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러나는 독일 총리
    메르켈은 찬양할 대상인가?
        2021년 10월 07일 03: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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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양산시민신문에 투고한 글을 동의를 얻어 레디앙에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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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총리 메르켈이 곧 물러난다고 한다. 여성 리더로서 독일의 정치문화를 새롭게 바꾸었다는 평가가 대세다. 한국의 진보언론들도 그녀가 보여준 리더쉽을 찬양한다. 과연 메르켈의 리더쉽은 그렇게 찬양할 만한가? 필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들 신보수주의 경제정책을 주도한 이를 이야기하면 대처와 레이건을 언급한다. 그러나 1980년대 미국 경제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은 기억할 것이다. 레이건의 ‘강한 달라 전략’은 집권한 지 몇 년도 못가고 이른바 ‘군사케인즈주의’로 변모하며, 플라자합의 시점에 오면 일본-독일을 압박하여 달러의 평가절하를 했다는 것을. 이는 미국의 경기부양과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대처는 금융자본을 성장시키기 위해 고파운드 정책을 유지한다. 그 결과 영국은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의 중심지가 된다. 메르켈은 대처가 이끈 신보주의 경제정책을 유럽에 일반화시킨 이다.

    메리켈 총리 자료사진

    2002년 EU통화동맹을 만드는 과정(유로 출범)에서 지속적으로 마르크화는 평가절하 된다. 유로존 국가들의 화폐가치를 마르크화 기준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마르크화의 가치는 낮추고 다른 국가들의 화폐의 가치는 높여 단일화폐가 출범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독일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극적으로 올라간다. 수출 상품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화폐가치가 올라간 국가들(남유럽, 동유럽 등)은 자산가치가 상승한 반면 제조업은 몰락한다.

    이들 국가의 경쟁력을 더 악화시킨 것은 유로의 가치 유지를 위해 안정성장에 관한 협약-재정준칙을 유로존 국가들에게 강제였다. 연간 재정적자 규모는 GDP 3%, 총 정부부채 규모는 GDP 60% 내로 제한되며 이를 어길 시 회원국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다. 회원국들은 가격 경쟁력을 위해 평가절하도 못하고 재정 정책을 통해 경지부양도 제약된 것이다. 그 결과 경쟁력이 없는 동유럽, 남유럽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노동력 평가절하’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했다. 임금 낮추는 것 말이다. 유로존은 미국, 영국과 달리 이와 같은 보수주의적 통화정책을 회원국들에게 가장 엄격하게 적용했는데, 그 중심에는 독일 있었다.

    2000년대 이후 유로존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은 유로존 가입을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여겼다. 서유럽 자본이 들어와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도 있었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저발전 국가들은 서유럽 국가들로 노동력을 수출함으로써 외화벌이를 통해 경제를 지속했다. 청년들은 서유럽 노동시장으로 가거나 혹은 나쁘거나 였다. 올리가르키들이 권력을 잡은 부패한 지역에서는 상황이 더 안 좋았다.

    2015년 그리스 재정위기는 유럽의 재정준칙이 어떻게 한 나라를 붕괴시킬 수 있는지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는 비단 그리스만의 문제는 아니며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동유럽 전체가 경제적으로 붕괴되거나 정체된다. 이제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유로존의 실패를 이야기 한다. 유로존은 번영도, 형평성도 없는 냉혹한 시장이 지배하는 세계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금융자본, 대기업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유럽의회는 상징적인 명목적인 역할만 하고 금융자본과 엘리트 커넥션에 의해서 구성되는 유럽집행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엘리트들 내부에서 유럽집행위원장이 선출되며 유럽집행위원회는 유럽의회에 대한 책임이 없다. 유로존은 민주주의 원리도 지켜지지 않는 곳이다.

    유럽연합은 세 번의 확장을 경험한다. 초기 6개 경제협력 국가에서 남유럽 국가들로 확장. 그리고 영국의 가입 및 북유럽 일부 가입, 2000년대 이후 동유럽 국가들의 가입이다. 이 국가들의 유로존 가입조건은 나토 회원 가입이다. 유럽연합은 애초에 경제동맹이기도 하지만 정치군사동맹이기도 하다. 유럽연합 확대가 나토 팽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의지만 반영된 것이 아니라 독일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독일은 러시아를 봉쇄하는 것에서 미국과 이해관계를 같이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은 러시아와의 대척점에서 대리전 형태를 띠는데, 그 와중에 이들 동유럽에서 나찌들이 극적으로 성장한다. 경제적으로 붕괴된 상황에서 극우파의 등장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유럽의 통치자 메르켈은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에서 나찌가 유로존의 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용인하는 정책을 취했던 점이다. 이것은 지금도 지속된다.

    나토의 작전범위 확장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리비아와 시리아의 ‘침공’이다. 리비아 침공은 사르코지가 주도하고 오바마가 동참했다면 시리아 침공은 독일이 주도하고 미국이 참전한 전쟁이다. 시리아 총리 아사드가 독재자라는 사실이 나토의 침략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시리아 전쟁은 100만명의 난민 발생이고 이 난민들은 터키 난민캠프에 정착했었다.

    아사드가 독재자이지만 반군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어떤 이도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반군은 친서방 세력일 뿐이다.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아사드가 화학무기 썼다고 서방언론은 썼지만 반군이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게 유엔 인권위의 조사 결과다. 카다피가 제거된 리비아는 현재 군벌과 인신매매가 횡횡하는 사회가 되었고 시리아는 말 그대로 전쟁의 묵시록으로 뒤덮힌 사회다. 나토의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침략 과정에서 이 기구의 작전 범위는 지중해 동쪽 즉 서아시아까지 확대된다. 나토 제국주의의 우울한 얼굴이다.

    유럽에서의 극우파의 성장은 유럽 내부의 경제위기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인 원인은 난민의 증가이다. 난민이 증가하자 이민자 공격-무슬림 공격-난민 공격이 유럽 전역에서 일상적인 일이 되며 유럽 각국 극우파 성장의 토대가 된다. 난민의 극적인 증가는 이라크-시리아-리비아의 전쟁을 뺴 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중해를 통해 목숨을 건 이민자-난민들의 이주와 그와 연관된 비극의 상당 부분은 미국-유럽 파트너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비롯되었다.

    나토의 한 축이 미국이라면 다른 축은 영국과 독일이다. 대륙에서는 독일의 역할이 가장 결정적이다. 이 침략 전쟁의 중심에 메르켈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들이 만들어낸 난민으로 인해 인종주의는 극적으로 증가하고 이것이 유럽 전역에서 극우파들이 약진하는 토대가 돈 것이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가 그 증표다. 이 모든 것들이 메르켈이 총리로 있던 지난 15년간 이뤄진 유로존-나토의 역사다. 메르켈을 찬양하는 한국의 ‘진보언론’들은 이 사실은 알고 있는가?.

    필자소개
    경남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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