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생존-계급문제 '비전 정치' 시대 왔다"
    2006년 12월 14일 05: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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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일각에서 이른바 ‘민주세력’의 정체성에 기반한 독자 신당 창당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 원인을 개혁 노선의 배반에서 찾고 있다.

당이 개혁노선을 팽개침으로써 존립의 이유를 상실했다고 보는 점에서 이들은 당사수파와 견해를 달리한다. 당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없이 세력을 불리는 것은 지난 과오를 되풀이할 뿐이라고 보는 점에선 통합신당파와 구분된다. 임종인 의원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임 의원은 14일 ‘민주세력, 정계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김태홍 열린우리당 의원, 이낙연 민주당 의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김성호 전 민주당 의원, 김헌태 KSOI 소장 등이 토론자로 나왔다. 천정배 의원, 권영길 의원, 김종인 의원 등이 축사를 했다.

   
 ▲ 14일 오전10시 민주세력, 정계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에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임종인의원 홈페이지)
 

"노대통령은 보수우익이 보낸 트로이 목마"

참석자들은 먼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실패 원인을 주로 개혁 노선의 배반에서 찾았다.

천정배 의원은 축사에서 "우리가 지금 왜 이런 지경에 처하게 됐는지 성역없는 반성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지, 중산층과 서민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반영하는 활동을 했는지, 정책 역량은 있었는지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인 의원도 축사에서 "열린우리당에는 민주화 세력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이 민주화를 뭘로 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치사회적으로 뚜렷한 목표가 없다. 지지계층조차 이 정당이 뭐하는 정당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 이게 지지도가 떨어지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김성호 전 의원은 보다 직설적인 어법으로 여권을 공격했다.

그는 "지지자를 대변하는 정책을 펼치다 선거에서 퇴출된 정당은 많지만 지지자를 배신하는 정책을 펼친 정당은 세계 정당 사상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밖에 없다"고 꼬집은 뒤 "노무현 정부는 지지자가 떠나갔다고 하는데 사실은 정반대다. 서민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지지자는 그대로 있는데 다른 정당의 정책을 실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무현 정권은 국민을 속이고 지지자를 배신한 사이비개혁 세력이다. 민주화에 편승한 기회주의 세력이고,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을 실현한 보수우익 세력"이라며 "민주세력 입장에서 보면 보수우익이 보낸 트로이의 목마가 노무현 정권"이라고 했다.

김태홍 의원도 ▲개혁입법 실패 ▲대연정 제안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가속화 ▲부동산 정책 실패 ▲이라크 파병 ▲대북정책 기조 변경 등의 요인이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좌초하게 된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개혁의 대상"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쓴 소리를 쏟아냈다.

심상정 의원은 여권발 정계개편론을 ‘약장수 정치’에 비유했다. 심 의원은 "부단한 공부를 통해 환자에 맞는 약을 처방하는 약사와 달리 약장수는 기행적 공연으로 관심을 자극하지만 눈속임으로 인해 사회에 해악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성호 전 의원은 "최근 친노니 반노니 하는 싸움부터가 아무런 명분이 없다. 노대통령을 포함하고 말고가 민주주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노대통령은 한나라당과 정책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했으니 한나라당과 합당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념과 노선에 상관 없이 국회의원 더 하고 싶은 사람은 고건 전 총리와 함께 하면 된다. 구태에서 벗어나기 싫은 사람은 민주당에 투항하면 된다. 열린우리당은 깨끗하게 해산하면 된다. 그게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열린우리당이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길"이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김태홍 의원은 "작금의 집권여당발 정계개편 논의의 종착역은 명분 확보를 위한 싸움으로 결국 ‘남는 자’와 ‘떠나는 자’로 종결되는 ‘수의 놀음’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헌태 KSOI 소장은 "여당과 범여권이 추진하는 반한나라당 구도는 명분도 없고 시대착오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무능한 정치세력을 개혁하자고 하고 있다"며 "(여권이) 자신들을 개혁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민주세력 독자정당 건설해야"

향후 바람직한 정계개편의 방향과 관련해선, 크게 두 가지 주장이 제기됐다. 먼저 김태홍, 김성호 전 의원 등은 ‘민주세력’의 독자신당 창당에 방점을 찍었다. 김성호 전 의원은 "민주개혁노선에 충실한 사람들이 완벽히 새로운 민주정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홍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한나라당 못지 않은 보수적 정책을 실행하면서 지지기반을 상실했다"며 "향후 열린우리당에 마지막으로 남은 양심세력과 다른 사회 제세력과 연대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모색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민주세력’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반론으로 돌아왔다. 비판론자들은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정계개편 구도가 이뤄지는 것이 현재의 사회경제 변화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세력의 시대는 갔다. 진보 v s보수 구도 재편 이뤄져야"

김헌태 소장은 "우리 국민의 이념적 성향이 성장과 복지 등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이념적으로 분할되는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사회의 양극화나 경제사회변화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낡은 이념정치를 극복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몰가치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념정치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사회경제적 토대에서 오는 국민의 성향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엔 보수를 지지하는 국민이 반 수 있다. 나머지는 흩어져 있다. 진보라는 가치를 제시하는 집단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보수와 진보를 반영하는 정계개편 구조를 만드는 게 올바르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은 "민주개혁세력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단언한 뒤, "우리 사회는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자 정치의 기본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또 "이제 밥의 문제, 생존의 문제, 계급의 문제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전의 제시가 필요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낡은 자재를 가지고 슬로건과 깃발만 가지고 부쉈다, 지웠다 하는 ‘토목정치’로는 대한민국의 병을 치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여권의 이른바 ‘민주세력’을 향해 "지지기반을 분명하게 하고 주소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면서 "(레토릭이 아니라) 진정한 좌파를 할 용의과 신념이 있느냐, 이 점에 대해 분명히 고백하고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주체로 쇄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보수와 진보 구도로의 정계개편이 당위적으로 요구되는 현실의 한 편에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아직 현실의 정치세력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김헌태 소장은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을 지향하지만 현실 정치세력으로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민주노동당을 민주노총은 물론 시민단체와도 구별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민의 마음 속에 안정감을 주는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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