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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커스, 미국의 전략과 호주의 선택
    [국방칼럼] 20세기 군사동맹과 다른 특징들, 우리는?
        2021년 10월 06일 11: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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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영국∙호주가 ‘오커스 협정’(이하 오커스)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마트료시카’라는 인형을 떠올린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마트료시카’는 인형 속에서 인형이 계속해서 나오는 러시아 나무 인형이다. 이 인형이 만일 미국의 ‘피벗’(아시아로의 회귀 Pivot to Asia)정책을 상징하는 장식품이라면 중국은 꽤나 불편한 심정일 것이다. ‘쿼드’ 다음에 ‘오커스’가 탄생했듯이 중국이 타협하지 않는 한 차후에 어떤 형태로든 반중동맹의 재현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트료시카’는 행운을 가져다 주지만, ‘오커스’는 중국에 봉쇄를 선물한다. 설계자의 의도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오커스(AUKUS)’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맹세를 어긴 자를 처벌하는 지하세계의 신을 뜻하는 ‘오르쿠스(ORCUS)’와 영어발음이 비슷하다.

    ‘오커스’의 암호명은 ‘후크리스’(hookless)’이다. 갈고리를 뜻하는 ‘후크’라는 말에서 제임스 매튜 베리가 쓴 ‘피터팬’의 악당 ‘후크 선장’이 연상된다. 만약 중국을 ‘후크 선장’에 비유한다면 ‘후크리스’라는 암호는 ‘중국 없는’ 또는 ‘중국이 제거된’이라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렇다면 상상의 섬 네버랜드는 호주를 말할 테고, 주인공 피터팬은 미국일 것이며, 피터팬이 좋아하는 웬디는 영국이겠으며. 말썽장이 요정 팅커벨은 프랑스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악어는 ‘핵추진 잠수함’이 될 것 같다.

    2018년 3월 8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차 회의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콩의 ‘봉황티비’가 중국 ‘왕이’ 외교부장에게 ‘쿼드’가 추구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한 견해를 묻자 ‘왕이’는 ‘그들은 태평양과 인도양의 ‘바다거품(sea foam)’과 같다. 약간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곧 사라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라자 모한’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바다거품’이 흩어진 대신 ‘오커스’라는 폭탄선언이 터졌다고 말했다. 미국 ‘블룸버그’ 칼럼은 ‘거미줄’이 계속 커지자 중국이 격노했다고 전한다.

    ‘오커스’의 최우선 사업 목표는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가 프랑스와 맺은 ‘디젤추진 잠수함’ 도입 계약을 파기함에 따라 발생한 매몰비용은 대략 24억 호주달러 규모에 달하며, 추가로 수억 호주달러로 예상되는 위약금을 프랑스에 지급해야만 한다. 호주가 원화 기준으로 2조원을 상회하는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집착한 것은 호주를 둘러싼 안보환경의 악화로 인한 두려움 때문이다.

    남서태평양의 전통적인 강자인 호주의 안보 목표는 베트남 전쟁,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전쟁, 동티모르 독립에 개입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과의 일종의 완충지대인 ‘아세안’에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 신속히 개입함으로써 호주가 불안에 휩쓸리는 것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세안’과 남중국해가 미∙중 갈등의 한복판이 되고, 중국의 영향력이 호주의 앞마당인 파퓨아뉴기니와 솔로몬 제도를 거쳐 남태평양 국가로 확산되면서 호주의 위기감은 높아만갔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이 고통 받는 광경을 목격한 호주는 중국을 견제하는 조치들을 취해나갔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 최초로 자국에서 중국의 화웨이와 ZTE(중신)를 퇴출했다. 둘째,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과 관련하여 중국에 대한 국제조사를 앞장서서 촉구했다. 셋째 중국 기업의 호주 회사 인수를 국가안보를 이유로 불허했다.

    이미지 : 중국(빨간색)과 미국(파란색) 사이에 아세안(황토색)이 있다.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으로 ‘동남아시아비핵무기지대조약’은 타격을 받고 아세안의 중립적 지위가 흔들리게 되었다(데일리 익스프레스).

