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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덤’의 위험성
    [시선] 이성에 광기가 흘러드는 길
        2021년 10월 01일 12: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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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는 아주 유명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R&B 음악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과 마이클 조던을 좋아하던 이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미국 가수가 있다. 1996년에 상영된 실사/ 애니메이션 영화 <Space Jam>(관련 글) (관련 링크)의 주제 음악 <I Believe I Can Fly>는 영화의 도움을 얻어 엄청난 히트곡이 되었고, 노래를 불렀던 R. Kelly는 2016년까지 13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R&B 음악계의 ‘거목’으로 군림했다.

    그는 9월 27일에 성착취 혐의로 유죄 평결(verdict)(주1)을 받았고, 내년 5월에 있을 최종 판결에서도 유죄 선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를 인용한다.

    미국 유명 알앤비 가수 알 켈리(로버트 실베스터 켈리)가 자신의 슈퍼스타 지위를 악용해 20년 이상 여성과 어린이를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27일(현지시간) 유죄 평결을 받았다.

    여성 9명과 남성 2명 등 고소인 11명은 6주간 법정에서 치열하게 증언하며 켈리가 자행한 성적 모욕과 폭력을 진술했다.

    배심원단은 이틀간의 심사숙고 끝에 켈리의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최종 선고일은 내년 5월 4일이며, 이 판결로 켈리는 여생을 감옥에서 보낼 수도 있다.

    배심원단은 켈리가 여성과 아동들을 유인해 성적으로 학대하는 등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음모를 주도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미 수상곡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I Believe I Can Fly·나는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어)’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켈리는 미국의 여러 주에서 여성들을 인신매매하고 아동 포르노를 제작하며 유괴에도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사 출처)

    피해자들은 대개 그의 팬이었거나 신인 음악가들이었다고 한다. 팬들은 열광하게 마련이고, 착취당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1994년 28세의 나이에 당시 15세였던 신인 가수 알리야(Aaliyah Haughton)와 비밀스럽게 결혼했는데, 그는 알리야의 첫 앨범 <Age Ain’t Nothing But a Number(나이는 숫자에 불과해)>(관련 링크)(동영상 링크)의 프로듀서이자 주된 작곡가였다. 알리야는 ‘R&B의 공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고, 2002년에 개봉되었던 앤 라이스의 소설에 기초한 영화 <Queen of the Damned(저주받은 자들의 여왕)>에 출연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예술인이었다.(주2)

    Queen of the Damned(저주받은 자들의 여왕)의 장면 ⓒ Warner Bros. Pictures

    15세의 ‘아름다운’ 소녀에게 곡을 써 주고 프로듀싱을 해주었고, 나이를 18세로 조작한 서류에 근거해 비밀 결혼을 한다? 패턴이 보이지 않는가? 그는 수십 년 동안 아동들을 포함한 많은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해 왔는데, 그가 가진 문화적 권력과 재력 등이 그의 처벌을 막아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의 팬 중 상당수가 아직도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우리는 R. Kelly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으며 아래의 사진처럼 “그는 무죄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는? 당연히 없다. 이것은 ‘팬덤’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아주 무서운 사례이다.

    출처: https://www.thecut.com/2021/09/r-kelly-fans.html

    그런데 이러한 이성적이지 않은 팬들의 행동은 정치의 영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정적인 단체는 박사모인데, 이들은 1인 시위를 하는 시민, JTBC 기자 등을 폭행하기도 했고, 이런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관련 영상 링크)

    이들만이 그릇된 팬들은 아니다. 문재인 지지층 중 일부는 댓글 조작(관련 글 링크)이나 문자 폭탄 등을 통해 여러 물의를 일으켰는데, 어느 인사가 한 말은 충격적이다.

    문빠 스스로도 이런 특성을 숨기지 않는다. 젠틀재인의 운영자(닉네임 ‘규리아빠’)가 2018년 9월에 올린 공지글 일부다.

    “젠틀재인은 문재인 대통령님 말고는 전부 다 안 믿습니다. 조금이라도 허튼소리 하면 그날부로 역적입니다. 이리저리 다 내치면 결국 문재인 대통령님 곁에 누가 남겠냐고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통령님을 지켜줄 대깨문 인사들, 대깨문 의원들만 남겠죠, 뭐.”(관련 기사 링크)

    팬의 특징 중 하나는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사실을 그 결론에 끼워 맞추려는 것이다. 대장동 사건 문제를 보아도 그러하다. 어떤 이는 이재명 쪽만을 공격하고, 어떤 이는 국민의힘만을 공격한다. 재계와 법조계와 언론인 출신들과 정치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이 어려운 사건을 아주 단순하게 정리할 능력(?)이 있다. 게다가 그런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결론을 다른 이에게 설파하고 심지어 강요까지 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에 빠져드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임을 알 수 있다.

    판단은 이성의 영역이다. 물론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노무현의 죽음은 아직도 어떤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를 지켜주지 못했으니 우리 ‘인이’만은 지키고 싶다고 한다.

    뭘 지키겠다는 것인가? 그는 대통령이고, 지난 4년 반 동안 별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검찰 개혁이니 언론 개혁이니 하는 구호는 난무했지만, 검찰 개혁을 둘러싼 여러 일은 도저히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지한 이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언론 개혁이란 ‘언론 중재법’이란 해괴한 법률을 만들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주택 정책은 유례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윤석열의 팬들 또한 문제이다. 문재인 정부와 추미애 장관에 맞서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의 팬이 된 이가 적지 않다. 그런데 정치 입문 후의 그의 모습을 충분히 보지 않았는가. 그는 평균적인 상식을 갖지 못한 이이며, 여러 의혹 사건들에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데도 ‘한 번 팬은 영원한 팬’이어야 하는가?

    더 우스운 건, 일부 문재인 팬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한 해 전만 해도 이재명에게 적개심까지 표하곤 했는데, 대선이 가까워지자 상당수가 이재명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 이재명이 되어야 ‘우리 인이’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인가?

    몇 년 전에 어느 연예인이 성범죄자로 지목되자 내가 알던 당시의 여고생 하나는 “우리 오빠가 그럴 리가 없어요.”라고 얘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다는 아니겠지만, 팬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많은 이 또한 그렇게 현실을 부정한다. 팬과 연관된 단어 fanatic은 광신자로 번역된다. 팬이 광신자가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성에 광기가 흘러 들어가는 가장 큰 통로가 집단적인 ‘팬덤’임을 그들이 아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주석>

    주1) 배심원제를 채택하는 영미법에서 ‘평결’은 배심원단(jury)가 내리며, 그에 근거하여 판사가 최종 선고를 한다.

    주2) 그는 2001년 22세의 나이에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관련 링크)

    필자소개
    레디앙 기획위원. 도서출판 벽너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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