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당원의 통곡과 애정을 잊지 마세요"
    2006년 12월 18일 12:27 오전

Print Friendly

오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파업집회에 참여하고 돌아왔습니다. ‘밥먹는 것도 투쟁’이라 생각하며 잘 챙겨먹어야 한다는 자세로 살고 있는 해고생활 6년째인데, 도저히 밥이 넘어가질 않습니다.

사업장 투쟁으로 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에 참석도 잘 못하지만, 당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 각오로 생활하고 투쟁해왔습니다. 그런데 11월 말부터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어서 어이없어하다가, 분노하다가, 이제 심장을 도려낼 듯 통곡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11월 30일 비정규 악법이 날치기 통과되고 우리는 ‘날치기 비정규 확산법 전면 무효’라는 투쟁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싸웠습니다. 그런데 노사관계로드맵 투쟁에 대해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임시국회에서 로드맵 재개정을 논의한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방침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좀 의아스러웠지만 하도 바쁘니까 정신없는 간부가 하는 소리거나 잘못 들었는 줄 알았습니다.

12월 8일 민주노총 간부상경투쟁 둘째날 점심 때였습니다. 점심이후 바로 국회에서 노사관계 로드맵 개악안 강행통과가 예상되기에 국회진격투쟁을 앞두고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어젯밤 열우당에서 로드맵 수정안을 냈는데 다른 건 절대 손댈수 없고, 정리해고 예고기간을 현행대로 하고, 대체근로 허용을 50%까지만 한대.”

"열린우리당 수정안? 놀고들 계시네"

   
 
▲ 12월 8일 민주노총 간부들이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한 노조간부는 열우당이 두가지 수정안을 놓고 민주노동당에 어쩔꺼냐고 했다는 얘기를 전했습니다. "지랄하고 있네." 밥숫가락 들고 뭔 얘긴지 이해가 안 가서 머뭇거리던 조합원들이 상황을 판단하는데는 1초도 안걸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수정안에 대한 입장을 알려달라”는 식으로 민주노총에 수정안을 전달했고, 민주노총은 이날 새벽 아침 7시 긴급산별대표자회의를 열어 이 내용을 장시간 토론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연맹은 이 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얘기까지 들렸습니다.

헌신적이고 성실하게 총파업을 조직하며 투쟁하는 간부들과 노동자들이 정신병자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깟 수정안이 뭐라고 민주노총에 전달하고, 그걸 가지고 또 장시간 토론한 건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회 진격투쟁은 계속 미뤄지고 있었습니다. 1박2일을 국회 앞에서 보낸 간부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자리를 떠나면 안된다는 생각에 지방에 있는 동지들도 저녁까지 자리를 지켰고, 긴급하게 서울의 조합원들을 불렀습니다.

로드맵 날치기를 눈앞에 둔 상황인데도 민주노총은 계속 투쟁을 미루더니 급기야 저녁을 먹고 오라고 했습니다. 분노한 조합원들이 거친 욕설을 퍼부으며 지방으로 내려갔습니다. 사람들이 절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로드맵이 통과됐다”고 말했고, 아주 잠깐의 진격투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옷가지라도 건져야 한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열받아서 욕이 나오다가가도 애정과 이해심을 가지고 사태를 생각해 보려고 했습니다. 홍수에 모든 게 쓸려내려가는 상황에서 옷가지라도 건져야 한다는 심정으로 그런 논의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에 상황을 전달하고 의견을 들어보려고 했다는 것으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바보가 아니면 이미 ‘전쟁’을 선포한 투쟁기간에 단 1초도 안걸려서 판단이 충분히 가능한 문제를 가지고 한나절 걸려 지방서 올라오고, 밤을 공원바닥에서 지세운 노동자들의 투쟁을 머뭇거리고 대오를 줄어들게 하는 그딴 상황을 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총체적인 개악안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노무현 정권에 전면투쟁으로 맞서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비정규직 법안 통과시킬 때는 법사위 점거하다가 본회의에 직권상정 되었습니다.