    중국과의 갈등을 ‘오커스’로 매조지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호주의 대처방식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호주는 기존 계약자인 프랑스가 ‘핵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협력 대신 계약을 파기함으로써 프랑스, 나아가서 유럽연합(이하 EU)과의 우호관계에 흠집을 내버렸다. 둘째 호주가 도를 넘어 중국에 공세를 취함으로써 스스로 운신의 폭을 없애 버렸다. 호주가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들에게까지 화웨이 퇴출에 공조할 것을 적극 설득한 것이나, 코로나19로 인한 인명피해가 적은 편이면서도 중국 책임론에 앞장선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호주가 중국에 매각을 불허한 회사들은 전부터 이미 외국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었고 첨단업종을 영위하는 회사도 아니었으므로 중국이 분쟁 해결을 위해 WTO에 제소해도 할 말이 없는 사안이었다.

    호주가 선택한 행동은 결국 호주 자유당의 보수강경파가 ‘미∙중 경쟁구도’에서 미국을 선택했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2018년 3월에 호주가 처음으로 아세안과의 특별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안보 및 경제협력에 관한 ‘시드니 선언’을 발표하고 인도네시아로부터 아세안 정회원 가입을 권유받는 등 뚜렷한 성과를 냈던 사실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안보정책은 ‘전략적 모호성’ 대신 동맹에 ‘편승’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스콧 모리슨 총리가 작년에 중국과는 대립이 아니라 ‘공존’(happy coexistence)을 원한다는 유화적인 발언도 한 인물임을 감안할 때 호주가 현재 서구권 국가들의 공통된 전략인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여 대응하는 실용주의노선을 포기한 것은 우리에게도 아쉬운 노릇이다.

    호주를 적대적인 방향으로 치닫게 한 중국식 제국주의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캐나다의 ‘마가렛 맥쿠아 존스턴’과 호주의 ‘존 게릭’은 중국의 캐나다와 호주에 대한 보복을 ‘살계해후’(殺雞嚇猴, 닭을 죽여 원숭이를 겁먹게 한다)라는 고사성어에 빗댄다. ‘살계해후’는 중국의 병법서인 ‘삼십육계’에 나오는 계책인 ‘지상매괴’(指桑罵槐,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욕한다)와 개념이 비슷하다. 이 전략은 중국에 맞서는 국가는 철저하게 보복해서 다른 나라들이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일벌백계).

    호주의 결정에는 영국의 보수강경 정권과의 교감이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통해 EU와 결별한 만큼 국제무대에서 새롭게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방어에 유리한 지정학 상의 이점을 활용해 국방예산을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 창설, 핵전력 증강 등 핵심전력에 집중해서 투자하고 한국∙일본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협상에 들어가는 등 인도∙태평양 진출의 기반을 닦아왔다. 영국에게 있어 호주는 ‘인도∙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영국의 외교전략을 보수당 ‘보리스 존슨’ 총리는 ‘위대한 영국’(Great Britain)이라는 구상으로 자화자찬하고, 영국 가디언의 슈퍼 칼럼니스트인 ‘사이먼 젠킨스’는 ‘제국주의 이후의 향수’에 불과하다며 깍아 내렸다.

    사진 설명 : 핵추진 잠수함 보유국 현황(IISS) – 미국 68척, 러시아 29척, 중국 12척, 영국 11척, 프랑스 8척, 인도 1척(호주가 2040년대에 8척을 보유하게 된다).

    사실 영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능력은 미국의 기술에 기반하고 있는 데다가 분쟁 발생 시 영국의 국력으로 가능한 군사력 투사 규모는 제한적이어서 호주를 절대 만족시킬 수 없다. 호주 역시 ‘핵추진 잠수함’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P5’국가의 일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호주와 영국의 협력은 애초부터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필요로 한다.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1번함 인수는 빨라야 2030년대 후반, 늦으면 2040년대 초반에 가능할 정도로 초장기 사업계획이다. 제조업 기반이 없는 호주가 자체 건조를 하려면 인력양성과 함께 원자력산업 전반의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기나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아 가변성이 매우 크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오커스 협정’ 체결에 있어서 가장 많은 이익을 확보한다. 첫째 호주가 장거리 공격용 무기의 구매를 늘리기로 함에 따라 미국 방산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게 되었다. 호주는 ‘토마호크 함대지 순항미사일’과 ‘지대지 정밀 타격 유도 미사일’의 구입을 약속했으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둘째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새로운 군사기지를 확보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호주에서 ‘UKUSA 안보 협정’(파이브 아이즈, UK-USA Security Agreement)에 따라 인공위성을 통해 인도∙태평양의 최고급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비밀첩보기지인 ‘파인 갭’을 운영하고 있다.

