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과 현대차노조 누가 깨끗한가
        2006년 12월 14일 11: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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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노조 창립기념품 선물 파동으로 중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노조 이모 총무실장이 노조 창립기념품을 구입하면서 노조 규정상의 입찰조건을 지키지 않은 무자격업자와 거래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노조는 "조기선거를 실시해 안정적인 지도력을 가진 지도부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 6월 30일 오후 5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현대자동차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산별노조 전환 동시총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 금속산업연맹)
     

    언론 ‘걸작 왜곡’ 진수 보여주다 

    이모 총무실장의 혐의는 업무상 배임이고, 뇌물수수는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는 무자격 업자의 사기를 ‘방조’했다는 혐의다. 업무상 중대과실이라고 할 수 있다.

    12일 현대차노조 대의원대회에서는 조합원의 직접투표로 선출된 노조위원장이 실무자의 ‘중대과실’을 이유로 사퇴할 필요까지 있느냐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조합원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투쟁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집행부는 과감하게 사퇴를 결정했다.

    그런데 언론이 진짜 걸작이다. 14일 중앙일보는 "현대차 노조, 언제쯤 정신차릴 것인가"라는 사설에서"강성 노동운동을 주도해 온 현대자동차 노조가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며 한 국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노조비리로 둔갑시켰고, 그걸 ‘강성 노동운동’과 연결시켰다. 심지어 "겉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듯하면서 내부에서는 낯 뜨거운 비리를 저지른 것"이라고 갈겨썼다.

    동아일보는 이날 "노조가 변해야 현대車가 산다"는 사설에서 왜곡보도를 피하면서 정치파업과 연결시키는 교묘한 글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동아는 "처음에 집행부는 "한 간부의 개인 비리일 뿐"이라며 버텼으나 "조합원에게는 ‘정치 파업 참여’를 독려하더니 뒤로는 검은 거래를 했다"는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물러났다"라고 썼다.

    현재까지 뇌물수수 증거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조합원의 말을 끌어다 ‘검은 뒷거래’라는 표현을 써 노동조합 전체의 비리로 둔갑시켰다.

    실무자 구속으로 사퇴한 정치인 있었나?

       
      ▲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권익을 위한 조직이다. 노동운동은 조합원의 권익을 뛰어넘어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위한 활동이다. 따라서 거액의 탈세범들이 수두룩한 보수언론사나 정치권에 비해 훨씬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노조는 사퇴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시장이나 구청장이 실무자의 ‘업무상 배임’으로 중도사퇴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2005년 5월 10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개천 개발사업에서 개발업자에게 2억여원을 받은 양윤재 행정부시장이 구속됐고, 이명박 서울시장 면담을 주선해주는 조건 등으로 14억원을 챙긴 혐의로 한나라당 전 지구당 위원장도 구속됐다. 올해 6월 대법원은 양윤재 전 부시장에게 징역 5년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은 서울시장 사퇴는커녕 청개천 개발을 등에 업고 대통령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 보수언론은 그의 치적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대통령 만들기를 하고 있다. 실무자가 ‘뇌물수수’도 아닌 ‘사기 방조’로 구속됐다는 이유로 현대자동차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사퇴한 것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깨끗하고 도덕적인 곳이 여전히 노동조합이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건이다.

    산별노조운동이 무너지길 바라는 보수언론의 헛된 꿈

    동아일보는 "현대차 노조의 집행부 퇴진과 도덕성 시비가 민주노총이 현재 벌이고 있는 4대 요구사항 관철을 위한 총파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썼고, YTN은 "이번 현대차 노조 사태는 민주노총의 산별노조 구성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 4만 3천 조합원들은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70%가 넘는 찬성으로 산별노조를 결정했고, 한미FTA와 비정규직 확산법안을 막아내기 위해 8일간 총파업을 벌였다. 노조 집행부 사퇴를 계기로 산별노조운동이 무너지길 원하는 이들의 바램은 헛된 꿈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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