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이명박 본선 후보 기정 사실화
        2006년 12월 15일 01: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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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여당의 화력이 이 전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선 이 전 시장의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출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의 대선 구도를 그으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명박 시장 선글라스 끼고 대선 치를 건가"

    김근태 의장은 15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최근 이 전 시장의 ‘박정희 따라 하기’를 비판해 논란이 되고 있는 민병두 당 홍보기획위원장을 적극 옹호했다.

       
      ▲ 13일 국회에서 열린 열우당비대위회 회의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차용한 정치인들을 비하하는 게시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 게시물은 민병두 의원이 준비한 것으로 이인제 의원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박정희 전 대통령 이미지 차용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의장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박정희 따라 하기’에 대한 우리당의 비판과 지적을 한나라당이 격렬하게 비난하고 심지어 어떤 최고위원은 공식 석상에서 육두문자까지 사용하는 망발을 저지르고 말았다"며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의 그 날 발언은 없는 사실을 유포한 것이 아니라 이 전 시장 본인이 자랑한 것을 지적하고 비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 입장과 경쟁하는 정당의 간부로서 지적한 것을 네거티브라고 비난한다면 선거전을 이미지로만 가져가겠다는 것이냐"며 "선거전은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나는 그런 모습과 모양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장영달 당 자문위원장도 "한나라당 대선후보군들이 `박정희 따라 하기’를 일삼는데 이는 한마디로 한나라당이 군사독재정부로 돌아가겠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박정희 정권은 사법 살인 사건을 양산했고, 이는 광주 양민학살로 이어졌다. 이러한 군사독재의 상징인물을 따라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우리당은 독재적 발상에 젖어있는 세력에 대응할 준비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며 "군사독재로 돌아가려는 한나라당에 강력히 대처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선에서 맞붙을 이명박 시장을 상대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공세는 이 전 시장의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출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기초해 있다.

    이번 논란을 촉발한 민병두 의원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본선에서 맞붙을 후보를 상대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지금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전 지사를 비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앞으로도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을 공세적으로 벌인다는 계획이다. 민 의원은 일주일에 한 번씩 이 전 시장에 대한 공개 검증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의 일환으로 내주에는 이 전 시장의 부동산 정책을 집중 ‘검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의 뉴타운 정책이 서울의 부동산값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내용이다. 민 의원은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을 보다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김근태 의장이 이 전 시장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는 방법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세력 vs 과거세력의 구도

    이 전 시장에 대한 비판의 첫 과녁이 ‘박정희 따라 하기’였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 의원은 "우리는 앞으로의 20년을 이끌어갈 미래담론을 이번 대통령선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 전 시장이 박정희향수에 의존하는 것이 미래담론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인지 물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을 ‘미래세력 대 과거세력’의 구도로 만들면서 이 전 시장을 ‘과거세력’으로 위치짓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와 관련, ‘경제’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 전 시장과는 다른 컬러를 갖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나 문국현 유한킴벌리 회장 등이 여권의 대선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것도 관심을 끈다.

    이 전 시장에 대한 여당의 공격은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평가는 부정적으로 기운다. 먼저 이런 공세가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비치면서 여당이 갖고 있는 정쟁의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전 시장에 대한 공격 역효화 불러올 가능성 크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열린우리당은 ‘파괴, 물고 늘어지기, 발목잡기’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당의 진로를 놓고 서로 싸우고 변변한 대선 후보도 내지 못하면서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후보를 발목잡으려 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도 "무능, 네거티브, 발목잡기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공세가 ‘이명박 대세론’을 공식화하는 효과와 함께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 전 시장의 주위로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홍형식 소장은 "대선 구도가 ‘이명박이냐 아니냐’로 가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느낀 이 전 시장의 지지자는 물론 한나라당 지지층 전반이 이 전 시장 주위로 결속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민병두 의원은 "단기적인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어차피 본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할 층인만큼 미리 결속한다고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여당의 ‘이명박=박정희’ 비판이 과녁을 잘못 설정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홍형식 소장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과거 이미지로 비치지 않는다. 미래지향적이고 공격적인 개발정책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이 전 시장을 박 전 대통령과 결부시켜 과거세력으로 규정짓는 건 설득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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