    호주의 저명한 언론인 ‘토니 워커’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까지는 최장 20년이 걸리기 때문에 호주가 그 공백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미국과 영국의 핵잠수함을 임대하거나 주둔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스콧 모리슨’ 정권의 각료들은 핵잠수함 단기임대를 고려하고 있음을 언론에 확인해주었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은 괌의 ‘아프라’ 해군기지에 이어 인도∙태평양에 중요한 핵잠수함 기지를 하나 더 확보하는 셈이다. ‘호주 각료’들은 ‘호주에 미국과 영국군의 병력 증강을 배제하지 않고 있고, 호주행 미국 군용기를 위한 새 군사시설 설립 계획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미 군사력이 호주에 증강 배치된다면 괌이 도맡아 왔던 군사임무를 호주 기지에서 분담할 수 있고, 중국 해군의 전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셋째 미국은 대만 방어에 ‘오커스’의 역할을 기대한다. 대만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제1열도선’(First Island Chain) 중앙에 위치하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이어주는 전략요충지이다. 만일 대만이 중국에 흡수된다면 미국군은 ‘제2열도선’(Second Island Chain) 상의 괌으로 밀려나게 되고 오키나와는 고립될 것이다. 하지만 대만 안보의 가장 큰 취약점은 미국 이외에는 도와줄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가장 큰 일본은 유사시 ’평화헌법 제9조’에 묶여 직접 개입이 불투명하다. 미국은 ‘앤저스 동맹’과 ‘오커스’협정에 근거하여 긴급 상황 발생시 호주의 군사력 투입에 기대를 걸 것이다. 호주의 작전반경이 ‘핵추진 잠수함’의 보유로 인해 대폭 늘어나는 만큼 대만 인근에서의 활동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것은 영국도 마찬가지이다. 영국 해군은 금년 8월에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이 대만 동쪽 해안을 통해 북상한 데 이어, 9월 26일에는 구축함 ‘리치몬드’가 대만해협을 통과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항행의 자유’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오커스’ 발표 직후 열린 하원토론에서 같은 당 ‘테레사 메이’ 전임 총리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영국의 대응과 오커스의 관련성’을 묻는 질의를 하자 ‘보리스 존슨’은 ‘영국의 국제법 수호 의지가 여전히 확고하다는 사실을 중국과 전세계에 강하게 충고한다’라고 피해나감으로써 ‘전쟁 반대’라는 모범답안을 듣고자 했던 ‘테레사 메이’의 실망을 크게 샀다.

    캐나다 일부 사람들은 자국과 뉴질랜드가 배제된 ‘오커스’를 ‘쓰리 아이즈’라고 부른다. 캐나다 사람들은 ‘파이브 아이즈’에서 호주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사실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오커스’에서 캐나다가 배제된 이유는 주캐나다 미국대사 지명자인 ‘데이비드 코헨’(David L. Cohen)의 9월 22일 상원 청문회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코헨은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인 중국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가 협력과 조정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코헨의 발언은 캐나다의 중국정책이 미국의 보조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점잖게 요구한 것이다.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에 대한 미국의 거부감은 프랑스가 이번 협상에서 소외된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바로 EU의 ‘전략적 자율성’을 대표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울리케 프랑케와 ‘타라 바르마’에 따르면 (회원국의 견해가 매우 다양하긴 하지만) EU 집행부가 추구하는 ‘전략적 자율성’은 ‘독립된 행동’(Independent Play)을 지향한다. ‘미국제일주의’(American First)에 대한 EU의 대응책이기도 한 ‘전략적 자율성’은 중국정책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EU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다면적(multifaceted)이다. ‘2020 EU전략’보고서는 중국을 ‘협력과 협상’의 파트너’이자 ‘경제’와 ‘체제’의 경쟁자’로 바라본다. 이와 같은 EU의 태도는 ‘다면적인 관여’(multifaceted engagement)라는 개념으로 체계화되었다. ‘다면적인 관여’는 공동관심사는 서로 협력하고, 공동도전과제는 각자 관여해서 해결하되, 의견일치가 기본적으로 어려운 사안은 일단 뒤로 미루자는 것이다.

