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티비> 유튜브 -       ▒       붉은오늘 팟캐스트 -       ▒      


  • 가성의 매력에 빠지다
    [대중음악] '팔세토 창법'의 노래들
        2021년 09월 27일 01:3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1978년에 나는 라디오를 통해 이 노래를 들었다.(관련 링크) 이 음악이 디스코라는 문화를 세상에 퍼뜨린 곡 중 하나였음을 그때 나는 몰랐는데, 느낀 점은 평범한 창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노래는 가성의 매력을 나에게 알려준 곡이었다. 비지스(Bee Gees)의 <Stayin’ Alive>는 《Saturday Night Fever》라는 영화의 삽입곡이었는데,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윗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Body Guard》 다음으로 많이 팔린 앨범이라고 한다.(관련 글)

    이 앨범에 실린 또 하나의 노래도 디스코와 가성의 매력을 알려주는데, 제목은 <Night Fever>이다. (관련 링크) 이 곡 역시 세 명의 남성 가수들이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로 사람들을 춤추게 했다.

    이 앨범에는 거의 진성으로 부르는 비지스의 노래도 있다. 물론 가성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노래 <How Deep Is Your Love>는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많은 한국인의 사랑을 받았고 아직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추억의 올드 팝’이다. (관련 링크)

    1980년대 중반 나를 사로잡았던 가성으로 부른 노래는 프린스의 <Kiss>였다.(관련 링크) 1986년에 발매되었던 이 곡은 미국에서 매우 큰 히트곡이었지만 한국의 라디오에서는 그리 많이 방송되지 않았고,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아마 노출 때문이었다고 보이는데, 남자가 웃옷을 벗는 것은 사실 그 당시에도 TV나 일상생활에서도 허용되는 것이었으니, 무슨 기준이었는지 궁금하다. 프린스의 커다란 팬이었던 나조차도 이 동영상은 유튜브라는 것이 생기고서야 볼 수 있었다.

    사진: 프린스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쳐

    이 노래의 가사의 일부를 소개한다. 노래가 끝나는 부분에서 프린스는 “Kiss” 부분만을 진성으로 부르는데, 매우 매력적이다.

    You don’t have to be rich
    To be my girl
    You don’t have to be cool
    To rule my world
    Ain’t no particular sign
    I’m more compatible with
    I just want your extra time and your
    Kiss당신은 내 여자가 되기 위해 부자일 필요가 없어요.
    당신은 나의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냉정하게 굴 필요가 없어요.
    내가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특별한 징후는 없어요.
    난 단지 당신의 여분의 시간과 당신의 입맞춤만을 원할 뿐이에요.

    세상은 많이 변하여 사진과 같은 것들이 판을 치지만, 1980년대의 노래는 낭만적이었다.

    사진: 어느 소개팅 앱

    바쁜 대학 생활과 군생활을 하는 동안 새로운 노래를 접하기 힘들었던 나는 제대했던 1994년에 충격적인 노래를 들었다.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노래라는 가사도 당시로는 파격적이었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의 가성을 활용한 창법이었다. 조용필의 <단발머리>처럼 가성을 일부 활용한 히트곡들은 있었지만, 전 곡을 가성으로 부른 것(나레이션 부분은 예외지만)은 보기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아름다웠다. 조관우의 <늪>을 들어보자.(관련 링크)

    이 노래는 나를 화나게 했었다.(관련 링크) 초등학교 때 나의 우상 중의 한 명이었던 정훈희의 노래를 망쳤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번 더 들어보고 이 버전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아직도 정훈희의 원곡이 더 좋다.(관련 링크)

    그는 이 노래를 통해 나의 젊었을 때의 추억을 소환했다. 그가 부르는 <울게 하소서 (Rinaldo: Lascia Ch’io Pianga)>는 나쁘지 않았다.(관련 링크)

    가성은 말 그대로 ‘가짜 목소리’라는 뜻이고, 서양에서는 팔세토(Falsetto)라고 부르는데, falsetto는 영어의 false에 해당하는 이탈리아어 falso의 변형이다. 진짜로 가짜인 목소리의 노래가 있었는데, 1994년 개봉되었던 영화 파리넬리(관련 글)에 삽입되었던 이 노래는 카운터테너와 소프라노의 음역을 섞은 기계음이다. 기계음이지만, 이 노래는 영화의 장면과 어울려 처절한 아름다움을 선사했었다.(관련 링크)

    세월은 흘러 새로운 ‘밀레니엄’이 왔고, 먹고 살기 바빴고 여러 복잡한 가정사가 있었던 나는 새로운 음악을 접하는 것을 피했다. TV를 보지도 않았고 라디오를 듣지도 않으니 새로운 음악을 접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2008년에 어느 제자가 이 곡을 들어보라고 했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Nothing Better>는 멋진 노래였고, 정엽의 가성 활용은 듣기 좋았다.(관련 링크)

    정엽은 솔로로 데뷔했고, 1집의 이 노래, <You are my lady> 또한 가성을 잘 활용한 대표적인 곡이다.(관련 링크)

    마지막으로 들어볼 노래는 Maroon 5의 <Sugar>이다. 2015년 발표된 이 노래는 미국에서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고, 진성과 가성이 잘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 또한 큰 인기를 얻었다. (관련 링크)

    여러 노래를 소개했는데, 내가 가장 즐겼던 노래는 역시 프린스의 키스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을 하면 또 의심할 이가 있겠지만, 나는 가성으로 <Kiss>를 노래방에서 가끔 부른다. 조관우의 <늪>에도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필자소개
    정재영(필명)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작가이다. 저서로는 「It's not Grammar 이츠낫 그래머 」와 「바보야, 문제는 EBS야!」 「김민수전」등이 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