 생산도 해야 한다. 도시의 옥상과 테라스, 도로 위를 적극 활용해서 도시의 에너지 자립도를 근본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것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아니라 사회와 정부개입이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니 소형원자로를 기후위기 대응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마치 진보정당으로는 단독 집권이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민주당과 손을 잡자는 주장과 같다. 전술했다시피 소형원자로를 대안으로 삼을 수는 없다. 민주당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역사적 경험을 일반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렇다면 진보정당의 성장과 집권을 정치적 비전으로 만들 만한 작지만 단단한 계획을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것을 만들 수 있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진보정치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믿는다.

    기후정의 운동 진영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의 국가감축목표를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30년은 또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재생에너지 비율 50%를 달성과 탈석탄 목표 연도이기도 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진보정치의 정치적 성장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사회운동이 모두 지금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 목표를 공유하는 더 많은 시민사회가 조직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희생될 우려가 있는 노동자들과 빈곤층 등 당사자를 기후정의동맹으로 묶어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의당 여영국 대표가 천명한 불.기.차. 대선(불평등과 기후위기 해결, 차별금지를 추진하는 선거) 선언은 의미가 있었다. 기본소득당, 녹색당, 미래당과의 당 대표 토론회가 진행되었고, 민주노총과 진보 5당의 대표단 토론회까지 양당 기득권 중심의 대선판을 바꾸기 위한 연대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기득권 정치연대의 내용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구상이 속도를 내고 일정한 합의점을 찾아간다면, 2030년과 2050년, 두 번의 정치적 분수령을 통해 진보정치의 집권을 계획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정의당이 이 과정의 핵심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적인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말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불평등 해결과 차별금지, 기후정의운동의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 둘째, 중앙당뿐 아니라 지역조직과 부문조직이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불기차 사회연대운동의 핵심 조직자가 되어야 한다. 셋째, 기후정의운동과 진보정치는 동일운명체라는 것을 새겨야 한다. 화석연료만이 아니라, 핵발전소도 우리의 대안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필자소개
    전 정의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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