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장 인생 벗어나니 이젠 비정규직"
    By tathata
        2006년 12월 16일 01: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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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광 막장 인생에서 겨우 벗어나나 싶었더니 강원랜드 비정규직이네요.”

    폐광촌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강원랜드가 정작 지역주민들을 비정규직 사내하청으로 내몰고 노조활동마저 보장하지 않아 강원랜드의 설립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 폐광이후 지역경제발전의 희망을 다가온 강원랜드는 지역주민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로 전락시켰다. 사진은 강원랜드 전경,
     
     

    카지노, 호텔, 테마파크, 골프장, 스키장 등 대규모 위락시설을 갖춘 강원랜드는 지난 2000년 개장되었으며, 지난해에만 2,991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거둬들여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강원랜드는 전체 주식의 51%가 정선시, 태백시, 삼척시, 강원도개발공사와 같은 공공부문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강원랜드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폐광지역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기 위한 목적에서다.

    하지만 정작 강원랜드의 주인으로 대접받아야 이 지역 주민들은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타 지역에서 온 30대 고학력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머리띠 두르고 강원랜드 유치 위해 싸웠는데

    차장훈 강원랜드 사내하청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광산이 폐광되어 생계를 잃은 광부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강원랜드 유치를 위해 싸웠는데, 이제 이들이 다시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전락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탄광에 의존해 생계기반을 마련해왔던 주민들에게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시행된 정부의 ‘석탄합리화 정책’은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다름 없었다. “다니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돌만큼 석탄 호황을 누렸던 이 지역은 검은 석탄가루만 뒤집어 쓴 빈집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태백, 정선, 삼척지역의 주민들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고, 90년대 후반 정부가 강원도 정선을 내국인 카지노 지역으로 선정하면서 이곳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으며, 떠났던 주민들은 돌아왔다.

    그리고 주민들 중 일부는 강원랜드로 들어갔다. 과거 광부, 광부의 아내였던 그들은 강원랜드의 사내하청업체에서 호텔 룸메이드(객실청소), 시설관리, 용역경비, 설비작업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한 달 월급 130만원. 공장 굴뚝이 없는 강원도이다 보니 가족들은 가장의 월급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으며, 130만원은 한 가정이 한 달을 생활하기에는 빠듯한 액수였다.

    외지에서 온 정규직과 차별 너무 심해

    차 위원장은 “강원랜드가 아니면 이곳은 ‘유령도시’가 될 정도로 회사가 없어요. 정부가 폐광을 정리하면서 주민들에게 생계비 명목으로 ‘폐광대책비’를 쥐어줬지만 그 돈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그래서 강원랜드가 유치됐을 때는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는데, 막상 5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일해보니 외지에서 온 젊은 정규직과 차별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 조합리본을 패용했다는 이유로 강원랜드 사내하청업체는 조합원들의 업장출입을 저지시켰다.(사진-강원랜드 사내하청비정규직노조)
     
     

    노조는 딜러, 조리사, 관리사무를 담당하는 3천여명의 정규직 노동자의 연봉이 3천만원 이상인데 비해, 천2백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봉은 1천5백만원 수준이라며 억울함으로 호소했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 5백여명은 지난 4월 노조를 설립했고, 6개 사내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집단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비정규직에게 정규직 70%의 임금 지급 ▲노조 전임자 및 사무실 보장 ▲후생복지관련 정규직과의 차별 최소화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요양 시 최소 1개월간 기본급의 70% 임금 지급 보장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내하청업체는 “강원랜드와 사내하청 계약을 맺을 당시 이런 부분은 반영하지 않았다. 추후 재계약을 할 때 반영하겠다”는 주장으로 일관하며 13차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당장 정규직 안 배래, 차별 해소와 노조 인정이라도

    노조는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자녀 학자금 융자대출, 주택담보대출,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시 기본급의 90%지급, 각종 팁 수수 등으로 비정규직에 비해 월등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차 위원장은 “비정규직이 담당하는 업무가 비핵심 업무여서 당장 정규직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다만 노조를 인정하고 정규직과의 차별을 줄여달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내하청업체를 압박하기 위해 지난달 16일 ‘전 조합원 리본달기’ 운동을 펼쳤는데, 사내하청업체는 리본을 단 조합원을 사업장에 출입을 금지시키고 결근 처리했다. 그리고 노조 탈퇴서를 복사해 조합원들에게 배포하고, 변성미 객실지부장을 ‘회사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해고했다.

       
    ▲ 강원랜드 사내하청업체가 채용직 상근자가 회사직원이 아니라며 경비보안을 동원해 사업장 출입을 막고 있다.(사진-강원랜드 사내하청비정규직노조)
     
     

    지난 7개월 동안의 교섭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하자, 오는 20일부터 3일간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어서 강원랜드 사내하청업체의 노사갈등은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카지노와 호텔의 화려한 조명 뒤로 정작 지역주민들은 어둠 속에서 정규직과의 차별 최소화를 주장하며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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