    EU 인도∙태평양전략의 목적은 ‘대립’(confrontation)이 아닌 ‘협력’(cooperation)이다. ‘프레데릭 그라’와 ’마니샤 로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방침은 중국을 ‘포용’(inclusivity)하려는 것이며 EU는 중국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교류를 피할 생각이 없다. 이와 같이 EU는 미국과 같은 색안경을 끼고 중국을 바라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유럽인들은 지리적으로 볼 때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나 인도∙태평양문제에 대해 관련국만큼 공감하기가 어렵다. 영국언론인 ‘사이먼 티스달’은 EU가 내건 ‘다면적인 관여’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군비경쟁’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이 담겨있기에 EU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한 ‘EU공동성명’ 발표 하루 전에 사전 통보 없이 미국이 ‘오커스협정’ 체결을 발표한 것에는 이런 사정이 있다.

    협정 당사국들은 프랑스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프랑스는 호주 시드니대학교 ‘제임스 쿠란’ 교수의 ‘강대국(미∙중)들은 단순히 전략적 공간을 다른 국가들에게 나눠주지 않는다’라는 격언을 잊지 않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9월 22일에 나온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의 전화통화 공동성명’은 프랑스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성과이다. 미국이 먼저 요청한 전화통화에서 프랑스는 아프리카 사헬지대에서 자체 진행중인 반테러작전에 대한 미국의 계속되는 지원을 확약받았다.

    인도의 ‘오커스’와 ‘쿼드’에 대한 공식입장은 ‘쿼드’의 군사∙안보화 및 역할 축소, ‘쿼드와 ‘오커스’의 연계 모두에 반대이다. 현재 인도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아프가니스탄 문제이다. 인도는 탈레반으로 인한 안보 불안을 크게 우려한다. 8월 30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안 제2593호(아프가니스탄 상황)는 ‘아프가니스탄 영토가 어떤 특정 국가를 위협 혹은 공격하는 데에 사용되지 않을 것’을 탈레반에게 요구하고 있는데 그 ‘어떤 특정 국가’는 인도를 말한다. 9월 24일 발표된 쿼드정상 간의 공동성명에도 2593호 결의안 내용이 재차 강조되었다.

    싱가포르국립대의 라자 모한은 미국이 중국과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도가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각각 부시 행정부 국무부와 국가안보보좌관실에 근무했던 ‘헤더 콘리’와 ‘마이클 그린’은 오늘날 중국의 대두는 과거 인도의 책임(‘자와할랄 네루’의 비동맹노선)이라는 것을 지적하며, 서구권 전체 특히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오스트리아 안보정책연구소장 ‘벨리나 차카로바’의 견해는 약간 결이 다르다. 그녀는 “인도가 ‘미국주도 연합’과 미∙중 사이에서 길을 찾으려는 EU 같은 ‘중견국과의 동반자 관계’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캡처 설명 :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전화통화 후 서로 트윗을 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인도 언론인 ‘라자트 판디트’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사정거리 7,400km의 ‘JL-2’(쥐랑,巨浪-2) 탄도미사일(SLBM)로 무장한 최신 ‘Jin급’(094형) 잠수함을 포함하여 적어도 SSBN(전략핵잠수함) 6척과 SSN(핵추진잠수함) 6척을 보유하고 있으나 인도는 현재 ‘INS 아리한트’(SSBN) 1척만을 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인도의 불만은 2012년 ‘인도∙미국 국방기술∙무역 이니셔티브’(DTTI) 출범으로 기대했던 미국과의 첨단 군사기술 협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러나 러시아 역시 인도에 SSN을 임대만 했을 뿐 기술 협력은 배제해왔다는 점에서 인도의 최첨단 군사기술 도입의 실패 책임을 미국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오커스’ 대응을 위해 인도 ‘모디’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산업과 기술 기반을 포함한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에 대한 지속적인 약속”을 보장하며 인도의 당면과제를 일깨워 주었다. 의도는 다르지만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탄비 마단’도 프랑스와의 외교∙국방관계에서 ‘오커스’를 지렛대로 이용할 것을 인도에 조언했다.

