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심회’ 공소장 내용 '충격'
        2006년 12월 15일 06: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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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일심회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한 사람들은 “경악스럽고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담배 없이는 볼 수 없는 공소장”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길래 이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 민주노동당 중앙당사 내부
     

    담배 없이 볼 수 없는 공소장

    민주노동당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 이번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최기영 사무부총장이 장민호씨에게 보고한 파일에는 민주노동당의 핵심 당직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밀한 정보들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 방북대표단의 평양 방문을 앞두고 작성된 보고서에는 “북에 할말은 하겠다는 뚝심있는 운동가 스타일” “○○(민주노동당내 좌파 의견그룹) 비주류” 등의 적나라한 표현이 사용된 대표단 성향분석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NL계열의 한 분파) 출신으로는 보기 드문 인재”라거나 “당무 전반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등의 평가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측이 방문단 개개인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경에 작성된 파일에는 당시 민주노동당 중앙 당직자 전체 명단과 정치적 성향에 대한 정보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에는 민주노동당 의원의 한 보좌관에 대해 “추진력이 과도해 예의없다는 평가가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적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 엔엘계 인사에 대해서도 “개인 사상은 투철하지만 출세주의자”라고 평가한 구절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당직자들의 성향을 분석한 정보가 유출된 것은 다분히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간첩죄 적용 차원을 떠나 당원으로서 해당 행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공안당국에도 당직자들의 신상 정보가 넘어간 것이고 열린우리당 등 다른 정당에서도 공소장을 다 받아봤을 것 아니냐”며 “당이 발가벗겨진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최 사무부총장이 보고한 파일에는 중앙당의 한 당직자가 같은 의견그룹 소속의 다른 당직자를 견제하고 있다는 등 보고자의 편견에 따른 자의적인 정보도 들어있었고, (호남 출신인) 당직자 세 명에 대해 ‘호남 3인방’이라고 지칭하는 등 기성사회의 편견까지 담겨 있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전진 등 좌파 제어가 목표”

    공소장에 따르면 ‘일심회’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의 장악을 핵심적인 목표로 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의 한 당직자는 “그들은 민주노동당의 전략 지역을 울산이 아니라 서울로 바라보고 있었다”며 “공소장에는 ‘일심회’의 목표가 통일전선적 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전진’ 등 좌파를 제어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고 전했다.

    ‘전진’은 민주노동당내 좌파 활동가와 민주노총 중앙파가 주축이 돼서 만든 좌파 의견그룹이다. 민주노동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공소장에는 전진에 ‘사람을 파견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어서 일심회가 프락션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심회는 민주노동당이 창당 초기 소광역지부에서 시도지부-지구당 체계로 전환될 무렵인 2002년부터 서울에 전략지역을 몇 곳을 선정해 장악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장에는 엔엘계 활동가들의 조직인 ‘○○모임’에 대한 소상한 정보도 실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 선거 구체적인 후보지침까지 포함

    당직선거와 관련돼서도 구체적인 후보지침까지 실려 있으며 선거운동기간 동안 당원에게 전화하라는 지침과 각 당원들과의 대화내용까지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좌파쪽의 서울 지역위원장)에게 전화했더니 ‘전화하지 마세요’라고 대답했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더라”며 혀를 찼다.

    또한 최 사무부총장이 작성해 보고한 파일에는 당내 주요 회의자료와 결과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의 한 당직자는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공개된 정보도 있지만 당직자들끼리 구두로 회의한 내용이 회의 참석자들의 이름과 발언 요약으로 실려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지난 10월 15일 중앙위원회를 앞두고 북핵실험에 대한 ‘유감’ 표명을 막기 위해 현장 총책임은 누가 하고 누가 발언하는지를 계획한 내용도 있었고 사실상 이 계획대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지난 2004년 탄핵 당시 민주노동당의 입장에 대해서도 반한나라당 전선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며 “어느 당 당원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당 한쪽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도 모르고

    창당 초기부터 일해온 민주노동당의 한 당직자는 “공소장을 보고 나니 내가 그동안 당에서 뭐 했나 싶다”며 “한쪽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일을 했다니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또 다시 벌어지지 않으란 법이 없다”며 “당장 대선을 앞두고 도마뱀 꼬리를 자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당 내부적으로 근본적인 체질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이미 검찰은 ‘○사장’, ‘○사장’으로 명시된 주요 활동가 명단을 갖고 있다. 재판이 시작되면 이들이 줄줄이 불려가 증인, 참고인 조사를 받을 수 있고 추가 구속, 추가 기소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섞인 전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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