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격무 공무원 죽음,
    정부·지자체 무대책 결과
    사망전 2달 초과근무 시간만 120시간...정부는 ‘버티라’ 말만 되풀이
        2021년 09월 24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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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의 한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하던 공무원 노동자가 격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코로나19 방역 선제대응을 내세우면서도 인력충원 등의 대책을 내놓지 않은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무원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죽음은 재난에 대응하는 공무원의 건강권을 도외시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인력충원과 처우개선 등 공무원 노동자 건강권 보장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공무원노조

    노조에 따르면, 인천 부평구 보건소에서 확진자 역학조사 업무를 담당하던 한 공무원 A씨가 지난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역학조사 업무는 민원인들을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코로나19 대응 업무 중에서도 가장 힘든 업무로 분류된다.

    특히 최근 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업무강도가 더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사망하기 직전인 7월과 8월엔 월 초과근무 시간만 120시간에 달했다. 고인은 사망 전 주변에 ‘일이 너무 힘들다’고 여러 차례 호소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대응업무를 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과로 문제는 인천시의 책임이 커 보인다. 노조는 “인천시는 코로나19 방역 선제대응이라는 명목 하에 타 시도에서는 하지 않는 야간역학조사 및 기간 확대, 선별진료소 운영시간 확대 등을 인력충원도 없이 시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평구도 보건소 상황실 근무자의 격무를 해소하기 위해 인력충원과 순환근무 실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인천시가) 이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특정 지자체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난 5월에도 부산 동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하던 공무원이 과로를 호소하며 생을 마감한 바 있다. 코로나19 일선에서 대응하는 공무원, 보건의료 노동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정부의 ‘K-방역’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노조는 정부의 K-방역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역정책이, 이를 집행하는 또 다른 국민인 공무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이율배반적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장기간의 격무와 스트레스를 개인의 의지로 온전히 감당하라고 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라며 “그동안 코로나 대응인력 확충과 처우개선을 정부에 수없이 요구했지만 ‘버티라’는 말만 되풀이한 정부에 이 모든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A씨 유족에 대한 공식 사과와 순직 인정, 진상규명을 위한 현장실태 조사 실시 등을 인천시에 요구하는 동시에, 정부엔 공공의료 확대와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위한 정규직 공무원 충원과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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