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간첩 잡는 정형근, 칭찬하는 강재섭
        2006년 12월 14일 05: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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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이 ‘본색’을 되찾고 있다. 연일 간첩 관련 브리핑으로 과거 안기부 공안검사의 면모를 맘껏 드러내고 있다. 보수언론들이 그의 주장을 받아 기사와 칼럼으로 현 정권을 비난하고 나섰으며,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정 최고위원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무총리 산하 민주화보상위원회가 ‘간첩’ 황모씨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명예회복을 결정했다”며 “이 정권의 정체성은 아직도 주사파에 의한 남한 혁명을 꿈꾸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정 최고위원은 황씨와 관련 “지난 92년 해방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인 ‘남노당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명백한 간첩”이라며 황씨의 ‘간첩 전력’을 장시간 상세하게 보고한 후 “무슨 근거로 명예회복한 건지 이 정권의 정체성에 대해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에도 정 최고위원은 “일심회 관련자 5명을 구속 기소했지만 얼마 지나면 모두 대통령 특사, 형집행정지, 사면 복권 형태로 다 석방될 것이 뻔하다”며 DJ 정부 이래 석방된 ‘간첩’ 명단과 석방 과정을 일일이 열거했다.

    그는 “주요 간첩 사건의 당사자들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햇볕정책을 한다며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전부 석방했다”며 “이들에 대한 사면 복권과 비전향 장기수를 모두 북한에 송환한 것은 사실상 북한의 요구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같은 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마무리 실무협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의 실무작업에서 수차례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기는 3, 4월경으로 듣고 있다”고도 말했다.

    보수언론들은 그의 주장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조중동, 문화·세계일보 등은 ‘대통령이 간첩을 특사로 풀어줘’, ‘간첩 줄줄이 석방’, ‘간첩전력자 민주화보상’ 등 제목으로 정 최고위원의 현 정권 비난을 고스란히 소개했다.

    이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에서 연일 정형근 최고위원의 노고(?)를 치켜세우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11일 정 최고위원이 간첩사면, 정상회담 개최설 등을 지적한 것과 관련 “적절한 발언”이라며 “실질적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최고위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치하했다.

    또한 14일에도 “정형근 최고위원이 공개회의에서 언급한 황모씨 같은 사람이 민주화 인사로 둔갑하는 예는 그 전에도 있었지만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속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정형근 최고위원의 잇단 발언이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중도 외연 확장에 제동을 거는 게 아니냐 이런 말도 있다”고 전했다. 당 출입기자들은 정형근 최고위원의 장시간 브리핑에 “한나라당 최고위원회가 아니라 국정원 업무보고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한 때 북한에 수해 지원을 가장 먼저 제안해 눈길을 끄는가 하면, 한나라당 공식 입장과 달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해 “시대가 바뀌니까 살기 위해(?) 변화 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다시 옛날로 회귀했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물론 정형근 최고위원측은 “간첩 사면이나 민주화운동 인정을 지적한 것은 ‘유시민이 중국서 공작원을 만난다’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과는 다르다”며 “색깔론이나 네거티브 공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실에 근거한 비판이기 때문에 여당에서도 해명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이다.

    하지만 여당은 “전형적인 이념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노무현 정권이 간첩 혐의자나 공안사범들만 집중 사면시켰다고 부각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념 공격”이라며 “시국사건 관련자라 하더라도 국민통합 차원에서 일정하게 사면 대상자에 넣은 것을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재섭 대표가 이를 언급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이 여전히 수구 보수정당이라는 걸 스스로 국민들에 고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내년 대선을 좌파 대 우파의 싸움으로 몰고 가 ‘좌파정권 종식’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끊임없이 노무현 정권을 친북좌파로 공격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정권교체의 명분을 주겠다는 얄팍한 의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상한 것은 대북관련 정보는 청와대나 통일부를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꼭 정형근 의원 입에서 먼저 나오고 있다”며 “혹시 북과 핫라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자칫하면 간첩으로 몰릴 수 있으니 주의를 당부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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