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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식의 노래들
    블루스와 록의 넋두리
    [대중음악] 그가 떠난 지 30년 넘어
        2021년 10월 18일 11: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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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후반 신촌을 중심으로 몇몇 (하드) 록카페들이 생겼었는데, 거기서 나오던 대개의 음악은 한국인의 노래가 아니었다. 엄청난 볼륨으로 하드록/ 헤비메탈 음악을 틀어주던 이 록카페들은 담배 연기와 술과 음악의 혼합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흔들곤 했고,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광경들을 보이기도 했다. 흥에 겨워 술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사람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의 키스 신 등을 볼 수 있었던 신촌의 록카페는 별천지였다. 500cc 잔이 아닌 ‘피처’에 2,000cc 분량의 맥주가 제공되는 것도 이 록카페에서 시작되었는데, 1990년대에 록카페는 ‘미니 디스코텍’이 되어 춤추고 이성을 ‘꼬시는’ 장소로 변질되기도 하였다.

    변질되기 직전이었던 1991년의 록카페에서 들을 수 있었던 한국 음악은 나의 기억으로는 이 가수의 노래가 유일했다. 그의 이름은 김현식이었고, 가장 흔히 들을 수 있었던 그의 노래는 <골목길>이었다. (관련 영상 링크)

    이 노래는 김현식에 관한 나의 인식을 바꾸었는데, 내가 알던 그는 <사랑했어요>로 상징되는 발라드 가수였었다. 사실 이 노래는 김현식의 앨범에 실린 곡은 아니었고, 신촌 블루스라는 그룹의 노래였다.(관련 글 링크) 신촌 블루스에 ‘꽂힌’ 나는 《이별의 종착역》이라는 제목의 앨범을 샀고, 앨범과 동일한 제목의 노래 <이별의 종착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블루스 노래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노래를 듣고 후회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영상 링크)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이 나그네길
    안개 깊은 새벽 나는 떠나간다 이별의 종착역
    사람들은 오가는데 그이만은 왜 못 오나
    푸른 달빛 아래 나는 눈물 진다 이별의 종착역
    아 언제나 이 가슴에 덮인 안개 활짝 개고
    아 언제나 이 가슴에 밝은 해가 떠오르나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달픈 이 나그네 길
    비바람이 분다 눈보라가 친다 이별의 종착역아 언제나 이 가슴에 덮인 안개 활짝 개고
    아 언제나 이 가슴에 밝은 해가 떠오르나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달픈 이 나그네 길
    비바람이 분다 눈보라가 친다 이별의 종착역

    김현식은 1958년에 태어났고 1990년에 죽었다. 그의 사후에 그의 6집 앨범이 발매되었고, 이 노래 <내 사랑 내 곁에>는 엄청난 히트를 했고,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관련 영상 링크)

    이 노래도 좋지만, 그가 죽기 전에 발표했던 5집 앨범에 실렸던 이 노래는, 내 생각으로는, 한국 가요 사상 최고의 노래 중의 하나이다. <넋두리>를 들어보자.(관련 영상 링크)

    쓸쓸한 거리에 나 홀로 앉아서 바람의 떨리는 소리를 들었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설레이는 이 내 마음이여
    꺼질 듯 타오는 거리의 네온을 내 품에 안고서 헤매고 있었지
    멀리로 떠나는 내 님의 뒷모습 깨어진 꿈이었나힘없는 내 발길에 다가선 님의 모습
    인생을 몰랐던 나의 길고 긴 세월
    갈 테면 가라지 그렇게 힘이 들면
    가다가 지치면 또 일어나겠지

    그에게는 여러 히트곡이 있었는데, 이 두 노래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먼저 <사랑했어요>를 들어보자. <넋두리>를 듣고 이 음악을 들으면 과연 같은 가수의 노래인지 의심하게 될 것이다. 1984년의 그의 목소리는 ‘미성’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관련 영상 링크)

    이번에는 <내 사랑 내 곁에>가 그의 사후에 히트하기 전에는 그의 최고의 히트곡이었던 <비처럼 음악처럼>을 들어보자. <사랑했어요>와는 약간 다른 느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래도 <넋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와는 또 다르다. (관련 영상 링크)

    그는 어떻게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렇게 다른 목소리와 다른 창법을 구사할 수 있었을까? 그의 의도도 있었을 것이고, 과도한 음주와 흡연도 거기에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어쨌든 그의 노래는 아름답고, 그가 죽은 지 30년이 더 지났지만 나는 그보다 더 가슴에 다가오는 노래를 부르는 이를 별로 보지 못했다.

    마지막 노래는 역시 사후에 발표되었던 노래 <사랑 사랑 사랑>이다.(관련 영상 링크)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울고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웃고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철부지 어렸을 땐 사랑을 몰라
    세월이 흘러가면 사랑을 알지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그 흔한 사랑 한번 못해본 사람
    그 흔한 사랑 너무 많이 한 사람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울고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웃고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철부지 어렸을 땐 사랑을 몰라
    세월이 흘러가면 사랑을 알지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그 흔한 사랑 한번 못해본 사람
    그 흔한 사랑 너무 많이 한 사람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사랑에 마음 아파 사랑에 울고
    사랑에 기분 좋아 사랑에 웃고

    정말 그러하지 않은가?

    * ‘대중음악 이야기’ 연재 칼럼 링크

    필자소개
    정재영(필명)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작가이다. 저서로는 「It's not Grammar 이츠낫 그래머 」와 「바보야, 문제는 EBS야!」 「김민수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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