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당한 명분 찾아 이쯤에서 접는 게 최선"
        2006년 12월 13일 1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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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에서 한미FTA 반대 여론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 것인가. 김태홍 열린우리당 의원이 주도하는 ‘한미FTA를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13일 국회에서 ‘기로에 선 한미FTA,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한다.

    분과별 토론과 종합토론으로 나뉘어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번 토론회에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강기갑 의원,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 이인영 의원 등 한미FTA에 비판적인 여야 의원들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또 이해영 한신대 교수,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참여한다.

    토론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발제자들은 지금까지의 협상 과정을 비판적으로 짚으면서 협상이 중단돼야 한다는 결론을 공통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한미FTA가 의약품 비용 크게 높일 것"

    우석균 실장은 ‘의약품/의료기기’ 분야 협상 중간평가에서 "한미FTA는 한국의 의약품제도에 대해 특허권 연장뿐만 아니라 한국의 약가절감제도의 손상을 통해 의약품 비용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미FTA는 한국의 후진적인 특허제도를 개혁할 기회를 매우 협소하게 할 것이며 의약품제도의 개혁 또한 매우 어렵게 할 것"이라며 "한미 FTA는 기업의 영업이익을 침해하는 모든 공공제도를 FTA 협정 위반의 대상으로 함으로서 개혁의 가능성을 매우 협소하게 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기업의 이익의 신성불가침성은 FTA에서의 투자자-정부 중재제도를 통해 보장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의료보험제도를 개혁하고자 하는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에 대해 최근 주한미 상공회의소가 FTA 위반이라며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은 한국의 모든 의료제도가 한미 FTA의 협상대상이며 한미 FTA가 체결되면 모든 의료제도의 개혁이 힘들어진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의료제도와 국민의 건강권을 협상대상으로 삼는 한미 FTA 협상은 즉각 중단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광우병 위험 있는 쇠고기가 우리 식탁 점령할 것"

    홍기빈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정치경제팀장은 ‘투자자-정부제소 조항’에 대한 발제문에서 "어떤 나라가 자국과 외국 투자자 사이의 분쟁을 국제 중재절차를 통해 해결한다는 데 대해 동의한다는 것은, 그런 분쟁에 대한 법적 관할권(jurisdiction)을 완전히 국제 중재절차소로 넘기고 군말 없이 그 심판소의 판결에 따르겠다고 합의해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권국가가 자신의 고유한 권한인 법적 관할권을 포기하는, 중대한 주권양도의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홍 팀장은 "이 제도를 놔둔 채로는 한미FTA가 체결된 뒤에 그것이 거시적으로, 미시적으로, 또 정치, 사회, 문화, 환경, 보건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어떤 방향으로 튈지 그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며 "투자자-국가소송제는 한미FTA협상안에서 반드시 원천적으로 확실하게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쇠고기 수입 및 위생검역’ 분야 협상에 대한 중간평가에서 "한국 정부는 한미FTA 협상에서 검역분야와 관련해 한미 양국 사이에 특별한 쟁점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이것은 결국 한국 정부가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을 위해 높은 수준의 보호조치를 취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위스 정부가 미국과 FTA 협상을 추진하면서 GMO 문제 등으로 국민들의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 것처럼 한국 정부도 국민들의 식탁안전을 책임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며 "만일 현재와 같은 상태로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광우병 위험이 높은 쇠고기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GMO가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적당한 명분 찾아 이쯤에서 중단하는 게 옳다"

    농업분야 협상을 중간평가한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한미FTA가 단순히 상품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제거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농업과 농촌의 전반적인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이며 잘못하면 농축산업.농촌의 붕괴를 우려할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며 "농민은 물론 국민들의 공감대위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적 비용은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또 "한미 FTA협상에서 우리 측의 주요 요구사항인 민감품목 확대, SSG허용, SPS 기준완화불가 등이 모두 관찰되기 어렵고, 미국 측이 쌀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한미 FTA중단을 선언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회의 민주당 지배로 미국의 요구데로 쇠고기 시장을 포함하여 상당한 수준의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미의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고, 국내적으로는 내년이 대선정국인 점을 감안하면 국회비준도 쉬울것 같지 않다"면서 "적절한 명분을 찾아 이쯤에서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이미 저울은 기울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종합평가에서 "투자분야에서 내국민, 최혜국대우, 네거티브리스트, 이행의무부과금지, 상업적 주재의무 면제, 래칫등 극히 중요한 원칙들이 이미 넘어 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서비스, 투자분야는 내줄 일만 남아 있는 것으로 특히 유보리스트를 놓고 신문, 방송, 영화(스크린쿼터), 도박, 온라인컨텐츠, 출판 등의 ‘미래유보’ 관철 여부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초강세를 보이는 서비스, 투자, 지적 재산권등 이른바 신통상이슈에서 한국측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며 "광우병으로 부활한 쇠고기, 그 외 자동차, 섬유의류 카드를 가지고 겨우 게임을 이어가고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쇠고기, 무역구제, 의약품부문의 요란한 마찰음에도, 이미 저울은 기울었다"며 "판을 새로 짜지 않는 한 돌이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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