    ‘파이브 아이즈’ 내부에서 정보에 국한된 동맹의 한계에 불만을 가진 국가들이 ‘쓰리 아이즈’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나라들은 박탈감과 고립감, 불안감에 시달린다. 내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것을 ‘방기’(abandonment)의 두려움이라고 한다. 미국과 중국 중에 하나를 택일하라는 유혹에 갈등하게 된다. ‘쓰리 아이즈’에 들어간다고 해서 불안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원치 않는 분쟁에 어쩔 수 없이 뛰어들어야 할지 모른다는 ‘연루’(entrapment)의 두려움이 생겨난다. 폴 키팅 전 호주 총리는 이를 ‘호주가 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어떤 관여에서 (미국에게) 자유나 선택권을 빼앗기는 상황’으로 묘사했다.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미국의 공영방송 엔피알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위협을 강조할수록, 미국에 더 의지하게 된다’며, ‘일본의 관심이 오직 이것뿐이라면 이른바 전략적 자율성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뉴질랜드의 ‘로버트 파트만’은 중국과 미국의 ‘랩독’(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 뉴질랜드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중 경쟁이라는 이분법 구도가 명확해질수록 ‘전략적 자율성’은 중국에게는 미국을 배제한다는, 미국에게는 중국으로 선회한다는 신호로 잘못 읽힐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의 전직 외교관인 ‘빌라하리 카우시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태국을 두 차례나 건너뛴 채(bypass) 다른 아세안 국가들을 방문했다고 한다. 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중국은 내심 한국이 미중관계에서 태국의 위치에 서주길 바란다. 그러나 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추진해 온 균형외교는 빛을 잃을지도 모른다.

    한국은 핵 없는 ‘SLBM’을 보유하게 되었고, 호주는 디젤잠수함의 자체 건조경험 없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게 되었다. ‘오커스’나 ‘쿼드’는 20세기의 군사동맹과는 확연히 다른 유연하고 가벼운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는 현재의 국제정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국가이든지간에 고정관념을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나타내준다.

    사진 설명 : 왼쪽의 거미는 혼자서 거미줄을 치기 때문에 초강대국을 상징한다. 오른쪽의 꿀벌은 여럿이 모여야 벌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약소국을 상징한다 (김상배, Roles of Middle Power in East Asia).

    서울대 김상배 교수의 ‘중견국’(middle power) 외교전략은 참고할 만하다. 김 교수는 마치 꿀벌들이 모여 벌집을 만드는 것과 같이 동일한 이해관계나 국제위상을 가진 국가들이 연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았다. 외교의 기본은 내 편을 많이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럿이 모여 발휘하는 힘’ 다시 말해 ‘집합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통해 ‘협업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벌집 중에 ‘다자주의 연대’가 있다. ‘다자주의 연대’(alliance for multilateralism)는 ‘규범기반 국제질서’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 아래 다자협력의 강화를 통해 세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4월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한 비공식협의체로서 우리나라도 역외 협력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의 편가르기나 일방주의에 맞서 약소국들이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는 중견국 외교를 한다고 해서 초강대국들이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 않는게 좋다. 약소국들의 연대는 주장을 관철할 힘이 없다는 전제 아래 초강대국들의 행보에 대한 반발이 있다는 것을 보여만 줄 뿐이며 그런 가운데 약소국들이 양측에 ‘끼어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나가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혹시 모를 국제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닦게 된다.

    * <국방칼럼] 연재 링크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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