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대통령 백기투항 협상결렬 중 선택해야"
        2006년 12월 13일 07: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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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협상의 대체적인 윤곽은 5차 협상을 고비로 이미 그려졌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미국에 백기투항할 것인지 아니면 협상을 결렬시킬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미FTA를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13일 주최한 ‘기로에 선 한미FTA,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미FTA협상은 끝났다. 한미간에 주고받는 범주가 규정됐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의 동의,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협상의 룸은 이미 정해졌다"며 "미국에 백기투항하느냐, 협상결렬로 가느냐, 이 양자간에 정치적 판단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5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몬태나주 빅스카이 리조트에서 열린 5차 협상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백기투항이냐, 협상결렬이냐"

    심 의원은 "한미FTA협상과 내용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정부 관리들, 농림부장관, 복지부장관, 문광부장관의 스탠스는 ‘내가 매국노 소리를 들으면 안 되겠다, 그렇다고 나 때문에 FTA협상이 결렬됐다는 소리를 들어도 안 되겠다’는 것"이라며 "(협상 수용 여부는) 최종적으로 노대통령의 테이블에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남은 주요 협상 의제는 약제비 문제, 투자자-정부제소 문제, 반덤핑 문제 등 우리측 마지노선으로 공히 인정되는 것들"이라며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미국은 앞으로 더욱 거세게 나올 것이고 우리 정부도 양보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협상이 타결되는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제시했다.

    먼저 우리 정부가 협상 타결에 집착해 미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경우다. 최 교수는 "현재 신중론을 보이는 사람들도 죄다 반대로 돌아설 것"이라며 "사회적 저항과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아직 손익계산이 안돼서 반대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은 물론 일부 대기업도 반대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FTA타결안이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내에서 반한감정이 들끓을 것이고, 그것의 반작용으로 한국에서도 반미감정이 악화될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국제사회에서 우리 정부의 협상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미측이 우리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미 의회가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의회가 인준하지 않을 협상안을 미측이 합의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결국 우리 정부는 ‘백기투항이냐, 협상결렬이냐’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협상 결렬이 유일한 대안"

    이날 토론자들은 협상 결렬을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 교수는 "정부는 비상구를 마련해놔야 한다"며 "양국 모두 국내 비준이 부드럽게 이뤄질 수 있는 조건과 시기가 올때까지 협상을 결렬,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현재 50개 국가가 미국과의 FTA협상을 결렬 상태에서 유지하고 있고, 이들 나라의 상당수는 미국의 우방국"이라며 "섣부른 협상으로 미국과의 관계에 역효과를 내지 말고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투자자-정부제소, 반덤핑, 약가적정화 방안, 이 세 가지만 잡아도 협상을 교착상태로 끌고갈 수 있다"고 구체적인 ‘결렬’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심 의원도 "협상 결렬은 미국과의 FTA 협상에 적용되는 일종의 글로벌스탠다드"라고 꼬집은 뒤 "기로에 선 노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위험성 적은 방도"라고 말했다.

    "한미FTA는 대연정에 가장 부합하는 아젠더"

    토론자들은 그러나 노대통령이 ‘백기투항’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협상 타결을 목표로 두고 있는 것이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심 의원은 "친미 협상추진파들은 어떻게든 노대통령이 도장 찍을 명분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협상장을 주목할 것이 아니라 분장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남은 협상에서 정부가 미국에 알맹이를 내주고 껍데기를 받으면서 이를 성과로 포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노대통령의 ‘백기투항’ 가능성과 대연정을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한나라당도 찬성하는) 한미FTA야말로 대연정에 가장 부합되는 소재"라며 "노대통령이 한미FTA를 밀어붙인 데는 자신의 정치구상의 복판을 이루는 대연정에 가장 부합하는 아젠더라는 게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보고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노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어떤 정치구상을 갖고 가느냐에 따라 불행(백기투항)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홍 "노대통령이 국민들의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 한다"

    한편 이날 토론에선 여당 의원들이 한미FTA에 대한 반대의 수위를 한층 높이기도 했다.

    김태홍 의원은 인사말에서 "부동산 문제와 빈부격차로 국내 상황이 총체적인 도탄에 빠져있는데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까지 끌어들여 다 쓰러져가는 국민에게 마지막 펀치를 날려 명을 끊으려고 한다"며 "미국과의 FTA는 도탄에 빠진 우리 경제의 마지막 명줄을 죄는 것"이라고 노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다.

    또 "모든 시민단체, 지식인, 농민, 노동단체가 졸속 협상을 반대하고 있는데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고, 헌법의 기본권마저 짓밟고 있다. 오죽하면 판사가 시위 참가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겠느냐. 현 정부의 저의가 도저히 납득이 안되고 용서할 수 없다"며 "이 시간 이후로 여기 있는 분들과 바깥의 동지들과 더불어 졸속협상을 중지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이인영 의원은 ▲준비된 협상이었나 ▲공정한 협상이었나 ▲지킬 것을 지키는 협상이었나 등 세 가지 기준에서 볼 때 지금까지의 협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우리측이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양보한 4가지 선행조치들도 무효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홍미영 의원도 "한미FTA협상이 체결되면 여성들의 비정규직 고용이 늘어나고 고령의 여성 농민들이 가장 먼저 퇴출될 것"이라며 "시간을 벌어 협상의 판을 새로 짜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혜롭게 (협상을) 교착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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