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묻다. 자본주의는 당연한가?
    [책]『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D. 하비/ 선순환)
        2021년 10월 09일 09: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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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평등과 환경문제가 심각하다. 그럼에도 경제는 우물쭈물한다. 정치는 갈팡질팡한다. 그러는 동안 지구는 달궈진다. 민중은 고통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를 괴롭힌다. 해답은 멀리 있을까? 세계적 지성 데이비드 하비는 우리에게 묻는다. 자본주의는 당연한가?

    불평등

    지구촌 곳곳이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는다. 유럽, 남미, 중동, 동아시아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데이비드 하비는 각국의 현황을 묘사하고 원인을 살핀다. 공통점은 불평등. 문제는 오로지 성장만을 추구하는 자본에서 비롯한다고 하비는 밝히고 질문을 던진다. “양심적 자본주의는 불가능한가?”

    신자유주의

    70년대 이후 궁지에 몰린 케인스주의, 진보적 법안들을 무너뜨리려는 탐욕의 기업들, 그들과 손잡은 정치인들. 욕망의 교집합에서 신자유주의가 스멀스멀 피어올라 온 세상에 퍼진다. 결국 노조와 언론과 학계는 그 앞에 무릎 꿇는다. 대처와 레이건을 내세운 신주유주의자들은 말한다. “자유와 성장을 드릴 테니, 정의와 평등은 잊어주시죠.” 하비는 트럼프식 우파 포퓰리즘으로 귀결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월가를 점령하라’ 등으로 나타난 시민들의 각성에서 희망을 본다.

    소외

    자본가는 노동자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끊임없이’ 상품을 개발하고 제공한다. 노동자는 그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동해야 한다. 멈추지 않는 거대한 쳇바퀴를 돌리는 일은 노동자의 몫이다. 자본가는 편히 앉아서 가속 페달을 밟는다. 브레이크는 없다. 민중은 ‘상품’을 누리면서 ‘행복’을 누린다고 착각한다. 하비는 ‘보상적 소비주의’ 이론을 소개하며 마르크스의 ‘소외’를 설명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외는 필연이며 인간은 노동과 상품과 돈으로부터 소외되고 결국 자연으로부터 소외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환경 파괴

    하비는 마르크스를 연구하며 자신의 신념을 뒤엎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400ppm’ 이야기를 꺼낸다. 하비는 일부 환경론자가 얘기하듯 환경문제가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정도로 심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책의 집필을 시작할 즈음 미 국립해양대기청이 발표한 자료를 접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어섰다!’ 400ppm은 2007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제시한 마지노선이다. 하비는 그제서야 환경문제를 적극적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 하비는 ‘아직은 괜찮다’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비판하고, 탄소를 포획하여 땅속에 묻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우파의 자유, 좌파의 자유

    자유란 무엇인가. 하비는 우파 진영이 말하는 ‘자유’와 사회주의 진영이 말하는 ‘자유’를 구분하라고 말한다. 우파의 자유는 결국 경쟁에 참여하고 승리하여 이익을 독식할 자유를 뜻한다. 패자의 고통은 안중에 없다. 하비는 이 개념이 자본주의의 속성과 통한다며, 사회주의의 자유를 설명한다. “의식주 등 기본 생활이 보장된 상황을 전제로 개인의 꿈과 사상에 따른 삶을 추구할 자유.”

    코로나와 자본주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세계 경제가 흔들린다. 세계화가 전염병의 원인이며 그로 인한 고통은 무자비한 자연 파괴를 일삼아 온 신자유주의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라고 하비는 경고한다. 하지만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감염의 위험과 생존의 위협은 경제적 취약 계층에게 단연 혹독하다. 가진 자들은 돈으로 안락과 안전을 유지한다. 깊은 부조리는 불평등 때문이고 불평등은 구조적이며 그 구조를 바꿔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비는 호소한다.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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