어차피 결심하고 쪽수로 밀어붙이려는 놈들한테 뭐가 기대할 것이 있다고 환노위에 남아 있었습니까? 투쟁의 시기만 놓치고 전열을 흐트러뜨리고 분열시키고 헷갈리게 만드는 것인데.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에겐 노동자 민중을 대표해서 보수 정당에 맞서서 투쟁해야 할 투쟁 선발대로서의 역할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릴 죽이겠다고 하면 교섭자리를 박차고 나옵니다”

투쟁 6년째 우리 사업장은 회사가 3년째 금속노조와 교섭을 거부해서 성실교섭을 줄기차게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우리는 너희를 다 내쫓아 죽이겠다’고 나온다면, ‘그래 붙자. 너죽고 나살자’는 각오로 교섭자리를 박차고 나옵니다. 교섭자리에 남아있는다고 조합원이 덜 힘들어하고 희망을 품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간부들이 단호하고 헌신적으로 앞장서면 조합원들은 실망도 하고 힘들어도 함께 싸웁니다.

우리에게 노동자 국회의원은 지금 당장 쪽수의 위력이 아닙니다. 보수정당의 반민중성을 앞장서서 폭로하고 맞서는 투사입니다. 저들에게 맞서서 우리의 생존권과 인간성을 찾는 방법은 ‘당신들이 나와 함께 투쟁하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진정한 힘은 바로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 진보적 지식인들의 투쟁입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썩어빠진 보수정당을 박살내자며 앞장서서 싸울 때 우리 노동자는 "그래, 9명으로 택도 없다.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투쟁하고 노동자도 왕창 국회로 보내서 저놈들과 맞짱뜨게 하자"고 알아서 스스로 다짐할 것입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에 보수정당 의원들이 일부 찬성하고, 침략전쟁 파병 반대에도 일부 보수정당 의원들이 찬성한다고 이미 심판받고 외면당한 열우당 일부를 연대세력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치생명 생각해서 왔다갔다하면서 비정규 개악, 로드맵 개악에 일치단결하는 저들을 노동자 국회의원으로 당당하게 호통치면 됩니다.

“보수정당처럼 노동자들을 헷갈리게 하지 마십시오”

지도부의 유능함은 오류가 없는 행동이 아니라, 애정어린 비판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오류에 대해 용기있고 신속하게 시정하는 자세라고 믿습니다. 민주노동당과 단병호 의원 동지는 보수언론, 보수정당처럼 노동자들을 헷갈리게 하지 마십시오.

부당해고, 노조탄압, 비정규직 고용불안, 인격 말살로 신음하고 절망하고. 그래도 안간힘써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우리의 적을 선명하게 제시해 주십시오. 아무리 힘들어도 저들의 개악안을 통째로 날려야 우리가 살수 있다고 단호하게 싸워주십시요.

민주노동당 지도부, 단병호 노동자 의원 동지. 민주노총 지도부 동지. 아직 간절하게 믿고 싶습니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의 근간이고 주력이라 해도 머뭇거리고 잘못하면 동지로서 꾸짖으며 고단한 투쟁의 길을 앞장서 걸어가 주십시요. 실망하고 불만도 있고, 배고프고 춥고 힘들어도 그래도 오늘도, 또 내일도 투쟁의 현장으로 달려갈 우리 노동자들입니다.

저들의 탄압이 있다면 앞장서 막아내며 민주노동당을 분노한 노동자의 자랑스런 동지로, 절망에 빠진 민중의 희망찬 대안으로 만들고 싶은 노동자들입니다. 아직은 숨이 붙어서 싸우며 민주노동당을 사랑하는 노동자의 절규라 들어주십시오. 이토록 절규해도 외면한다면 자본과 정권에 대한 분노어린 투쟁만큼이나 목숨을 걸고 ‘동지의 외면’에 분노로 답할 것임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민주노동당 서울 영등포지역위 당원. 금속노조 조합원. 임은옥 드림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