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티비> 유튜브 -       ▒       붉은오늘 팟캐스트 -       ▒      


  • 태광그룹의 '김치 전쟁', 그 웃픈 현실
    [기고] 로비의혹 태광그룹에 무릎 꿇는 현실 맞서야
        2021년 10월 05일 09:01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재벌 대기업의 김치, 와인 일감몰아주기 사건(관련 기사 링크)의 행정소송이 해당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로 결론을 맺었다. 태광그룹의 “썩은 김치 강매사건”에 강제 동원된 흥국생명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금융위의 김치 가격 산정에 오류’를 들면서 태광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방송화면 캡처

    사건의 당사자인 태광그룹은 당장 반색하면서 남은 일감몰아주기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입장이다.

    행정법원은 흥국생명이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제재 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판결문을 보면 도무지 궤변 일색이라 사법개혁이 국가적 과제가 되어버린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울러 태광그룹이 제기하는 대정부 소송의 판례는 그대로 경제민주화의 회피책으로, 대기업의 출구전략 판례가 되는 범사회적 악영향을 낳고 있다.

    해당 재판부는 김치 판매와 관련, ‘주요 백화점 판매 가격보다 최대 130.6%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는 금융위 주장에 대하여 주요 백화점 김치 브랜드 평균 가격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지만, ‘태광 김치’는 유사한 상황에서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흥국생명 김치 거래가 뚜렷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제품 가격산정에 있어서 일반 시장인 백화점에서 소비자가로 거래하는 행위보다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일반적인 거래로 인정해버린 재판부의 입장은 공정거래법상 가격산정의 법적 기준을 근본부터 훼손하는 판례로 남았다. 일반 거래가격에 상관없이 맘대로 산정할 수 있는 대기업 내부거래가는 공정거래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시장의 통상 가격을 무시하는 대기업은 내부거래나 하청거래에서 맘대로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법리적인 폭거에 가깝다.

    언론에서 “썩은 김치”로 표현한 수준의 ‘태광 김치’를 국내 최고급 호텔 김치 품질로 인정해준 법원의 항변 역시 어떻게든 태광그룹의 손을 들어주어야만 했던 재판부의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행정법원은 구체적으로 “골프장 김치 광고지를 보면 통상적으로 백화점 판매 김치에 비해 더 고품질의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을 했는데, 대기업 원고의 광고 브로셔를 정부 감독기관의 유권해석보다 더 신뢰한 법원의 공정성이 놀라울 뿐이다.

    재판부의 궤변은 이어진다. “골프장 김치는 대부분 수작업으로 제조가 이뤄졌고 전용 용기를 사용해 개별 포장하는데 반해, 비교 대상 김치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비닐 포장 제품”이라며 “고급호텔 판매 김치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태광그룹이 계열사에 강매한 김치는 10kg당 19만 5천원으로 당시 5성급 호텔인 쉐라톤 워커힐 호텔과 조선호텔의 국내 최고급 김치와 가격이 근접했다.

    이미 2016년, 한 언론이 특종 보도한 내용에서 행정법원의 논리는 하나도 남김없이 무너진다. 이 기사에서 법원이 주장한 “최고급 태광김치”가 홍천 영농법인에서 위탁생산됐으며 생산단가가 5만2,610원에 불과하다는 내부자료가 공개되었다. 심지어 당시 태광그룹 관계자의 항변마저 “캐디들이 자주 가서 일을 했다”는 망언을 남겼다. 골프장 캐디들이 담궜다는 김치를 국내 최고급 김치로 인정한 이 시대, 이 나라 법원의 판단은 실소를 넘어서는 희극에 가깝다. 재벌 총수가 소유한 개인 기업에서 대기업 계열사에 강매하기 위해 산하 골프장 캐디와 지역 영농법인을 동원해 생산한 김치는 “썩은 김치”인가, “호텔 김치”인가 판단은 행정법원이 역사에 남겼다.

    태광그룹 판결을 앞두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재판부가 근거로 제시한 것이 원고 대기업의 광고지 문구였다. 계열사 강매를 위해서 골프장 캐디가 동원되고, 지역 영농법인이 위탁생산한 재벌 총수의 일감몰아주기 사건에 우리나라 행정법원이 제시한 증거가 대기업 광고지 몇 장이었다는 사실은 경제민주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태광그룹은 “4,300명 고위관료 골프장 로비 의혹” 사건이 검찰에 계류 중인 정치권, 법조 로비의 핵심재벌이다. 이 대기업에 내려지는 솜방망이와 면죄부에 사법부 카르텔과 법조계 전관예우가 의심되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배임 횡령 죄목으로 대기업 총수의 400억과 중소기업 40억의 형량이 같거나 적을 수 있는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이미 정의를 논할 수 없다.

    “황제보석”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호진 전 회장의 출감이 다가왔다. 여전히 태광그룹은 위장계열사 의혹부터 방사성 폐기물 처리 일방 연기까지 공정거래, 노동, 환경 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 황제보석과 사법처리 와중에도 사회가 요구하는 ESG와 SDG 의무를 철저히 묵살한 태광그룹의 정치, 사회, 오너 리스크는 이제 시작이다.

    지난 10년간 시민사회에서 제기된 태광그룹의 문제들이 단 하나도 예외 없이 사실로 드러났다. 여전히 국가적인 문제까지 쌓아놓고 정부에 소송을 일삼으며 갑질에 여념이 없는 경제 적폐와 그 비호 세력의 개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소개
    흥국생명 해복투 의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