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제한제도, 법관에겐 유명무실
    5년간 퇴직법관 재취업 제한 1건도 없어
        2021년 10월 01일 07: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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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간 퇴직한 법관들 중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재취업이 제한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취업제한 제도가 퇴직 법관들에게는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아 1일 공개한 ‘퇴직자 취업심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 8개월간 행해진 총 36건의 취업심사에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모두 취업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가운데 7건은 삼성SDI(주), ㈜KT 등 대기업으로, 취업이 제한되는 기관이었음에도 ‘특별한 사유’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취업 승인 결정이 나왔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가나 지자체의 정무직 공무원, 법관 및 검사 등과 각 기관별 규칙에서 추가로 정한 공직자(취업심사대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관(취업심사대상기관)에는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취업심사대상자의 업무와 취업심사대상기관과의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승인을 받은 때에는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하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대법원은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대법원규칙’에서 법관 외에 5급 공무원과 5급 상당의 임기제공무원을 취업심사대상자로 정하고 있다. 또 자본금 10억원 이상, 연간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인 사기업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기관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심사대상기관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면 취업이 가능하다.

    취업제한제도는 퇴직공직자가 퇴직 전 근무했던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원칙과 예외가 전도돼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고문료를 받아 논란의 중심에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사례를 보면, 화천대유는 대법원 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취업심사대상기관에도 해당하지 않아 취업심사마저 받지 않았다.

    소병철 의원은 “취업심사제도의 허점을 이런 식으로 남용하고 있다는 것은 입법의 취지를 몰각시키고 공직자로서의 권위도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라며 “취업제한제도의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소 의원은 “규칙 개정을 통해 취업심사대상기관의 범위를 확대하고, 취업을 승인하는 예외적인 사유도 더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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